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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Jun 02. 2024

창의력을 죽이는 10개의 '악마'

리처드 홀먼의 <크리에이티브 웨이>

창의력을 죽이는 악마를 물리치는 방법이라, 제목에 혹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어떤 악마가 도대체 창의력을 죽이는 걸까. 그 면면을 보자.


미루기

백지

의심

관습

제약

비판

도둑질

우연

실패

실망


감이 오는가?


무엇인가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간 사람들과 함께 한 악마들이다. 또 앞으로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악마이다. 이외에 또 다른 악마가 있을까. 

    

백지의 악마, 크리에이티브 웨이

                                                                               

'콘텐츠가 왕이다'라고 일컬어지는 세상에서 오늘도 우리는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강박에 몰려 산다. 인스타그램에 누군가 올린 사진을 보고, 나도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움직여야 하고 마음이 열려야 한다. 필요한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미루기 악마가 내 곁에 와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내가 움직여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움직이게 할 수 없다. 


"예술가나 작가로서 작품을 창조해 내는 관성을 만들어내는 일이 바로 우리의 몫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두려움과 의심, 게으름이라는 방해물을 맞닥뜨리며, 이들을 극복해야 한다. 이 과정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바퀴를 굴릴 때처럼 많은 힘이 필요하다."-30쪽, <크리에이티브 웨이>중에서


비판의 악마, 크리에이티브 웨이


광고기획과 제작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크리에이티브 코치로도 활동하고 있는 리처드 홀먼은 독자들에게 잃어버린 것들, 누군가에게 빼앗긴 것들, 혹은 스스로 알게 모르게 놓쳐버린 것들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악마'로 비유해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 <크리에이티브 웨이>에서 역사상 우리가 사랑하는 혹은 화제를 낳은 인물, 수많은 작품을 남긴 사람들,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 취한 행동을 살펴보고 그들 속에서 찾은 악마 10가지 유형을 통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말한다.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한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위대한 발견을 만들지 않았는가. 혹자는 그조차도 끊임없는 생각의 결과라고도 한다. 


"하지만 영감을 발견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중단할 때 신경 시스템은 이성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제한된 프로세싱 파워에서 즉시 벗어난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통찰력 있으며 강력한 무의식 신경 네트워크로 이동한다. 그래서 샤워나 설거지할 때 또는 막 잠에서 깨어났을 때 소위'아하!'의 순간이 일어난다."-46쪽, <크리에이티브 웨이> 중에서


크리에이티브 웨이의 표지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위대한 인물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휴식은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발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백지를 보더라도 쫓기지 말자. 마음이 급하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나는 이 책에서 한 가지 건진 게 있다면, 뭔가를 더 하려고 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빼자는 것이다. 그 부분이 '의심'의 악마이다. 부족함을 느끼며 자꾸 더 하려고 만 한다. 그게 옳을 때보다는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관습의 악마는 다른 어느 악마들보다 더 자주, '좋음'에서 '위대함'으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고 서 있다. 그러나 당신은 자신의 곁을 어슬렁거리는 관습의 악마와 함께 충분히 창조적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다."-78쪽, <크리에이티브 웨이> 중에서


이미 나와 있는 정답을 찾아가기보다는 답이 없는 것들에 대해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인생의 길이다. 관습은 관습을 낳을 뿐이다. 예술가나 창조자들의 기존 관습을  따라 살았는가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답을 뿌려 줄 뿐이다. 인간의 창조력이 아직 더 요구되고 있다.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결코 혁신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고 말한다. '컴퓨터는 그들이 하는 모든 활동에서 관습의 악마에 사로잡혀 있다'(본문 93쪽 중에서)라고 말한다.


이외에 제약, 비판, 도둑질, 우연, 실패의 악마가 줄줄이 기다린다. 


지금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들은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들을 가져다 새롭게 재조립한 것이다. 새로운 요소들을 가미한다면 그것은 '창조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졸지 말자. '어디서 가져오느냐보다는 어디서 가져가는지'가 중요하다고 한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의 말을 인용해 우리를 안심시킨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다. 


백지의 악마, 크리에이티브 웨이


저자는 또 다른 악마로 '비판의 악마'를 이야기한다. 누군가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들에 대해서 비판을 한다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만 귀를 기울이는 분별된 힘을 갖는 게 필요함을 강조한다


"비판의 악마가 만들어내는 모든 목소리는 그저 목소리일 뿐이다. 이 목소리는 당신을 안내하고 용기를 주고 계속해서 나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 때로는 당신의 예술적 에고를 한껏 부풀어 오르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그 악마의 목소리를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당신이 단지 껍데기로만 존재하게 될 때까지 악마가 창조적 영혼을 갉아먹을지 모른다."-131쪽, <크리에이티브 웨이> 중에서


우리 삶의 주변을 맴도는 이러한 악마들, 다만 어떻게 데리고 다니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불행이나 실패가 언제나 나쁘게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저자가 말한 사례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 저자는 올바른 방식으로만 대한다면 방해가 아니라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의 기회도 있는 것이다. 오래 시간이 지나 실패를 다시 본다면, 그것은 결국 성공의 발판이었을 뿐이다. 저자는 성공을 견인하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라고 말한다.


그러니 실망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우연이 우리를 가보지 않은 길로 이끈다. 일상적인 루틴으로부터 벗어나는 용기를 내보자.  


"무엇보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략은 '깨어 있는 것'이다. 창조 과정에서 매 순간 새로운 가능성에 열려 있어야 한다. 또한 의도적인 결과에 집착하는 바람에 자신을 흥미로운 세상으로 데려갈 대단히 드문 우연의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161쪽, <크리에이티브 웨이>중에서


'도둑맞은 창조성을 되찾는 10가지 방법'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219쪽 분량의 작은 책이지만, 10가지 악마가 알차게 자리 잡고 우리의 선택을 기다린다. 그러니 시간, 환경, 도구 탓하지 말라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제약의 악마는 적이라기보다는 친구다. 당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뤄낸 인물들의 창조 과정을 들여다본다면, 많은 이가 '더 적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은 것을 추구'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110쪽, <크리에이티브 웨이>중에서


어떤가. 내 안에서 꿈틀대는 이들 '악마'를 만나보고 싶지 않나. 우리의 선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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