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스벅에서 캐롤을 듣는 와중에 전화로 지인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설렘이 퍼지는 카페 안의 공기는 내게 서리가 되었다.
숨 쉴 때마다 언 공기로 폐가 그대로 언 것 같고
침을 삼킬 땐 면도날을 삼키는 것 같았다.
징글벨 캐롤을 더 들을 수 없어서 나와야 했다.
지인의 사고사는 황망하고 아깝다는 생각이라지만
자살소식은 아는 자라는 이유로 죄책감이 크다.
무엇이 그를 힘들게 했을까.
끊임없이 생각한다.
자살은 남은 자에게 숙제를 준다.
그는 스스로 영원한 안식처로 갔지만 남은 자들은 숙제를 풀어야만 한다.
죄책감을 안고, 숙제를 푼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간섭을 해야 했던 순간을 곱씹어야 한다.
홀로 있고 싶다 할 때 곧이곧대로 믿지 말걸.
괜찮다는 말이 괜찮지 않다는 신호였음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사소한 장면 하나, 지나쳤던 대화 한 줄까지 모두 재구성하며 끝없이 후회하고 되묻는다.
그의 침묵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가 던졌던 작은 신호들은 얼마나 간절했을까.
이 숙제는 끝이 없다.
무책임한 자신을 꾸짖으면서도, 그를 온전히 구하지 못했던 세상을 원망하면서도, 나는 살아서 이따위 글이나 배설하고 있다.
완벽한 해답 따윈 처음부터 없는 시험 같은 숙제.
그럼에도 남겨진 자들은 또 찾아 헤맨다.
그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이
단 한 가지라도 더 있었던 게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