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시 창작 합평 과목을 두 과목 수강하고 있다. 그런데 이전에 다른 수업에서는 세부 전공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는데, 합평 과목들을 수강하다 보니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내 세부 전공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경우가 생겼다.
사실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하면서 세부 전공을 나눈 적도 없었고, 이에 대해 언급된 적도 없었기에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이는 대학원 세부 전공처럼 거창한 것은 아니고, 개인 별로 추구하는 방향을 묻는 것이었다. 시, 소설, 희곡, 아동문학, 평론, 기타 등등.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세부 전공은 시, 소설, 평론이다. 시와 소설은 원래 좋아했고, 평론은 문창과 공부를 하면서 새로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시는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좋아했지만 거의 25년 정도 시를 쓰지 않았다. 대신 많이 읽기는 했는데, 다른 이들의 시를 읽고 느끼며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나는 시를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를 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느낀다. 고등학생 때나 대학생 때는 멋 모를 때니 그냥 막 썼지만, 시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고 생각하게 되면서 더 어렵게 느껴진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 학기에는 몇 편의 시를 써보았다. 합평을 위해서, 과제를 위해서. 하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합평에서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당연하다. 나의 고민과 노력이 부족한 결과다.
앞으로 몇 편의 시를 더 써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감은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나의 현재 수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나아질 여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업 시간에 배우는 내용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시 창작 이론에 대해서는 작년에 몇 과목 수강한 적이 있지만, 실제 시 창작에 적용해 본 것은 아니었고, 이번 학기에 실습으로 처음 시도해 보게 된 것이다. 아직 배우고 있는 부분도 있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약간의 감을 잡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수업 시간에 교수님들께서 여러 번 추천해 주신 책들, 오규원 교수님의 <현대시작법>과 조동범 교수님의 <묘사 진술 감정 수사>을 읽고 있다.
조동범 교수님 책의 내용은 강의 내용과 유사한데, 이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를 해 주시기 때문이다. 책으로 읽는 것도 좋지만 강의 내용으로 듣고, 특히 실시간 세미나로 듣는 것이 더 좋은데 시를 좋아하는 문학도나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현대시작법>은 워낙 유명한 책이고 바이블 같은 책이지만, 나온 지 좀 오래돼서 '구식'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읽어 보면 도움이 될 내용이 많다.
이 외에도 시 창작 방법론을 보면, '어떻게 써라' 보다는 '이렇게 쓰지 말아라'가 더 많은 것 같지만, 그러한 것이라도 알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 더불어, 좋은 시와 안 좋은 시를 구별할 수 있는 안목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다. 그것은 '느끼는 것'이기 때문일까?
시는 여전히 어렵다. 읽기도, 쓰기도, 느끼기도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저 편에서 나를 유혹한다. 그 손짓을 거부할 수가 없어서 계속 다가가려 한다.
내가 스스로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올까? 내 시를 다른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