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필요해
1.
불과 2-3개월 전, 브런치를 재개하며 이런저런 것들을 하겠노라 다짐했지만.. 나의 현실세계에서는 참으로 다양한 일들이 펼쳐지는 바람에 글을 쓸 여유 따윈 느끼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전쟁 같은 일 분 일 초였지만, 더 이상 지나간 일들을 곱씹어 생각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평정심과 일상생활을 되찾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해왔다.
하루하루 새로운 퀘스트들을 쳐내는 사이, 글에 대한 나의 의지와 애정, 동경심 같은 것들은 생각보다 쉽게 삭아가고 있었다. 나름 글쓰기를 잘하지는 못해도 즐겨한다 생각했는데, 그것은 의무와 책임의 범위가 매우 작은 어린 시절의 나였을 뿐. 감당할 것이 많아진 nn살의 나에게는 택도 없는 사치였다. 이 역시 '네가 게을러서 그래'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어쩌랴. 글을 쓰는 시간만큼 임박한 과제들의 마감일도 찾아와 버리는걸.
2.
다행히 머릿속엔 항상 '언젠가 또 한편 써야지'라는 다짐이 언제나 둥둥 떠다녔다. 그래, 한번 쓰기 시작하면 한 편정도는 쓸 수 있지. 쉽게 쓸 수 있지. 그러니까 키보드를 다시 쥐어야지. 올해의 나의 의지를 잊지 않기 위해 마음 한편에 계속 가지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조상님들이 남기신 말 중,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나 '시작이 반' 같은 '시작'과 관련된 글귀는 사람들 사이에서 굉장히 자주 회자되곤 하는데,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처음 실천하기 어려워서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시작은 크고 위대한 행위이기에 부담스러우면서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해야 한다. 옛사람들 말 틀린 게 하나 없다.
3.
끊임없는 시작을 통해 의지를 강화하고 습관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몇 년 전에 회사 동료들과 한 적이 있다. 이른바 '100일 프로젝트'였는데, 주제가 참 다양했다. 내가 이 브런치에서 했던 '시 필사', 한 문장이라도 좋으니 꾸준히 작성했던 '글쓰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동료들에게 주제에 맞는 선곡을 해주는 '주크박스', 잘게 잘게 책을 완독 하는 '독서' 등등.
하루에 해야 하는 태스크는 불과 5-10분 정도만 들이면 되는 작업이긴 했지만, 저 작은 행위가 백일 이상 꾸준히 반복되면 나의 습관이 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하나하나 정말 열심히 참여했다.
지금이야 몇 년 전 일이라 결국 그때 쌓아왔던 루틴이 흐지부지 되었지만, 저 때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다시 브런치를 시작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시 글 쓰는 일을 습관으로 삼고자 한다.
4.
글을 잘 쓰고 싶고, 좀 더 조리 있게 생각하고 말하고 싶다. 오늘의 글을 지금 다시 읽어보면 엉망이지만(심지어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감도 안 잡히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시작을 쌓아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생각나는 대로 써도 아주 멋진 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 있다. 이를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일단 브런치에 들어와 냅다 로그인을 하고 글쓰기를 시작해야한다. 한 단어를 쓰더라도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결국 스스로의 변화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