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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ttee Oct 15. 2020

회사에서 딴짓하기

우리 팀은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가 이루어진다. 스타트업 투자, 회사 인수, 투자 유치 등 그 때 그 때 다른 프로젝트가 생겨나고, 각자 업무 로드에 따라 프로젝트를 나눠 갖는 형태다. 그래서 한 사람당 맡고 있는 프로젝트 숫자도 제 각각이고, 내/외부적 환경에 따라 어제까지 하던 프로젝트가 날아가거나, 큰 프로젝트가 갑자기 떨어지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런데! 추석연휴를 앞두고 내가 맡고 있던 굵직한 프로젝트 두개가 갑자기 중단되었다. 두둥. 물론 아쉬운 마음과 '내가 그 때 이렇게 했더라면...' 이라는 후회는 남지만, 그런 마음 따위는 금새 날려버리고 본격적으로 딴짓에 돌입했다. 일단 내 프로젝트가 날아가서 여유가 생겼다는 얘기는 집에 하지 않고, 여전히 바쁜냥 매일 출근을 한다 (우리 회사는 아직 재택모드이다).  

 

요새 나의 관심사 중 하나는 '사이드 잡'이다. 약 1년 전부터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던 사이드 잡은 이미 머릿속에서는 지겨워져 버렸을 정도이다. 하지만 추석때 겪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번에야말로 진짜 뭐든 시작해 보리라 라는 마음을 먹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재밌는 소일거리 를 찾자!' 그래서 페북에서 보이는 파트타임 글쓰기 일도 호기롭게 지원해 보고, 스마트스토어도 개설해본다. 무슨 물건을 팔아볼까, 동대문에 가서 도매상을 하나 뚫어야 하나 아님 앉은자리에서 할 수 있다는 도매띠기를 해야하나. 혹시 우리집 근처에는 물건 만드는 공장 없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또 한가지 관심사는 우리 가족이 뿌리를 내리고 살 우리집 찾기. 이사도 두 번 다니고, 새 집에 입주도 해보니 이제야 좀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깨끗한 새 집이라 살기 좋은 것도 아니였고, 집 값 비싼 동네라서 좋은 것도 아니였다. 아이가 신나는 어린시절을 보낼 수 있는 동네, 현관을 들어갔을 때 내가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집. 그런 집은 살다보면 저절로 생기는게 아니라 내가 발품을 팔며 동네를 고르고, 집안을 예쁘게 가꿔야 가질 수 있는 것이였다. 아이의 유소년기를 보낼 동네 (맘껏 뛰어놀 공원과 놀이터들 상태가 좋은 동네)와 내 방을 가질 수 있는 집. 거기에 남편의 니즈인 투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집을 찾는건 쉽지 않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회사 모니터에 네이버 지도와 엑셀을 켜놓고 매물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며 집을 찾아보고 있다. 


매주하고 있는 딴짓은 브런치 글쓰기이다. 복직한 이후에는 거의 회사에서 틈틈히 글을 쓰는데, 그러다 보니 소재가 회사, 회사 사람들이 되고 있다. 집에 있을 때는 주구장창 아이에 대해서만 쓴 거 같은데 이젠 일 얘기만 쓰게 생겼다. 발행하긴 부끄럽고 너무 사적인 내용이지만 기록을 남겨놓고 싶은때는 브런치에 써서 작가의 서랍에 넣어 놓는다. 문득 생각나 써내려 갔지만 끝맺지 못한 글들도 발행한 글만큼 쌓여있다. 작가의 서랍과 브런치에 쌓인 글을 보며 흘러가는 일상의 조각들이 쌓이는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회사에서 딴짓을 하고있다. 언제 다시 프로젝트가 떨어질지 모르지만 이 순간 참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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