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시내를 돌 일이 있어서 좀 먼 거리를 헤메고 다닌 하루였다.
버스에 몸을 싣고 가다 문득 예전에 살던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을 스쳤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다가도 다시 사랑하고 미워했다가 미안해하고 원망하고 후회하고-
길거리 돌담벽의 벽돌 하나하나 감정의 층을 켜켜이 쌓아 만든것같은 거리도, 어차피 지나고 나면 그저 무한히 많은 골목 중 하나의 골목길일 뿐이다. 지금 걷고 있는 길과 마찬가지로...
그리 생각하니 묘한 안도와 함께 압도적으로 밀려오는 쓸쓸함에, 나는 창밖을 더이상 바라보지 못하고 그만 고개를 떨궈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