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내 느낌은 몇 도?

확률은 확신의 온도계

by 배지안

[♪ 밝은 음악]


이지은: 안녕하세요, '안개 속을 걷다'의 이지은입니다! 오늘도 불확실성과 친해지는 시간, 함께해요.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이런 대화가 오갔어요.


"야, 그 카페 음료 맛있어?" "응, 꽤 괜찮을 거야." "꽤 괜찮다는 게 얼마나?" "음... 그냥 꽤?"


[웃음] 우리 이런 대화 정말 많이 하죠? '아마도', '거의 확실해', '글쎄...' 이런 표현들 말이에요.


그런데 친구가 재밌는 실험을 하나 했대요. 가족들한테 '내일 비 올 가능성이 높다'가 몇 퍼센트인지 물어봤더니, 아빠는 80%, 엄마는 60%, 동생은 40%라고 했대요!


[띠링!]


똑같은 말인데 사람마다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인다니, 신기하죠? 그럼 우리가 평소에 쓰는 '확실해', '아마도', '글쎄'는 대체 몇 퍼센트일까요? 이런 모호한 느낌도 숫자로 나타낼 수 있을까요?


오늘은 바로 이 '주관적 확률' 이야기를 해볼게요. 여러분의 직감과 느낌도 확률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자, 그럼 우리의 믿음을 숫자로 바꾸는 여행을 시작해 볼까요?




우리는 매일 주관적인 판단을 내립니다. '오늘 프레젠테이션이 잘될 것 같아', '이 사람은 믿을 만해', '이번 프로젝트는 성공할 거야'. 이런 판단들은 단순한 감정이 아닙니다. 경험과 지식, 관찰이 합쳐진 결과죠. 문제는 이런 판단을 어떻게 다른 사람과 나누고, 필요할 때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는 겁니다.


지난 시간(Ep.4)에 배운 주관적 확률이 바로 이 문제를 푸는 열쇠입니다. 믿음을 숫자로 나타내는 방법이죠. 일상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볼까요?


투자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이 주식이 올해 안에 20% 오를 것 같아"라고 말하면, '같아'가 정확히 뭘 의미할까요? 60% 정도의 믿음? 80% 정도의 믿음? 숫자로 표현하면 자신이 얼마나 확신하는지 분명해지고, 나중에 판단이 맞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운동법이 나한테 효과가 있을 것 같아' 대신 그 가능성을 75%로 생각해 본다면? 꽤 높은 확신이지만 25%의 의구심도 있다는 뜻이죠. 처음부터 안 될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으니, 효과가 없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도 유용합니다. '그 사람이 내 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아' 대신 그 가능성을 40%로 판단한다면? 거절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거죠. 이렇게 숫자로 생각하면 거절에 대비할 수 있고, 제안 방식도 다듬을 수 있습니다.


믿음을 숫자로 표현하면 뭐가 좋을까요? 먼저, 진짜 내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라는 모호한 표현 뒤에 숨은 진짜 확신이 얼마나 되는지 보이죠. 또, 시간이 지나면서 판단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예측과 결과를 비교하다 보면 자신의 판단 패턴이 보입니다. 어떤 분야는 늘 과대평가하고, 어떤 분야는 늘 과소평가할 수도 있죠.


느낌을 숫자로 바꾸는 게 막막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쓸 만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세 가지를 소개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하나만 골라 써도 충분합니다. 첫 번째는 가상의 내기 방법입니다 [1]. 누군가 이렇게 제안한다고 해보죠.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내가 60만 원 줄게. 실패하면 네가 40만 원 내."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받아들인다면, 성공 확률을 최소 40% 이상으로 보는 겁니다 (성공 확률 × 내가 받을 돈 ≥ 실패 확률 × 내가 줄 돈). 받을 돈을 고정하고 줄 돈을 조금씩 바꿔가며 판단하다 보면 '이 정도면 공평하다'라고 느끼는 지점이 나옵니다. 그게 바로 주관적 확률입니다.


두 번째는 상대적 비교 방법입니다. 여러 선택지를 서로 비교하는 게 절대 확률을 정하는 것보다 쉽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 옵션 A, B, C가 있다고 해보죠. 투자 성공 가능성을 'A가 B보다 두 배쯤 낫고, B는 C보다 세 배쯤 낫다'라고 본다면 어떻게 확률로 바꿀까요? B가 C보다 세 배 낫다면 B:C = 3:1입니다. A가 B보다 두 배 낫다면 A:B = 2:1 = 6:3이죠. 합치면 A:B:C = 6:3:1. 이제 전체를 10으로 보면 각각 60%, 30%, 10%가 됩니다.


세 번째는 참조 복권(reference lottery) 방법입니다. 조금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다음 달에 승진할 확률'을 평가해 보죠. 두 가지 선택지를 상상해 보세요. A: 승진하면 100만 원 받기, B: 복권 당첨되면 100만 원 받기. 이제 복권 당첨 확률을 바꿔가며 자문해 보세요. '50% 당첨 복권' vs '승진하면 상금'—뭘 고르시겠어요? 승진을 선택했다면 승진 확률을 50% 이상으로 보는 거고, 복권을 선택했다면 50% 이하로 보는 겁니다. 이제 범위를 좁혀갑니다. 앞서 승진을 선택했다면, 이번엔 '70% 당첨 복권'과 비교해 봅니다. 여기서 복권을 택한다면? 승진 확률을 70% 이하로 보는 거죠. 승진 확률이 50-70% 사이로 좁혀졌으니, 다음엔 그 중간값을 시도해 봅니다. '60% 당첨 복권'과 비교해서 승진을 택했다면? 이제 60-70% 사이로 좁혀집니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둘 다 똑같네' 싶은 지점이 나옵니다. 그게 바로 주관적 확률입니다. 승진처럼 불확실한 사건을 복권처럼 확실한 확률과 비교하니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방법으로 느낌을 확률로 바꿀 수 있지만, 그 확률 판단이 정확한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확률 판단을 날카롭게 하려면 확률 조정(calibration) 연습이 필요합니다. 연습법은 간단해요. 일주일 동안 매일 예측을 5개씩 적어보세요. '내일 회의가 30분 넘게 늦을 확률 70%', '오늘 저녁에 운동 갈 확률 80%' 이런 식으로요. 실제로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 보세요. 70%라고 했던 일들이 정말 10번 중 7번 일어났나요?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늘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분야가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80%라고 했는데 실제론 절반만 일어났다면? 앞으로는 좀 낮춰서 70% 정도로 매겨보고, 그래도 높다 싶으면 또 조금 낮춰보는 거죠. 이렇게 꾸준히 연습하면 확률 판단이 점점 정확해집니다.


이렇게 자신의 판단을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는 평소에 '아마도', '거의 확실히', '가능성이 높다' 같은 표현을 자주 씁니다. 그런데 연구를 보면, 똑같은 '가능성이 높다'를 어떤 사람은 50%로, 어떤 사람은 95% 이상으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2,3]. 오해가 생기기 쉽죠.


정보기관도 이런 문제를 겪었습니다. 분석관이 '가능성이 높다'라고 보고하면, 어떤 결정권자는 60%로, 다른 사람은 90%로 받아들였죠.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CIA 같은 정보기관들은 확률 범위에 맞는 표준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4,5]. 예를 들어 '거의 확실(almost certain)'은 대략 90% 이상, '가능성 높음(likely/probable)'은 대략 55~80% 정도를 가리키는 식이죠.


이런 표준 용어도 유용하지만, 아예 숫자로 말하면 어떨까요? "이 마케팅 전략이 성공할 확률은 70%입니다"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숫자가 항상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모호한 단어보다 숫자로 말하는 게 더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듣는 사람은 '꽤 확신하지만 100%는 아니구나'라고 정확히 알 수 있죠. 더 중요한 건, 시장 데이터가 새로 나오면 이 70%를 체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확률적 사고는 세상을 흑백이 아닌 스펙트럼으로 봅니다. '맞다/틀리다' 대신 0과 1 사이 어딘가. '성공/실패' 대신 가능성의 농도.


이는 겸손함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100% 확실합니다"라고 말하는 건 틀릴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거죠. 반면 "90% 정도로 봅니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강한 믿음을 표현하는 성숙한 태도입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심스럽고, 확실하지 않고, 모르는 게 있어도 저는 괜찮습니다. 틀렸을지도 모르는 답에 매달리느니, 모르는 채로 사는 게 훨씬 흥미롭습니다."[6] 확률적 사고는 바로 이런 지적 겸손함을 숫자로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확률적 사고는 감정 조절에도 도움이 됩니다. 실망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30% 확률이었는데 일어났구나' 생각하면, '절대 안 일어날 줄 알았는데!' 할 때보다 충격이 덜하죠. 기대했던 일이 안 됐을 때도 '70%였으니 30%는 안 될 수도 있었지' 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여러 가능성에 확률을 매기는 연습입니다. 친구가 약속에 늦었다고 해보죠. 왜 늦었을까, 몇 가지 이유를 떠올려보고 각각의 가능성에 확률을 매겨 봅니다. 교통 체증 40%, 일이 늦게 끝남 30%, 약속을 잊음 20%, 기타 10%. 이처럼 여러 가능성을 고려하면 한 가지 설명에 매달리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나중에 친구의 설명을 들으면 이 확률들을 조정할 수 있고요. 이런 사고방식은 앞으로 배울 베이지안 추론의 기초가 됩니다.




[♪ 차분한 음악]


이지은: 어떠셨나요? 우리가 매일 쓰는 '아마도', '확실해' 같은 말들이 사실은 숫자로 바꿀 수 있는 확률이었다니! 가장 인상 깊었던 건, 100% 확실하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미성숙한 태도일 수 있다는 거예요. "90% 정도 그럴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게 더 정직하고 지혜로운 표현이었네요.


[띠링!]


오늘의 미션은 아주 간단해요. 내일 하루 동안 '확실해', '아마도', '글쎄' 같은 표현을 쓸 때마다, 속으로 숫자로 바꿔보세요. '아빠가 오늘 저녁 약속을 지킬까?' → '80% 정도?' '딸이 이 옷을 좋아할까?' → '60%쯤?'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하다 보면 내 확신이 얼마나 되는지 더 잘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불확실한 상황이 덜 불안하게 느껴질지도 몰라요!


다음 시간에는 정말 흥미로운 주제를 다룰 거예요. 맛있는 케이크를 먹고 레시피를 거꾸로 추측하는 것처럼, 결과를 보고 원인을 추론하는 '베이지안 추론'에 대해 배울 겁니다. 우리가 늘 하는 이런 역추론이 어떻게 체계적인 사고 도구가 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볼게요.


"확실해!"보다 "90% 정도?"가 더 정직하고, 더 지혜롭고, 더 용감한 말이에요. 오늘부터 여러분의 확신에 온도계를 달아보세요. 저는 이지은이었습니다.


[♪ 밝은 음악]




참고문헌


1. de Finetti, B. (1974). Theory of Probability. John Wiley & Sons.

2. Wallsten, T. S., Budescu, D. V., Rapoport, A., Zwick, R., & Forsyth, B. (1986). Measuring the vague meanings of probability term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15(4), 348–365. https://doi.org/10.1037/0096-3445.115.4.348

3. Willems, S., Albers, C., & Smeets, I. (2020). Variability in the interpretation of probability phrases used in Dutch news articles — a risk for miscommunication. Journal of Science Communication, 19(2), A03. https://doi.org/10.22323/2.19020203

4. Kent, S. (1964). Words of estimative probability. Studies in Intelligence, 8(4), 49–65.

5. Dhami, M. K., & Mandel, D. R. (2021). Words or numbers? Communicating probability in intelligence analysis. American Psychologist, 76(3), 549–560. https://doi.org/10.1037/amp0000637

6. Feynman, R. P. (2001). 발견하는 즐거움 (승영조, 김희봉 역). 승산. (원서출판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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