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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훈 Dec 03. 2019

잘 사는 인생 vs 후회 없는 인생

나한테 맞는 인생이 최고지

요즘 SNS나 유튜브를 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퇴직을 하고 스마트 스토어나 블로그, 유튜브를 통해 돈을 벌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 나만 빼고 모두 완벽한 사람처럼 보인다. 


인스타만 보면 요즘 사람들은 다 돈을 잘 버는 거 같다. 주말엔 한 번쯤 가야 하는 핫플레이스를 방문하고 요즘 핫하다는 에어팟 프로, 아이폰 11, 새로 나온 패딩 등등. 손가락으로 사람들의 피드를 훅훅 내리며 명하니 있으면 자존감이 낮아지는데 십 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런 생활 패턴 외에도 자기 관리에도 흠이 없어 보인다. 인스타만 보면 근육질의 몸매를 가진 남자, 누가 봐도 탄탄한 몸매를 가진 여자가 이 세상에 그렇게 많았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맛집도 가봤고 애플에서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사보기도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하고 책을 읽으며 자기 계발을 해봤다. 뭐가 부족한 걸까?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든다. 무엇이 아쉬운 건지 잘 몰랐다.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하니 조금씩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다. 나는 맛집을 가지 않아도 5,000원짜리 기사식당에서 오늘의 메뉴를 먹어도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이었다. 더욱이 그런 맛있고 저렴한 메뉴를 인스타 스토리에 올리며 가성비 대박이라고 자랑하는 사람이었다. 아이폰 7을 쓸 때나 Xs를 쓸 때나 나는 똑같은 어플로 씩 웃으며 눈이 없어지는 셀카를 찍는 사람이었다. 풍경 사진보단 누군가와 함께 셀카를 많이 찍는 나는 새로 나온 아이폰 11 Pro가 야간 촬영이 잘 된다는 소리에 부러워할 필요가 없던 것이다. 


이쁜 옷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옷을 사는 것보다 최근 공부하고 있는 미국 주식 한 주를 사는 게 나한테 더 큰 만족감을 주고 내 인생에도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주일에 최소 3번 헬스장에 가면서도 알록달록 딱 붙는 티를 입고 완벽한 몸매를 보여주는 셀카를 찍는 것보다 유일한 취미가 독서와 운동인 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껏 운동에 몰입하는 게 나는 더 행복했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자랑할 몸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나는 체지방을 5%대로 낮추기 위해 여자 친구와 먹는 치킨을 포기할 수 없었다. 샤워할 때 나 혼자 거울을 보며 보이는 복근과 등근육을 감탄하는 걸로 충분하다. 


예전엔 새로 나온 책이나 베스트셀러를 읽으면 SNS에 멋있게 리뷰를 남기려고 끙끙 댔다. 이젠 책을 읽으면 사람이 생각난다. 이 책이 누군가의 생각과 마음을 만져주고 누군가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단 생각에 책을 읽으며 그 사람에게 카톡을 하나 남긴다. 


잘 사는 인생이 뭘까? 나한테 잘 사는 인생은 남들을 따라가는 그 길이 아니고 내가 보기에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기준이 애매하다.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는 것도 중요하다. 최소한이 기본 욕구만 채우면 나는 큰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니깐 특별한 무언가는 필요 없다. 


지금 내 또래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들만 보지 말고 내가 평생을 살아간다고 했을 때 어떤 시야를 가지고 살아야 할까? 결정했다. 남들이 잘 산다고 인정하는 인생보다 내가 죽을 때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기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후회하지 않을지, 나와 함께 평생을 살아갈 예비 신부와 어느 정도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사는 것이 좋은지, 가치를 추구하며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동시에 현실이라는 곳에서 당당하게 살아낼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나와 같은 사람들은 무슨 고민을 하고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아직도 내 머릿속엔 정리되지 않은 질문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신기한 건 머릿속에 이런 질문들이 있으니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에는 누군가가 내려준 답이 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땐 이걸 해야 돼.', '이렇게 해야 남들이 인정해줘.'와 같은 다른 사람들의 정답들이... 내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나한테 맞는 옷은 뭐가 있는지 하나둘씩 입어보는 기분이다. 


조그만 장난감 하나로도 행복했던 때가 생각난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여행은 목적지를 추구하는 것보다 목적지를 향한 여정에 더 큰 의미기 았다고 생각한다. 파리가 내게 기억에 남는 건 밤에 반짝이는 에펠탑보다 파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여유와 파리를 구경하는 관광객들의 설레는 표정에서 느낀 행복이다. 프라하를 다시 가고 싶은 건 프라하에 있는 여러 명소들보다도 여동생과 함께 걸으며 돌아다닌 그 골목골목을 사랑하는 예비 신부와 함께 걸으며 다시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남들이 나를 좋게 평가해주면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죽기 직전의 '장재훈'이 느끼기에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 


아직 내 인생의 목적지는 어딘지 모르겠지만, 또 죽기 직전까지 모를 수도 있지만 최소한 그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하고 후회 없이 걸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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