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각획선2] 마크 미오도닉, 『사소한 것들의 과학』(MID, 2016)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편으로 편지를 받을 때보다 놀라서 가슴을 움켜쥐게 되는 순간은 없다. 물론 전화도 좋고 친숙하며,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은 즉각적이고 유쾌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만진 바로 그 재료를 들고 종이에서 나는 달콤한 숨을 마시는 것이야말로 진짜 사랑이다.
연애편지는 단순한 언어 이상의 소통이다. 불안한 본성을 위로하는 물리적인 단단함과 영구성을 지니고 있다. 읽고 또 읽을 수 있다. 우리 삶에서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한다. 종이는 곧 주고받는 이들의 피부가 되고, 냄새가 되며, 필체는 지문과 같은 그들의 고유한 특성을 보여준다. 연애편지는 속일 수 없고, 잘라 붙일 수 없다.
(중략)
보통 혼자 있는 순간에 편지를 쓰게 되고, 그때 종이는 감각적인 사랑에 스스로를 내어준다. 쓰는 행위는 근본적으로 감동적이고 흘러넘치며 번창하는 하나의 행위다. 사랑스러운 방백이나 가벼운 묘사, 그리고 키보드라는 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는 개인성이 한데 모인 것이다. 잉크는 정직함과 표현력을 갈망하는 일종의 피가 돼 종이에 부어지고, 생각이 흘러가도록 허락한다.
편지는 찢기 어렵다. 꼭 사진처럼, 페이지에서 영원히 메아리친다.
아아, 편지를 쓴 적이 언제였던가.
글을 읽어 가자마자 손이 근질거린다.
당장, 흰 종이를 꺼내어 누군가에게 글을 써서 보내고 싶어진다.
편지는 그 자체로 우리의 정체성을 이룬다.
손으로 쓴 편지가 사라지면서
어쩌면 우리의 인간성에 거대한 구멍이 생기고
우리는 새로운 인간으로 재구조화되었을 수도 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되어가는 것일까.
과학자-시인이 또 한 사람 탄생했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MID, 2016)을 쓴 마크 미오도닉이다.
그는 세상 모든 물건을 이루는 재료들에 집착한다.
그러나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아름답고 시적인 문체로
물리적 재료로 이루어진 물건의 존재가
우리 마음이나 감정과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섬세하게 통찰하기 때문이다.
아이들한테 추천할 과학책이 또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