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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현 May 01. 2019

살면서 한번쯤은 하늘을 날아봐도 좋겠다

아르헨티나_부에노스아이레스

결국 궁극의 액티비티는 스카이다이빙이 아닐까. 인류의 오랜 소원이었던 하늘을 나는 것을 잠깐이나마 체험해 볼 수 있고, 자유낙하하는 순간의 짜릿함은 비할 데가 없어 보였다. 물론 모든 것은 상상의 소산이었다. 스카이다이빙이 벌칙이 될까봐 기겁을 하는 연예인을 볼 때마다 왜 좋은 기회를 두려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실제로 해보기 전까진 생각을 말로 뱉어낼 수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스카이다이빙을 꿈꿨다. 호주에서의 두 번의 시도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이루어지지 못한 지 4년 만이다. 처음에는 이과수에서 뛰려고 생각했었지만 다이빙 포인트가 이과수 바로 위는 아니라는 말에 실망해서 조금은 더 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선택했다. 도착하자마자 예약을 했지만 예약 전날 비로 인해 취소되었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다음날로 연기했지만 마찬가지로 비 예보가 있어 비행이 가능할지 미지수였다. 나는 스카이다이빙과는 인연이 없는 것인지 의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없다. 약속된 픽업장소로 나간다. 네 번의 시도만에 드디어 스카이다이빙을 할 순간이 바로 앞으로 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차를 타고 두 시간 떨어진 곳으로 갔다. 정식 투어차량이 아니다. 아마 스카이다이빙 강사이거나 센터의 직원일 것 같은 사람의 차를 얻어 타고 스카이다이빙센터로 향했다. 하늘은 맑았고 이미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와 낙하산들이 보였다. 오늘은 분명히 할 수 있겠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대기소 안에서 스카이다이빙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의서 및 서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런 동의서를 보면 최악의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하게 되지만 사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내 차례가 왔다. 장비를 착용하고 나와 함께 뛸 강사를 졸졸 따라 경비행기에 올라탔다. 후져 보이는, 이게 제대로 날 수나 있을까 싶은, 제대로 문이 있는 것도 아니라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경비행기가 이륙했다. 날긴 나는구나 싶을 때 눈에는 구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 구름은 나보다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구름보다 더 높은 곳에서 뛴다는 생각과 아주 작아 보이는 지상의 것들, 순간 떠오르는 안 좋은 생각들이 겹쳐, 뛰어내리기 전이 가장 흥분되고 가장 무서웠다. 나보다 출입문 쪽에 가까이 앉은 팀이 먼저 뛰고 나에게 준비를 시킨다. 자리를 고쳐 앉고 마음속으로 준비를 하기도 전에 내 몸은 이미 비행기 밖이었다.


나로서는 어영부영 뛰어내렸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자유낙하 시간은 끝나버릴 줄 알았지만 예상보다 낙하시간은 길게 느껴졌다. 강하게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은 내가 낙하 중이란 것을 증명하고 있었지만 도무지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은 지상의 모습은 약간 비현실적이었다. 그만큼 10000피트는 높은 곳이었다. 한참을 떨어져도 여전히 하늘에 있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구름을 가르고 카메라를 향해 손짓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땅 위의 것들이 점점 뚜렷해지고 지금쯤이면 낙하산을 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순간에도 계속 떨어졌다. 혹시 낙하산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유낙하하고 있다는 짜릿한 기분이 나를 압도했다. 조금 더 즐기고 싶다 느낄 때쯤 낙하산이 펴졌다. 30초라고 했다. 30초가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는지 인간의 인지능력에 대해 의심해볼 만한 순간이었다.

낙하산이 펼쳐진 이후로는 2차 액티비티였다. 이제는 패러글라이딩이다. 순조롭고 완만하게 착륙하는 대신 급격한 선회비행을 통해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더 스릴 있고 무서웠던 것은 낙하시간보다는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요동치는 순간이었다. 한동안 정신없이 요동치던 내 몸은 지면이 가까워져서야 안정적인 비행을 할 수 있었다. 드디어 두발을 땅에 딛는 순간, 나는 나를 인도해준 강사와 진한 포옹을 하고 연신 땡큐 땡큐를 연발했다. 


짜릿하고 즐겁고 무섭고 흥분이 되는 경험이었다. 나보다 먼저 뛰었던 한 사람은 인생에 있어 한번쯤은 해볼 만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번이면 족하다고 했다. 또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 순간은 나도 동의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고 마음이 진정되니 스카이다이빙은 하면 할수록 재미있을 것 같았다. 다만 30만 원에 달하는 가격이 언제나 부담될 뿐이다. 나는 또 해보고 싶다. 다만 다음에는 조금 더 아름다운 곳에서 뛸 수 있기를 바래본다. 


(강사의 퇴근을 기다려야 했기에 늦은 오후까지 다른 사람들의 비행을 구경해야 했다.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중간에 돌아가는 버스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건 미리 말해줘야지. BA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할 사람이라면 돌아오는 교통편까지 미리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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