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파리, 뜨끈한 쌀국수 한 사발

우물 안 개구리의 해외살이

by 프렌치장금이
파리에서 먹는 베트남 현지의 맛

유럽의 겨울은 춥고 어둡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흐리고 어두운 날들이 계속된다. 일조량이 한 달에 10시간이 겨우 넘었던 때도 있었다. 도착하고부터 계속된 흐린 날씨와 추적이는 비에 왜 인지 모를 우울감이 느껴졌다. 찾아보니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증상이 있다고 한다. 급감한 일조량에 몸이 반응해 특정 호르몬들을 조절하여 생기는 일종의 우울 증상이라고 한다. 흐린 겨울을 나는 유럽사람들은 의식적으로 밖에 나가서 산책하기, 초콜릿 먹기, 뜨개질하기 등을 통해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하려 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인 나에게 이런 방법이 통할 리가 있나. 한국이었으면 뜨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훌훌 털어버리면 그만이지만 아쉽게도 이곳은 프랑스 파리.. 집 근처 뜨끈한 쌀국숫집을 찾았다.



가는 길에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춥고 쌀쌀한 날씨에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두꺼운 옷을 자연스레 집어 들게 되었다. 가로등이 땅에 비칠 정도로 비가 내리지만 우산을 쓰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모두들 기꺼이 비를 맞았다. 나도 그들의 틈에 끼고 싶어 굳이 비를 맞으며 걸었다.


프랑스에서 쌀국수라니..


한국에서도 쌀국수를 즐겨 먹던 터라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솔직히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던 게 아니라면, 프랑스에서 쌀국수라는 메뉴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서 즐겨 먹던 가게보다 맛있겠나 싶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첫 술 뜨자마자 바뀌었다.


고기와 내장으로 우린 진한 육수, 고수와 레몬으로 맛을 낸 산미, 한 젓가락 뜰 때마다 면과 함께 올라오는 고기 건더기들.. 한국의 쌀국수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아니, 아예 다른 음식이었다.


나는 진짜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이다. 한국에서 경험했던 것을 무조건 기준으로 삼는 내가 부끄러웠다. 식당을 가기 전에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정보를 찾아봤다면 어땠을까? 먹으면서 들은 이야기지만 프랑스에는 과거 식민지 영향으로 베트남 현지의 맛을 구현해 내는 맛집들이 많다고 한다. 먼저 알았다면 나는 쌀국수의 녹진한 국물을 기대하며 좀 더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비 오는 파리의 거리를 걸었을 텐데.


새삼스레 프랑스 파리에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이렇게 오래도록 흐린 날씨도, 세계 각 국의 음식과 문화가 깃든 골목들도, 모두 다 낯설지만 새로운 세상이 나에게 펼쳐진 것이다.


낯선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는 좀 더 적극적으로 세상을 탐구하고 수용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배우지 못했을 마음가짐을 오늘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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