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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쫄깃한 리뷰 Jan 04. 2022

뒷북 리뷰: <기생충>

영화 기생충의 성공 이유

2019년에서 2020년 5월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들이 우리 생활을 흩고 지나갔다. 하지만 단연코,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국내와 국외 등 환경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성공과 화제성을 모두 획득한 콘텐츠는 손에 꼽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영화 ‘기생충’이다.



영화 기생충(Parasite)은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제92회 미국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영국 아카데미, 한국의 청룡 영화제 등 많은 나라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흥행 측면에서도 압도적이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모조(Mojo)’에 따르면, 기생충의 월드와이드 매출액은 약 2억 6천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황금종려상’을 수상작 중 1위의 흥행 성적의 기록이다. 그 외에도 기생충 포스터의 독특한 모습을 이용한 밈(meme)이 온라인에서 유행을 타기도 했고,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은 통역사가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는 등, 영화의 부가적인 측면에서도 화제성을 이끌었다.



기생충은 이처럼 영화로서 개봉 후 1년간 압도적인 성공을 보였다. 이 성공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수상과 매출에서 끝나지 않고, 화제성과 재미를 모두 가져간 종합 1등의 콘텐츠라 할 수 있다. 기생충의 성공 이유는 여러 가지 복합적 측면이 있겠지만,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영화로서 기생충이 갖고 있는 본연의 훌륭함이다. 영화는 영상, 서사, 음악의 복합예술 산업이다. 기생충의 서사는 독특하다. ‘계급’을 키워드로 서사를 이끈다. 이 ‘계급’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불평등’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계급’과 ’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기생충의 서사에 일정 부분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대중들의 공감만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만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매력을 가중시킨다. 기생충에서는 상류층과 하류층 간의 투쟁과 싸움, 정당한 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생충의 상류층들은 그런대로 훌륭한 사람들이고, 딱히 악의적으로 행동하는 속물로서 모습이 크게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류 계층들의 거짓과 사기 그리고 배신 등을 통해, 기존 대중들이 갖고 있는 ’ 계급 사회’의 편견에서 벗어나, 영화의 신선함과 흥미로움을 유발한다. 영상미 역시 뛰어나다. 특히 많은 평론가들이 감탄하는 장면이 있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동익(이선균)의 집에서 기택(송강호)의 가족들이 어렵사리 뛰쳐나와 집으로 향하던 중, 긴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다. 빗줄기의 수직성과 계단을 통해 기택의 집으로 내려가는 수직적인 모습들은 관객들에게 ‘계급사회’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기생충의 음악은 다른 것들에 비해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스릴을 돋보이게 했고, 저음의 답답함을 통해 하류층의 모습을, 현악과 아리아 등을 통해 상류 사회를 나타내는 등 영화의 이미지를 충실히 구현해냈다. 



둘째, 이색적이고도 계획적인 마케팅 방법이다. 개봉 전에 기생충은 내용을 철저하게 관객들에게 비밀로 했다. 포스터의 배우들은 검은 박스에 가려졌다. 예고편 역시 내용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기생충이라는 독특한 네이밍 등 대중과 관객들로부터 영화로 하여금 거리를 두게 했다. 심지어 극 중 중요한 반전의 역할을 맡은 배우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마케팅 측면에서 내용의 비밀주의를 택했다. 이 비밀주의는 대중의 자연스러운 참여로 이어져, 영화의 스포일러를 주의하자는 관람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개봉일 역시 계획적이었다. 국내서 기생충이 개봉된 날은 19년 5월 30일이다. 하지만 기생충은 26일, 한국 영화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시상하면서 미디어와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됐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5월 24일까지 별 변화가 없는 검색어는 기생충이 26일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과도한 비밀주의 마케팅, 영화의 서사와 배우를 감춤으로 기생충은 대중들의 선택권을 스스로 제한했다. 하지만 그 비밀은 ‘황금종려상’ 시상과 맞물리면서, 대중들에게 큰 궁금증, 호기심을 유발해냈다. 기생충의 아무런 정보를 알 수 없던 대중들은 ‘세계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한국 영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국내 천만 관객들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해외에서도 비밀주의 마케팅은 이어졌다. 하지만 기생충의 해외 영화 배급을 맡은 ‘네온’은 입소문 전략을 택했다. 미국은 외국어 영화에 취약한 시장이다. 그렇기에 네온은 20주 차에 걸쳐 배급관을 서서히 늘렸다. 처음에는 뉴욕과 LA의 3개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는,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네온은 이 입소문의 반응에 맞춰 극장을 늘려갔다. 이 외에도 영화를 주변인들과 즐길 수 있도록, 영화와 관련 있는 물품들(포스터의 검은 상자, 복숭아)을 관객에게 나누어 주는 등,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주변인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했다.



셋째, 개봉 당시의 타이밍이다. 영화 기생충의 제작사 ‘바른손이엔에이’의 대표 곽신애는 사실, 기생충의 흥행을 500만~700만 정도로 봤다고 한다. 워낙 독특한 시나리오의 영화인 점과 극장 비수기라는 5월에 개봉한다는 점을 들어 추론을 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곽신애 대표와 비슷하게 예측했을 것이다. 결국 기생충이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에는 ‘타이밍’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타이밍은 결국 운이다. 비밀주의 마케팅을 펼친 영화 기생충이 만약 ‘황금종려상’을 수상 못했다면?, 그 결과가 미디어에 노출이 안됐다면?
지금 국내 천만의 흥행을 유지 못했을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또한 미국 관객들이 자막 영화에 대해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자막을 보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여 못했을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수상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 자막에 거부감이 없는 해외 관객들의 존재, 큰 홍보 없이 미디어와 뉴스에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 등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다. 

결국 이런 요소들이 어우러진 타이밍이 기생충 성공의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 타이밍은 앞서 얘기한 작품 본연의 훌륭함과 홍보, 마케팅 등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밖에 존재할 수 없다. 완벽한 타이밍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위의 두 요소가 훌륭하지 못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영화 기생충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이유는 훌륭한 영화적 요소, 마케팅, 타이밍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성적 서사, 영상미와 음악을 통한 대비 묘사 극대화, 비밀주의 마케팅, 권위 있는 영화제 시상에 따른 미디어 노출, 해외 차별화 마케팅 전략, 그리고 타이밍 등을 그 요소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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