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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정인 Feb 23. 2016

MWC, 포스트 스마트폰을 찾아라!

저커버그가 삼성을, 뱅앤올룹슨이 LG를 찾은 이유는 ‘포스트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MWC)에서 신제품을 공개하자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삼성은 갤럭시S7과 S7엣지를 공개했고 LG는 G5를 공개했습니다. 삼성의 S7시리즈는 전작과 비교해 디자인면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기능을 강화했는데요. 카메라에 듀얼 픽셀 센서를 적용해서 DSLR 카메라에서 느낄 수 있는 효과를 가질 수 있고 방수 기능 등을 넣었습니다. 배터리 용량은 더 많아졌고 두뇌에 해당하는 AP 성능을 높여 고 퀄리티의 게임도 부드럽게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LG의 G5는 디자인을 확 바꾼 느낌으로 기기 아래쪽을 탈착식으로 구성해 배터리도 교환할 수 있고 보조 카메라 장치나 오디오 장치를 모듈식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카메라 기능 역시 듀얼카메라를 후면에 배치해 두가지 화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고 AP나 배터리 성능도 좋아졌습니다. 갤럭시S7과 G5를 직접 만져본 느낌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MWC에서 삼성과 LG가 보여준 것은 스마트폰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보통은 전략 스마트폰 하나만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데 그 방식을 깨버렸습니다. 삼성은 VR(가상현실)이 주인공이나 다름없었고 LG는 스마트폰의 확장성을 내세웠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밀어도 관심을 다받지 못할텐데 왜 이런 전략을 선택했을까요?


갤럭시S7, LG G5 직접 만져봤습니다...


■ 스마트폰 ‘스펙’ 경쟁 무의미, 차별화 전략 고민 절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했을때 수많은 사람들은 '혁신'을 말했습니다. 전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단말기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모바일로 인터넷도 하고 메일도 주고 받고 하는 것이 꼭 소형 컴퓨터 같은 느낌과 같았습니다.


아이폰으로 시작된 '폰'의 변화는 삼성이 갤럭시를 만들고 LG가 G시리즈를 만들고 소니, HTC 등 다양한 업체로 확산됐습니다. 베끼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던 중국 회사들이 하나둘씩 스마트폰을 만들더니 샤오미가 나왔고 레노버, ZTE 등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애플도 아이폰 시리즈를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현재까지 시장 선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스마트폰으로부터 받았던 '혁신'의 이미지가 사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매번 똑같은 기능에다 비슷한 디자인들만 나왔기 때문입니다. 제조사들은 이른바 '스펙' 경쟁에만 치중하면서 무조건 최고의 부품을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의 눈과 비슷해야 하는 카메라 화소, 디스플레이 그리고 오래가는 배터리, 빠른 처리 속도를 자랑하는 프로세서 등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스마트폰 이용 습관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전화하고 메시지 주고받고 인터넷하면서 SNS도 하고 게임을 하는 형태입니다. 굳이 최고 성능의 부품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일들이다 보니 중저가폰 시장의 수요가 늘어나고 프리미엄 고가폰이 나올때마다 무조건 바꿔야 할 이유도 줄어들었습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은 2011년 62.8%에서 지난해에는 9.8%에 불과했습니다.


■ 더이상 스마트폰은 주인공이 아니다, 확장의 경험을 팔아라!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삼성과 LG의 입장에서는 차세대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입니다. 삼성의 S7 발표회장에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등장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이벤트로 보입니다. 삼성은 발표회 생중계도 VR로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심지어 5000여개의 기기를 준비해 현장에 참석한 사람들 머리에 씌웠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VR은 우리가 선점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마크저커버그 페이스북


저커버그의 등장은 삼성과 페이스북이 VR을 함께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기어VR은 오큘러스와 만든 합작품입니다. 저커버그가 한국에 오면 꼭 방문하는 회사가 삼성이었던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집니다.


현재 VR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대중화입니다. 스마트폰은 전화기의 변신이었기때문에 개인화가 가능한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VR은 경험하지 않아도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오큘러스 같은 기기는 백만원이 넘는 고가입니다. 또 VR로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볼것도 없고 비싸기만 한 VR을 왜 해야 하는 것일까의 해답을 찾는 것이 스마트폰 이후의 고민인 겁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대의 기기를 내놓았으니 콘텐츠를 쉽게 만들면 해결 될 것으로 봤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360도 카메라도 출시했습니다. 휴대하고 다니면서 360도 사진을 찍고 영상도 촬영하고 그 콘텐츠를 VR 기기로 보라는 의미입니다.



LG의 선택도 비슷합니다. G5는 큰 변화를 내비쳤습니다. 플라스틱만 고수해오던 LG가 처음으로 메탈 유니바디를 채택했다는 점도 파격적이지만 배터리 착탈식의 고집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기기 아래쪽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바꿔버렸기 때문입니다.


LG는 이른바 '모듈'타입을 구상했던 것인데요. 어차피 아래를 분리하는 방식이라면 배터리 외에 다른 것들로 확장이 가능했을 겁니다. LG 스마트폰 제품 기획자에게 들은 말로는 사용자가 무엇을 많이하는지를 끊임없이 조사한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사진을 많이 찍고 음악을 많이 듣습니다. LG는 그것에 착안해서 기기 아래쪽의 변화를 매칭시켰을 겁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지만 진짜 사진기를 만지는 느낌을 갖고 싶다, 좀 더 풍부한 음량을 느끼고 싶다는 만족감을 별도의 확장 도구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LG도 VR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스마트폰을 장착하는 방식이 아닌 스마트폰과 유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또 360도 카메라도 만들었습니다. 롤링봇이라는 움직이는 카메라도 내놨습니다.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기기도 내놨습니다. LG는 G5의 친구들이라며 8개의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 주변기기들은 모두 스마트폰과 연결됩니다.



삼성이 가상현실에 주력하고 있다면 LG는 스마트폰의 확장성에 주목한 겁니다. 고가 스마트폰이라면 당연히 속도도 빨라야 하고 카메라도 좋아야하고 배터리도 오래가야 합니다. 이걸로 경쟁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큰 매력을 못 느낀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죠.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숙제라는 의미입니다. LG의 발표회장에 구글, 퀄컴, 패럿, 뱅앤올룹슨 등의 관계자들이 등장한 것만 봐도 고민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이번 MWC에서 삼성과 LG가 같은 날 전략폰을 공개하면서 새로운 이슈를 던진 것은 IT 시장에 상징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글로벌 가상현실 시장은 6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2020년이면 180조원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만큼 한동안 제조사들은 VR 기기에 집중할 것이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회사들이 이슈를 끌고 가는 것이 나쁘지는 않아 보입니다. 삼성과 LG는 스마트폰을 팔고자 하기 보다는 전 세계를 상대로 '경험'을 팔고 싶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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