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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니 Apr 06. 2023

따스한 온기에 마음이 무너지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 위상의 변주

 누군지도 모르는 낯선 남자의 우악스러운 손을 본뜬 석고 캐스트. 맞잡은 손 사이로 느껴지는 온기에 내가 잡고 있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알 수 없는 푸근함을 느꼈다.

 마치 나를 다독거리는 - 거칠지만 커다란 손의 온기처럼,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이 이미 무너져 내렸다.

물질과 열을 매개로 한 김덕희 작가의 작품들은 작품에 관객들이 개입할 여지를 만들면서 각자의 해석의 영역을 풍부하게 해주고 있다.

 만지고 옮기고 만들며 심지어 파괴하는 인간의 손. 작가가 만난 사람들의 손을 본뜬 캐스트는 여느 석고상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 손으로 미묘하게 전해지는 체온의 느낌이 관객이 받아들이게 되는 감정의 차이를 만들고 있다.


 손을 잡는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쉬운 일이면서도 그만큼 친근감을 표현하는 것. 또 맞잡은 손으로 느끼는 ‘사람의 온도’가 마음을 녹이는데, 그런 감정을 석고 캐스트에게서 느껴버렸다.


작은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미묘함이란!


 김덕희 작가의 다른 작품 ‘밤 속에 녹아있는 태양’에도 이런 온기가 주는 구원의 느낌이 더 명징하게 녹아있다. 겹겹이 쌓여 아수라장이 된 공간.  무엇이 옳은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역설적으로 단 한 개의 촛불만이 이 공간을 밝혀주고 있다. 빛과 온도가 주는 안도감, 구원의 느낌이 작가의 작품 속에 잘 녹아있다.

김덕희 - 밤 속에 녹아있는 태양


 이 밖에도 해체와 조합을 통해 회화를 비트는 강원제 작가의 작품이나 핵가족 시대 해체되어 가는 집의 모습을 설치미술로 표현하는 유지원 작가의 작품. 그리고 한 남자의 서재에서 엿보고 말게 된 그 남자의 근원적 공포의 컬렉션 같은 안준영 작가의 작품까지…


 특히 강원제 작가의 작품들은 회화 작품들의 의도적 선택과 배제, 그리고 해체와 조합이라는 그 과정마저 무대 위로 덩그러니 올려 놓아 오히려 더 인상적이었다.

강원제 - 나는 언젠가 사라진다
유지원 - 가치의 재구성
안준영 - 그림자로 쌓인 뼈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하정웅미술관의 청년작가 초대전은 ‘위상의 변주’라는 타이틀만큼이나 도전적이면서도 꽤나 성공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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