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_산 카를로스 데 바릴로체
아르헨티나를 먼저 다녀온 친구는 공항에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은 햄버거에서 진짜 소고기를 발견했다고 했다. 풍부한 육즙과 식감에서 아르헨티나에 왔음을 실감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로 들어가서는 싸고 맛있는 소고기의 천국을 봤다고 했다. 친구는 아르헨티나에 가면 소고기를 먹어보라고 했다. 아니 소고기를 먹으려면 아르헨티나를 가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바릴로체가 최고라고 했다. 그래서 왔다. 직항이 없었지만 코르도바까지 올라가 경유해서 다시 내려오는 고생길을 선택했다. 아침에 출발했지만 바릴로체에 도착하니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었다. 숙소엔 나를 봤다고 하는 3명이(나는 기억나지 않지만) 먼저 묶고 있었다. 각각 쿠바, 우유니, 산티아고에서 만났다고 하는 그들은 소고기를 사 와 와인을 곁들인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다. 맛있어 보였다. 한 점 얻어먹고 내일 유명하다는 식당으로 가 스테이크를 먹고자 마음먹었다.
다음 날, 엘 칼라파테에서 함께 했던 S형이 바릴로체에 들렀다. 마침 날씨도 좋았기에 깜빠나리오 구경을 먼저 가고 저녁에 식당을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깜빠나리오에 도착했다. 리프트를 탈 수도 있었지만 정상이 높아 보이지도 않고 돈이 아깝기도 해서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생각보다 숨이 찼지만 그 정도는 참아야 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 걸어오느라 흘렸던 땀을 바람이 식혀주는 시원함이 있었고, 푸른 호수와 설산을 바라보는데서 오는 시원함이 있었다. 전망대에 있는 카페에서 산 맥주를 들이켜면 그 시원함은 배가 되었다. 바릴로체에 오면 꼭 들르라고 할 만큼 경치는 아름다웠다. 혹자는 남미의 알프스라고 한다. 알프스를 가보지 않아서 비교를 할 수 없었지만 깜빠나리오에서 바라보는 풍경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자 이제 소고기를 먹으러 가보자. 올라올 때와는 다른 길로 고생하며 내려왔고 버스를 타고 되돌아왔다. 지도를 참고해 찾아간 식당은 그러나 브레이크 타임. 어디를 갈지 고민하던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저녁 오픈 시간이 8 시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적어도 6시부터는 피크타임이 아닌가. S형은 바릴로체를 떠나는 9시 비행기가 예약되어 있었고 식당 오픈에 맞춰 저녁을 먹는다면 비행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S형과 함께 하는 소고기는 포기하고 아쉬움에 맥주나 마시다 형을 보내줘야 했다.
혼자라도 갈까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렇게 된 상황에 맛있는 것을 먹더라도 맛있다고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유명한 식당일수록 혼자서 들어가지 못하는 소심함이 발목을 잡았다. 숙소로 들어와 혹 같이 갈만한 사람이 있나 찾아봤다. 여자 두 명이 있었지만 나는 사람을 가린다. 처음 마주쳤을 때 어색하게 시작했더니 그 후로도 계속 어색하다. 심지어 같은 방이었는데 말이다. 고민하다 갈등하다 시간은 늦어지고 밖에 나가기는 싫어져서 결국은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젠장이라는 말이 절로 흘러나왔다.
바릴로체... 소고기 먹으려고 여기를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