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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기 Sep 17. 2023

보고서 쓰기의 시작

누구? 왜? 무엇을?

월요일 아침, 공연기획 1팀의 주간 업무 회의

"ㅇㅇ페스티벌을 우리 팀이 맡게 됐어요. 부장님께도 말씀드려야 하는데... 이미 다들 일이 있네요"

팀 업무리스트를 살펴보며 김팀장이 말했다.

"흠... 그럼 별님이 부장님께 페스티벌 보고 약식으로 준비해 주세요. 자료는 제가 메일로 보낼게요"
"네?.. 네 알겠습니다"

공연기획 2년 차 홍별은 처음으로 보고서 작성을 단독으로 맡게 되었다. 평소엔 사수인 김대리가 요청한 자료 조사나 보고서 일부를 작성했었다. 회의가 끝나고 홍별은 자기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일단 알겠다고 했는데 뭐부터 해야 하지? 부장님한테 페스티벌 약식 보고...'
고민하던 홍별에게 평소에 친절하게 업무를 알려주던 김대리가 찾아왔다. 

"별님 제가 부탁드렸던 일은 제가 할 테니 팀장님이 요청하신 일에 집중하시면 돼요"
"네네 감사합니다. 근데 대리님 제가 보고서 작성은 처음인데 뭐부터 해야 할까요?"


당신이 친절한 김대리라면 처음 보고서 쓰는 홍별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까요? 

혹은 홍별같이 처음 보고서 작성을 맡게 되면 뭐부터 하시나요?





보고서 작성에 앞서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하는 건 보고서는 화려한 PPT나 두꺼운 문서 뭉치가 아니다. 


0. '보고서는 말이다'

 우리는 카페나 술집에서 친구와 몇 시간씩 수다를 떨 수 있고, 핸드폰으로 DM와 카톡도 잘 보내고 회사에서도 사내 메신저나 이메일로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어떤 요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보고서 작성 업무만 맡게 되면 머리가 하얘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막막해진다.  하지만 보고서의 본질은 말이다. 회사에서 주로 쓰이는 형식이 보고서일 뿐, 어떤 내용에 대해 내가 할 말을 정리하고, 그 할 말에 근거가 되는 자료를 추가하고 그걸 보기 좋게 정리하면 보고서가 된다.  

 당신이 친구와 주말에 캠핑을 가고 싶다면 "친구야 우리 만난 지 오래됐고 요새 캠핑 유행이라던데 주말에 캠핑 갈래?"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이런 말을 보고서 형식으로 만든다면..


허접하지만 이런 느낌이 아닐까

보고서라는 단어에 너무 겁먹지 말고 일단 '말'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일을 시작하기 수월하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보고서 작성을 시작한다면 아래 3가지를 먼저 생각해 보고 답을 찾아보는 게 좋다. 


1. '이 보고서를 누구한테 보여주지?(이 말을 누구한테 하지?)'

 내가 쓴 보고서를 볼 사람이 먼저 중요하다. 누구한테 보여주느냐에 따라 같은 내용도 전달하는 정보의 양, 전달하는 방식이 바뀐다. 만약 당신이 토익 시험을 쳤고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를 친구나 부모님께 말할 때와 영어 선생님께 말할 때 2가지 상황을 생각해 보자. 친구나 부모님이라면 '몇 점이다, 잘 봤다, 못 봤다' 대략적인 토익 성적을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영어 선생님에게 말한다면 '몇 점이다. 문법에서 많이 틀려서 이쪽을 보강해 달라 혹은 듣기에서 많이 틀려서 어떻게 연습하면 좋을지 알려달라' 등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게 당신에게 더 도움이 된다. 회사에서도 내 업무 현황을 팀장님과 대표님께 각각 얘기한다면, 팀장님에겐 '지금은 보고서 작성 중이다, 자료 조사 중이다 등' 좀 더 실무적인 내용을 포함하여 업무 현황을 공유하고 대표님에겐 디테일한 실무 내용보단 'ㅇㅇ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와 같이 좀 더 굵직한 내용을 전달하는 게 적합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상대방이 갖고 있는 직책과 지위 그리고 배경지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해야 하는(말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자.   


2. '이 보고서를 왜 쓰지?(이 말을 왜 하지?)'

 다음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 보고서의 목적이다. 이 보고서를 상대방한테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 상대방이 이걸 보면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 그 목적에 따라서 보고서에 담아야 할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사업 현황 파악이 목적이라면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현황을 파악할 수 내용들이 필요하고, 사업 개선/보완이 목적이라면 현황과 함께 아쉽거나 부족한 점을 찾고 개선 방안이 내용으로 포함되면 적합할 것이다. 

 보고서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 업무를 지시한 상급자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다. 팀장님에게 '이 보고서의 목적이 뭔가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고, 한번 스스로 고민해서 '팀장님 보고서에 A, B, C 정도 내용으로 정리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물어볼 수도 있다. 


3. '보고서에 뭘 쓰지?(무슨 말을 하지?)'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쓸 내용(할 말)이다. 드디어 본격적인 보고서 쓰기의 단계이다. 무슨 내용을 쓸지는 앞서 말했던 보고 대상과 목적을 계속 고려해야 한다. 사업 현황 보고서라면 'A 사업의 매출과 비용이 ~~ 해서 작년보다 성과가 더 나옵니다/안 좋아졌다'라 할 수 있고 제안서라면 '~~ 해서 A를 해야 합니다'라고 목적에 따라 할 말을 구체화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자료에서도 보고 대상과 목적에 따라 할 말이 달라질 수 있다. 처음 나왔던 홍별이 팀장님에게 받은 페스티벌 관련 메일이 아래와 같다.

ㅇㅇ 페스티벌
-행사 시간은 16~21시, 작년과 동일하게 가수 공연 예정
-작년에 비해 넓은 부지 확보하여 프리마켓 및 푸드 트럭 등 15개 업체 참여 예정(업체 참가비 500만원)
-페스티벌 티켓 5000장, 1.5만원으로 판매 예정(작년 3000명 매진, 티켓 가격 1만원)
-작년보다 행사장 규모가 커져서 진행요원 40명 필요(작년 20명)
-규모 증가로 인해 행사 시작 전후 1시간 동안 셔틀버스 운행 예정(작년 미운행)

 만약 부장님께 페스티벌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 예정인지 보고를 한다면, 작년 대비 규모가 커진 점이나 새로 추가된 프리 마켓과 푸드 트럭 등 새로운 행사 내용, 티켓 가격 인상 및 업체 참가비로 인해 매출이 증가한다는 점 등을 보고할 법하다. 반면 페스티벌 현장 관리자에게 내용을 공유한다면, 증가한 진행요원 수나 셔틀버스 운행에 따라 참가자들 안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더 중요할 것이다. 결국 같은 자료에서도 보고 대상과 목적에 따라 내용을 취사선택해야 할 수 있다. 


보고서 작성 시, 계속 염두해야 하는 3가지

 나도 보고서를 쓰다 보면 '누구'와 '왜'를 잊고 관성적으로 보고서 쓸 말을 방향 없이 찾거나 쓰는 실수를 자주 한다. 만약 처음부터 위의 3가지를 탄탄하게 잡고 간다면 더 빨리 덜 고치고 보고서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 위의 3가지에 대한 답을 잡아두고 주변 동료나 상사에게 확인해 본다면 더 좋은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번 틀려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것보다 차라리 보고서 작성 전에 위의 3가지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팀에서 논의하는 걸 추천한다.


요약

보고서는 말이다. 너무 큰 부담을 갖지 말고 친구한테 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해 보자. 

보고서 작성을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누구한테, 왜, 무엇을' 3가지에 대답을 잡아보자. 더 빨리 덜 고치고 보고서를 쓸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참고 서적

- 실무에 바로 쓰는 일잘러의 보고서 작성법 (김마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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