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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킴 Jul 22. 2023

티타임은 우리 마음가는대로

이번 주 내내 회사를 나가는 동료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하루에 티타임만 3-4개씩 잡혔고, 그게 이번 주 내가 출근해서 시간을 가장 많이 쏟은 일이었다. 티타임을 잡으며 세웠던 계획은 공통 질문을 만든 다음, 동료들에게 이 공통 질문을 물어보고, 모든 티타임이 끝난 금요일에 질문에 대한 동료들의 답변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내가 준비했던 공통 질문은: 


1. 회사에 대해 아쉬웠던 점, 좋았던 점

2. 협업하기 좋았던, 그렇지 않았던 PM 

3.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회사를 고를 것인지


그런데 모든 티타임이 끝난 금요일엔 따로 정리할 게 없었다. 노트북 없이 가볍게 나온 동료들에 맞춰 나도 노트북을 덮고 대화를 나누었으며, 티타임은 공통 질문대로 흘러가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대화는 길어졌고, 의외로 일과 회사를 떠나 커리어나 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등 내밀한 이야기들도 많이 오갔다. 우리의 대화가 서로에 대한 마지막 대화일 수도 있겠다고 느껴서 그랬던 것 같다. 


첫번째 공통 질문인 ‘회사에 대한 아쉬운 점’에 대한 답변은 대동소이했다. 


회사가 계획한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쉽다고들했다. 회사에 대해 아쉬운 점은 자연스럽게 세번째 공통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어졌다. 다들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회사를 고르시겠어요? 


‘흑자 회사’ 


지금 회사와 개인이 처한 상황을 직면했을 때 너무 타당한 답변이었다. 나는 이 질문에서 조금 더 나아가 ‘업계가 달라도 흑자 회사면 되나’, ‘컬처핏도 상관없이 흑자 회사면 되는 건가’, ‘회사 리더십은 어떻게 판단할 건지’도 물어보았다. 


재무제표 같은 공식 지표를 제외하고, 바깥에서 회사 내부 리더십과 조직 분위기를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대부분은 여기에 대한 답변으로 특정 회사를 지원하기 전 직원이나 HR담당자와 커피챗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좀 뼈를 때렸던 건 2번 공통질문이었다. 협업하기 좋았던 PM과 그렇지 않았던 PM은? 이 질문은 개발자, 디자이너에게 했던 질문이다. 


사실 여느 회사나 개발자, 디자이너가 PM에게 바라는 건 비슷한 것 같다. 개발자는 PM에게 명료한 정책, 최대한 구체적인 스펙 정의를 요구한다. 디자이너는 PM이 문제를 들고오길 바라지 해결책을 들고오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맞는 말이다.) 


이번에 희망퇴직을 신청한 동료들 몇은 이런 게 지켜지지 않은 것에 무력감을 느껴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회사든 특정 직무이든 그 자리에 요구되는 기본 명제를 지키지 않으면 사람들은 떠나간다는 걸 피부로 체감한 한주였다. 


티타임은 서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싶은 만큼 하느라 캘린더에 잡아뒀던 30분을 넘기는 게 다반사였다. 대화의 물꼬는 사람마다 다르게 확장됐다. 


퇴사하는 동료들은 산티아고 순례길 순례부터 발리까지 갈 곳들이 정해져있었다. 쉬면서 미래를 계획할 생각에 약간씩 상기된 얼굴들을 보리 부럽긴했다. 기다릴 만한 미래가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확실히 밝아보였다. 내일도 테헤란로로 출근하는 나는 회사와 다시 2인3각 경기를 맞춰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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