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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훈 Sep 15. 2015

엔젤투자자는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가? (2)

정지훈의 스타트업 투자 이야기 꾸러미

적어도 1주일에 하나 정도의 글은 최소한 써서 발행을 하려고 하는데, 워낙 바쁘다 보니 그게 쉽지는 않네요. 이번에는 결국 1주일을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써보겠습니다.


지난 번 엔젤투자자가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가? 라는 글을 통해  벤처캐피탈과 엔젤투자자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투자를 한다는 것은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엔젤투자자의 경우 개인의 성향이 크게 좌우를 한다는 말씀을 드렸고,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했죠? 그렇기 때문에, 엔젤투자자에게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해당 엔젤투자자의 투자성향과 투자원칙, 철학 등을 알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좋은 스타트업이라고 하더라도, 엔젤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원칙에서 벗어난 투자는 왠만해서는 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스타트업에게 제일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자신들의 정체성과 잘 맞는 엔젤투자자를 찾는 것입니다. 


그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 자신의 투자철학을 설명하는 것이 제일 쉽겠지만, 그렇게 바로 들어가면 쑥쓰러우니까 외국의 유명투자자들 중의 한 사람을 예로 들어볼께요. 참고로, 벤처캐피탈에서 일하고 있다 할지라도 자신들의 투자철학이 명확한 수퍼 VC투자자들이 있습니다. 이들도 자신들의 스타일이 명확해서 엔젤투자자나 마찬가지로 그 스타일들을 알아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오늘 사례로 들 투자자는 최근 피터 티엘, 프레드 윌슨, 마크 앤드리센 등 전설적인 투자자들을 제치고 마이다스 리스트 (포브스에서 운영하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 랭킹입니다. 매년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Top 10에 이름을 올린 GGV 캐피탈의 제니 리(Jenny Lee)입니다. 샤오미(Xiaomi)에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것이 그녀를 최고의 반열에 오른 결정적인 선택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는 자신의 출신을 잘 이용한 것이 제일 큽니다. 싱가포르에서 태어나서 영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떠오르는 중국의 기술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를 했는데, 이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최근 가장 뜨거운 투자자 중의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투자자도 앞으로 세계적인 투자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요?


제니 리의 투자성향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가 알려져 있습니다.


1. 차세대 모바일, 클라우드, 그리고 소비자 제품/솔루션

2. 여성이 대표로 있는 곳들을 강점으로 보는 투자자. 여성의 색다른 시각을 강점으로 생각

3. 중국 기업을 우선적으로 투자 (오피스는 상하이)

4. 실사를 할 때 가족관계 및 가족에 대해서도 파악 (와이프와 아이들 등)

5. 융합적 백그라운드 (코넬대학에서 전자공학 전공, 노스웨스턴에서 MBA를 마치고, 드론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 이후 2001년 모건스탠리에 들어가면서 중국에 왔고, 2005년 GGV 캐피탈을 설립)

6. R&D를 위한 R&D보다 응용이 중요. 사용자 필요성에 맞춘 디자인을 중시

7. 전통적인 비즈니스에서 진화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전통적인 모델을 파괴한다고 생각


어떤가요? 뭔가 감이 오지요? 



일단 중국계라서 중국의 테크기업을 발굴하는데 최우선적인 방점을 찍고 있고, 소비자 제품이고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지나치게 독특한 기술기업 보다는 사용자들의 요구를 잘 맞춰줄 역량을 갖춘 그런 기업을 찾습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그녀가 샤오미(Xiaomi)에 꽂힌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나요? 만약 독특한 형태의 혁신을 중시하고, 기술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투자자였다면 초기의 샤오미에 투자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


이렇게 세계적인 투자자와 저를 비교하려니 조금 초라해지지만, 이제 제 나름대로의 투자철학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투자자로서 나중에 투자수익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를 일종의 사회적 환원으로도 생각하고 있기에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인생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너무 빠르고 급하게 올인하는 방식보다는 마라톤처럼 최선을 다하되 페이스를 지키고 꾸준히 계속 해나갈 수 있고, 사회적 가치를 꾸준히 생산하는 스타트업은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투자를 결정할 때에는 명확한 원칙과 체크리스트가 있는데, 아래의 3가지 대원칙 중에서 최소한 하나 이상은 만족시켜야 합니다. 


1. 우수하고 진정성있는 팀 또는 창업자 

2. 충족되지 않는 사회적 필요에 대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

3. 직접 사용하고, 만족하는 도구/서비스/제품을 만들어내는 곳



보통 1번은 많은 엔젤투자자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원칙일겁니다. 저도 당연히 1번을 가장 중시합니다. 그에 비해 2번과 3번 원칙은 제가 다른 투자자들과 약간 다른데요. 2번에 초점을 맞춰서 투자를 하다보니 사회적 기업이나 의료 또는 교육과 같이 사실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많았습니다. 3번도 재미있는 원칙인데, 제가 많이 쓰면서 해당 스타트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많이 알릴 수 있고, 이런 도구/서비스/제품을 만드는 곳이 빨리 망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투자를 합니다.


아마도 저 이외에 많은 투자자들이 이와 비슷한 투자원칙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투자하시는 분들 중에서 자신들의 투자원칙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호응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본격적으로 제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이들과 어떻게 만났고, 무엇때문에 투자를 하게 되었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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