나는 어릴 때부터 늘 쫓기듯 살아왔다. 특성화고를 다니면서 친구들은 곧 경쟁자였고,
3년 안에 대학생들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때의 나는 항상 부족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더 빨리, 더 많이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디자인으로는 내가 바라던 대기업에 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급하게 대학 진학을 준비하게 됐다.
취업만 바라보다가 뒤늦게 준비한 입시였다. 원하던 인서울 4년제 대학은 예비번호 한 명이 빠지지 않아 떨어졌고, 결국 3년제 전문대에 진학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한 차이였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꽤 크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10대는 치열하게 보냈지만
20대는 계속해서 실패를 반복하는 느낌이었다.
돈을 모아서 유학을 가거나, 해외 인턴쉽등을 통해 해외 경험을 꼭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영어 공부도 하고, 돈도 모았다. 그런데 결국 팬데믹과 브렉시트라는 변수 앞에서
그 계획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이후에도 진로를 몇 번이나 바꿨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실패들을 계속 겪었다.
그리고 나서야 평범한 중소기업에 취직하게 됐다.
그제서야 처음으로 조금 멈춰서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늘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어디에 속해 있어야 하는지’로
나를 증명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실패는 곧 내가 부족하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 떨어져서 그 시간을 바라보니까 다르게 보였다.
결과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과정 속의 나는 꽤나 열심이었고,
나름대로는 찬란했다. 그때의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그 안에서 분명히 즐거웠던 순간들도 있었다. 그걸 이제야 인정하게 됐다.
그래서 처음으로 다른 기준의 버킷리스트를 써보기로 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목록이 아니라,
꼭 의미가 있지 않아도 되는 것들, 굳이 결과로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경험들.
그동안의 나는 항상 이유가 있어야 움직였고, 쓸모가 있어야 선택했다.
이번에는 그 반대로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 ‘의미 없는 버킷리스트’다.
어쩌면 실패의 기록일 수도 있고, 조금은 느슨해진 선택들의 모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게 더 솔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기록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기보다,
실패하고, 흔들리고, 그래도 계속 살아가는 사람의 조용한 기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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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서브집(별장) 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