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있는 그대로의 제가 아닙니다.

[절각획선 1] 셰익스피어, 『오셀로』(최종철 옮김, 민음사, 2001)

by 장은수

그들은 복종하는 태도와 안색을 보이지만

속마음은 자기네 자신들만 보살피며

높으신 분들에게 봉사하는 척하지만

그들을 이용하여 착실히 번성하고

자기네 실속을 두둑하게 차렸을 땐

자기 자신들에게 충성을 맹세한단 말입니다.

그런 친구들은 기백이 살아 있고

전 제 자신이 그런 사람임을 공언합니다――

(중략)

그를 따름은 바로 제 자신을 따름입죠.

하늘에 맹세코, 사랑과 복종이 아니라

그런 걸 가장한 개인 목적 때문이죠.

왜냐햐면 제 마음 본래의 움직임과 의도가

외적 행동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전 머지 않아 제 심장을 소매 끝에 내놓고

비둘기들이 파먹게 할 테니까요.

저는 있는 그대로의 제가 아닙니다. (1.1.55~73)


『오셀로』를 다시 읽는 중이다.

이야고의 대사는 참 박력 있다.

한 점의 이타성도 갖추지 않은 순수한 개인주의의 돌출.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타인에게 복종하는,

출신도 신분도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으로 출세를 이룩하려는 근대인의 탄생.

겉모습과 속모습이 다른, 표리부동한 분열적 인간임을 스스로 선포함으로써

이야기를 예측불허로 몰아넣는 셰익스피어의 솜씨는 정녕 귀신들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