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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O Apr 14. 2023

1. 암에 걸린 기분.

'암 메모기'

 심각하다고 하기에는 가볍고, 별 것 아니라고 하기에는 무거운. 나는 갑상선 암에 걸렸다.

진단을 받은 이후로 사람들은 암환자 대접을 해주지만, 나는 황송하기가 그지없다. 어제와 오늘의 내가 다르지 않다. 컨디션은 언제나 안 좋았고, 카페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바뀐 것이 있다면 기분일까? 지난 반 년 간, 체력 없고 의지 없는 스스로를 질책하고 닦달 했다. 스스로를 인간 실격이라 생각하며 이 악물고 또 악물았다.

이렇게 갑상선 암 판정을 받고, 그것의 증상에 대해 듣는 동안. 나는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추락의 이유가 목에 생긴 암 덩어리 때문이라면. 나는 그것을 격하게 환영해 줄 수 있었다.

실은 초기 진단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나는 무언가가 내 몸에서 벌어졌길 바라기도 했다. 그것이 암씩이나 될 필요는 없었지만. 한편으론 내가 가까스로 이겨낸 상대가 녹녹지 않은 상대였다는 사실에는 조금 뿌듯한 기분마저 든다.   


어찌되었건, 나는 암 환자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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