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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훈 Sep 29. 2015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오르는 스타트업이 대비해야 할 점

정지훈의 스타트업 투자 이야기 꾸러미

적어도 1주일에 하나 정도의 글은 최소한 써서 발행을 하려고 하는데, 워낙 바쁘다 보니 그게 쉽지는 않네요. 이번에도 결국 1주일을 넘겨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써보겠습니다.


지난 번까지는 주로 엔젤투자자의 투자자 관점에서의 투자 이야기를 주로 썼는데, 그런 이야기만 쓴다면 이야기의 소재도 금방 떨어질 것 같고, 재미도 좀 덜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범위를 조금 넓혀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스타트업 경영에 있어 조심해야할 점 하나를 짚어 보고자 합니다.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어버린 스타트업


흔히 스타트업을 로켓에 비유합니다. 로켓에 올라타지 못하면 언제 이륙할 지 모르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하겠죠? 그런데, 스타트업에 따라서 로켓에 들어가는 연료의 양이나 점검해야 하는 복잡성의 정도가 무척이나 다르기 때문에 너무 빨리 이륙하는 것이 꼭 좋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인터넷 중심의 스타트업이라면 그래도 조금 낫겠지만, 최근 가장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O2O(Online-to-Offline) 또는 온디맨드 서비스 스타트업이라면 특히나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오르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사례를 하나 들어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혹시 BlankLabel.com 이라는 스타트업을 아시나요? 제조 2.0 (Manufacturing 2.0) 를 표방하는 DIY 남성셔츠 제작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O2O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항상 언급되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DIY 셔츠 제작의 대명사 BlankLabel.com 


BlankLabel.com은  2009년 10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마음대로 남성셔츠를 제작할 수 있는 편리한 웹 인터페이스를 중심으로 호평을 받으며 수개월간 꾸준히 성장을 해왔습니다. 그 때까지는 수백 벌 정도의 셔츠를 판매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성장이 뉴욕타임즈에 보도가 되면서, 삽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동시에 입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하자 감당할 수 없는 성장을 하게 됩니다.


Blank Label 의 웹 사이트 트래픽은 하루 밤 사이에 4,000%가 늘어났고, 급기야는 웹 서버가 죽어버리는 상황이 만들어 졌습니다. 아무리 웹 서버를 재시작해도 대응을 할 수 없게 되자, 급하게 몇 시간 정도의 작업을 통해 전체 웹 사이트를 훨씬 큰 서버로 옮겼습니다.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너무 많은 주문이 들어가면서 계약된 공급업체에서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문이 완료된 셔츠의 제작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배달이 늦어지게 되었고, 너무 급하게 제작한 탓에 불량품도 많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Blank Label은 자신들에게 납품을 하는 셔츠 공급선을 교체하기로 결정합니다. 또한,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킨 결제가 늦어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결제방법도 도입되었습니다.


그 뿐이 아니었습니다. 웹 사이트 문제와 제품생산 문제 이외에 고객서비스와 관련한 부분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너무 많은 고객의 불만사항이 접수되고, 동시에 물어보는 질문들이 많아지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급하게 3명의 고객담당 직원을 고용하고,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웃소싱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큰 혼란을 겪는 동안 갑자기 늘어난 주문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성장세가 꺾이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또 하나의 사례로 커스텀 초코렛 바를 만드는 Chocri 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들의 경우에는 언론에 노출되어 급격히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보다는 발렌타인 데이나 성탄절과 같이 특별한 초코렛을 찾을 가능성이 많은 시기에 급격하게 늘어나는 주문과 물량을 감당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Chocri 는 2번의 연말 성수기에 재고가 바닥나는 바람에 더 많은 주문을 소화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겪고 나서야 이 회사의 CEO 였던 카르멘 마가(Carmen Magar)는 스태프를 늘리고, 제조과정에 혁신과 재고관리에 대한 새로운 관리방법을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변신에 돌입하였습니다.


커스텀 메이드 초코렛 스타트업 Chocri


스타덤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우리가 살아온 일반적인 산업사회에서는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는 수가 그리 많지 않거니와, 스타가 되더라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어서 어느 정도의 흐름 조절이 알아서 됩니다. 예를 들어, TV에 식당이 소개가 되어 유명해 지더라도 줄을 서고, 서빙을 하면서 사람들이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일정 정도 이상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소셜 웹이 활성화되고, 디지털 확산이 되는 특성을 가진 O2O 또는 온디맨드 서비스들의 경우에는 정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할 수 있고, 하루에 Blank Label 과 같이 40배가 늘어나는 상황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래도 며칠 정도의 혼란으로 대처가 가능하겠지만, Blank Label 이나 Chocri 와 같이 O2O의 제조나 서비스 산업과 연계된 경우에는 이를 감당하기 위해 보다 치밀한 계획과 급격히 주문이 늘어났을 경우의 대비책을 미리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가지를 고민해야 겠지만, 아래의 몇 가지 사항에 대한 확장전략을 미리 매뉴얼처럼 만들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웹에서의 기술적 인프라:  웹 사이트의 트래픽에 견디는 확장계획, 결제문제        
제조와 관련한 인프라:  제조와 관련한 파트너들을 미리 확보. 사업이 확대될 경우 SOS를 통해 쉽게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위기대처 방안 및 공급 파트너를 복수로 확보
서비스 및 인력 인프라:  폭발적으로 서비스 요구가 늘어났을 경우의 단기적인 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나누어 수립. 임시로 인력을 활용하거나, 파트너들을 두고 이들과 역할 분담을 하는 등의 전략을 만들어 두어야 함.  


단기와 중장기적인 부분을 나누어서 현재의 트래픽 증가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시즌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 더 나아가서는 고정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미리 대비한다면 최초의 성공의 기운이 있을 때 튼튼하게 자리를 잡고 회사가 조기에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아직 이런 고민을 할 단계가 아니라구요? 그렇다면 스타덤에 오르는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과도한 관심을 받고, 고객들이 몰려들 때가 되려 가장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들은 언제나 인내심이 없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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