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으로 세계일주_이준선
요즘 EDM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최근 국내에 EDM 페스티벌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그 티켓파워 또한 굉장하다. 힙합이 지배하고 있던 클럽을 이제는 EDM이 지배하고 있으며, DJ들이 나와 우열을 가리는 TV프로그램이 생겨날 정도로 EDM은 음악씬의 중심에 있다.
나 또한 자연스레 DJ에 대한 관심이 생겨날즈음, 내 타임라인에서 헤드폰을 쓰고 디제잉 장비를 만지고 있는 폼나는 프로필 사진을 발견했다. 나는 그를 만나기로 결심했고 어렵지 않게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준선. 그는 디제잉을 좋아하는 1년차 DJ였다. 단순히 좋아함을 넘어 DJ를 평생 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동생이었다. 하지만 준선이가 추구하는 길 앞에는 커다란 벽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으니 그건 바로 부모님이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EDM이란 장르와 DJ의 조합을 준선이의 부모님이 이해해줄리 만무했다.
“그럴 거면 집에서 당장 나가!”
그 길로 준선이는 집을 나갔다. 당장 집에서 나가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즉시 이행해버릴 정도로 준선이의 결의는 대단했다. 그만큼 디제잉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달랐다. 집을 나온 그는 자신이 다니던 대학마저 자퇴해버렸다. 배수의 진을 친 거다. 계백 장군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집을 나온 그는 숙식을 제공해주는 평택의 한 공장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일을 하며 남는 시간에는 디제잉을 연습했다. 남들이 보기엔 굉장히 무모하고 어리석어 보일 수 있는 행동이었지만 그만큼 DJ를 하고자하는 그의 열망은 강했다. 공장에서 일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디제잉 연습을 하는 생활이 7개월간 지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준선아, 올해엔 네가 원하는 일, 어디 한 번 끝까지 한 번 해보렴.”
이 말을 들은 준선이의 가슴은 얼마나 벅찼을까. 누군가로부터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인정받는 일, 그것도 다름 아닌 부모님께 인정받는 일. 그만큼 또 벅찬 일이 있을까? 결국 준선이의 어머니는 음악에 대한 아들의 진정성과 진심을 이해해준 것이다.
DJ의 길로 가는 준선이에게는 아직 헤쳐 나가야 할 난관들이 많을 것이다. 모든 예술 분야가 그러하듯 DJ도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끊임없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굳건한 의지는 그런 걱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준선아, 넌 왜 그렇게 DJ가 되고 싶은 건데?”
“전 사람들이 제 디제잉에 맞춰서 미친 듯이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제가 들려주는 음악에 맞춰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하면 미칠 것 같아요.”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럼 DJ가 돼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뭐야?”
“전 국내에서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DJ가 되고 싶어요. 물론 어려운 길이지만 정말 하고 싶어요. 전 세계의 사람들이 제 디제잉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좋겠어요.”
세상은 그다지 호락호락하지 않다든지, 네가 아직 시작단계라 열정이 과히 넘쳐서 뭘 모른다든지 하는 섣부른 조언과 충고는 그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단지 진심어린 응원을 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준선아, 네 어머니가 말씀하셨던 것처럼 끝까지 해봐. 네가 EDM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DJ를 얼마나 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행동으로 보여줬으니까. 앞으로 네가 할 일은 그냥 끝까지 하는 거야. 끝까지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면서 계속 하는 거야. 나중에 유명해지면 형 페스티벌 티켓 하나 꽂아주는 거 잊지 말고.”
그는 자신의 꿈을 말하는 여느 또래 친구들과 달랐다. 꿈이 있다면서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꿈이 있다면서 주변의 장애물 때문에 잠시 유보 중이라는 또래의 친구들과 달랐던 것이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할 줄 알았다. 그렇게 지켜낸 준선이의 꿈이기 때문에, 행동으로 보여준 그의 의지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내가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었다.
누구나 다 말은 한다. “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그리고 그 일을 해낼 거야.”라고. 하지만 모든 것을 증명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리고 그는 행동으로 증명했다.
“준선아, 너한테 있어서 행복은 뭐니?”
“사실 행복이란 거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근데 저한테는 행복이란 그런 것 같아요. 내가 그리는 그림에 점점 가까워지는 거. 제가 그리는 세계적인 DJ에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볼 때 전 행복할 것 같아요.”
참 녀석다운 대답이었다. EDM, 디제잉에 미쳐있는 그를 위해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준선아, 네가 제일 존경하는 DJ가 누구야?
준선이의 답을 들은 나는 그를 만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