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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ttee Sep 17. 2020

육아 필요 장비

발명을 부탁드립니다.

34개월 남아와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삐그덕 거리긴 하지만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 하루 일정을 보내고 있고, 화상회의, 오프라인 미팅 시 대처 방법도 세 가지 정도 구해 놓았으니 그래도 할 만한 재택이라 하겠다.


삼시세끼 차리기, 아이 보면서 전화하기 등 어려운 일이 많지만,  가장 어려운/힘든 일은 아이와 너무 오랜 시간을 놀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엄마가 옆에 있어야 마음이 편한 나이인지 무조건 나를 옆에 앉혀놓고 놀이를 한다. 그 곳에서 나의 역할은 딱히 없다. '잘 만들었네' '엄마는 주황색 할게' 등 가끔 반응을 해주면 되는데, 그렇게 앉아서 아이 노는 것을 바라볼 때마다 절실하게 갖고 싶은 물건이 있다.


Smart Glasses


안경을 끼면 눈 앞에 스크린이 펼쳐져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서치 할 수 있는 스마트 안경. 이걸 끼고 아이를 보는 거다.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나만 볼 수 있다. 나는 아이 옆에 앉아 이북을 켜놓고 틈틈이 책을 읽거니 회사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읽기도 한다. 아이가 엄마를 부르면 잠시 고개를 돌려 아이와 상호작용 해줄 수도 있다. 책 말고 페북이나 인스타를 스크롤링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마우스 기능이 필요한데 그건 안경에 내재되어 있는 센서가 내 동공을 인식하고 나는 눈알을 굴려 지시를 한다.


Eye-tracking computer


역시 관련 기술이 이미 많이 개발되어 있다.


아이와 함께 해야만 하는 긴긴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다른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듣고 싶은 강의나 팟캐스트를 켜놓고 에어팟을 귀에 끼고 있어 봤다. '엄마 이거 전화할 때 하는 거네? 전화해?' 바로 들켰다. 다음에는 덥지만 머리를 풀러 에어 팟을 감춰봤다. 아이를 수동적으로 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간간히 반응을 해줘야 하는데, 그때마다 아이 소리와 오디오 소리가 함께 들려 불편했다. 그때 그때마다 휴대폰으로 멈춤을 했다가 다시 시작하기,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는 조작을 해줘야 하는 것도 불편했다. 기본적으로 아이 앞에서 핸드폰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하는 노력인데, 이렇게 휴대폰을 계속 만지작 거려야 한다면 효과가 없다. 그래서 흐름이 끊겨도 상관없는 가벼운 책을 골라 아이 옆에 앉아서 읽어 봤다. 역시 엄마가 다른 것을 하는 걸 두고 보지 못한다.


그래서 저 스마트 안경이 너무나도 필요하다. 생각해 보면 꼭 육아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설거지 할 때도, 지하철 출근길에도, 누워서 잠들기 전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핸드폰을 장시간 들고 있으면 손목이 얼마나 아픈지 그냥 누워있는데 화면이 앞에 펼쳐지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 다들 있을 것이다.  다만 걸으면서 하는 건 위험하니 움직임이 있을 때는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가 있어야겠다. 주변 환경에 따라 밝기가 조정되고, 눈에 부담이 되지 않게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도 있어야겠지. 놀이터에서도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넷플릭스도 볼 수 있다. 이런 획기적인 물건이 왜 아직 발명이 안되었을까.




재택이 끝나 아이가 6시 반에 하원 하는 날이 다시 오면, 아마 저녁 한두 시간은 아이의 눈을 맞춰가며 꿀 같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점점 나이가 들면, 엄마랑 노는 것보다 핸드폰 속 자기만의 세상으로 들어가거나 친구랑 노는 것을 더 좋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에겐 당근마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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