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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I Sep 01. 2020

[책] 오늘부터의 세계 by 안희경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다

초보딱지를 붙인 채 운전에 미쳐있는 나는 주말에도 오직 운전이 하고 싶어서 근교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앨리웨이 광교라는 곳에 다녀옴. 서울에서 거리가 있는 동네에 이렇게 큰 주거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이 정도 수준의 가게들이 있었구나 생각하며 이것저것 검색해보고 재미있게 배웠음. 책발전소 라는 유명한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샀는데 기대보다 더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는 책이라 오랜만에 블로그까지 쓰게 되었다. 서점도 좋았다. 집 근처에 있었으면 정말 자주 갔을 것 같은 서점. 책의 선정이나 소개하는 방식에서도 여성들에 대한 사장님의 응원과 배려가 느껴졌다면 오바인가? ㅎ

아무튼 '오늘부터의 세계' 라는 제목의 책은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는' 책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저널리스트 안희경님이 경향신문 2020 신년기획으로 세계 석학들과 '앞으로 올 세계' 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토론한 내용을 연재했고, 코로나 이후 추가적인 비디오콜을 통해 내용을 덧붙이고 수정하여 책으로 낸 것. 이런 저명한 석학들의 생각을 번역서도 아니고 특히 한국의 상황들과도 연결하여 인터뷰한 내용들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코로나로 인해 그들의 강의,외부강연 등이 중단되어 상대적으로 시간이 생겼고, 비디오콜에 조금 더 익숙해진 상태였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봤음. (그럼 코로나로 인해 더 많은 이런 좋은 책들이 한국의 출판사에서 기획,출간될 수 있는 기회는 아닐까 혹시?) 


이 책이 좋았던 것은 독립적인 사건들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2020년은 참 이상하고 신기하네..이런 일들이 어떻게 한 번에 다 벌어지나' 라고 막연하게 느꼈던 것들이 사실은 하나의 연결선 상에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고 그래서 '코로나 이후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건 진짜로 불가능하구나! 뉴노멀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어!! 방법을 생각해야해!!!' 하고 정말로 생각하게 해주었다는 점.


그러나 장점만큼 분명한 단점들도 있었는데, 빠르게 책을 출간하려고 해서인지 각 석학들의 주장에 대한 Fact check 없이 책을 낸 것 같아서 아쉬웠다. 중간중간 '정말 그렇단 말이야?' 하고 갸우뚱하게 되는 대목들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저자/편집자가 조금 더 조사하여 데이터를 포함한 코멘트를 달아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모든 발언을 맹목적으로 믿어버리기엔 위험하고 의심스러운 대목들이 있었거든. 그리고 맨 마지막의 반다나시바님의 인터뷰는..코로나를 비롯한 최근의 변화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다기보다는 그저 본인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주장을 무한 반복플레이 하는 느낌이라서 맨 마지막에서 풍선에 바람이 쉭하고 좀 빠지는 느낌으로 독서를 마무리한 것이 아쉬웠다. 


좋았던 인터뷰는 제러미 리프킨, 케이트 피킷, 그리고 흥미로웠던 것은 원톄쥔. 


    제레미리프킨은 기후변화로 생긴 결과들이 팬데믹을 만들었다고 이야기. 물순환 교란으로 생태계가 붕괴되었고 이로 인해 전세계가 기상이변을 지속해서 겪고 있으며 이러한 기후재난을 피해 야생생명들이 인간의 서식지로 더욱 가까이 넘어오게 되어 그 야생동물들에 붙어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에 옮겨오게 된 것. 이와 동시에 인간이 야생의 터를 지속 개발(=침범)해나가면서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거리가 계속해서 가까워지고 있기에 앞으로 팬데믹은 더욱 자주올 것이고 그 때마 전 세계는 1년 반 정도씩 봉쇄될 것이라고 했음. 결국 이것이 앞으로 올 뉴노멀이고 우리는 경제,사회,그리고 통치방식까지 여기에 맞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그리고 이러한 팬데믹이 이렇게까지 글로벌하게 타격을 주게 된 이유는 1,2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전세계가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재조직되었고 이로 인해 팬데믹과 같은 글로벌 충격이 왔을 때 세계화된 인프라 모두 장기충격대비장치가 없기에 한 번에 무너지게 된 것이라고도 설명한다. 그렇기에 '정부는 비효율적이고 민영화만이 답이다' 라는 논리는 재고할 필요가 있고, 각국의 정부는 충분히 그 역할을 잘하고 있으며 가장 필수적인 인프라들은 국가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말도. 이 것은 나의 기존 생각과는 조금 달랐던 부분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이었고 내 기존의 생각들에 조금 제동을 걸어주기도. 그는 또 '화석연료비율이 높고 이산화탄소배출량이 매우 높은' 한국이 OECD 국내총생산 세계순위에는 매우 민감하고 기후악당국가라는 오명에는 무감하다고 쓴소리를 했는데 이 또한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흥미로운 제안도 하나 했는데.. 세계 3대 연기금이자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투자자인 한국의 국민연금이 해외에서 그린채권에 많이 투자하고 있는데 아예 한국 정부차원에서 그린뱅크를 만들고 공채를 발행하여 국민연금의 자금이 오히려 한국의 그린채권에 투자하도록 만들면 그린뉴딜인프라를 만드는데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지 않냐고 말함.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인지 '어? 그러네? 왜 그렇게 하지 않지?' 싶긴 한데 이게 얼마나 현실가능하고 말이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신간이라 책의 내용을 너무 적으면 안될 것 같아서 다 뛰어넘고.. 한 명만 더 언급하자면 윈톄쥔.


그는 중국의 유명한 농업 경제학자이며 공동체기반농업운동을 20년 간 이끌어온 사람. 그가 말하는 '왜 코로나의 진원지인 중국은 진정세로 돌아섰는가' 에 대한 답이 매우 흥미롭다. 첫 번째 이유는 중국은 서양의학과 전통의학(중의학)을 혼용해서 치료했기 때문이고 특히 한약을 복용한 환자들 중에 사망한 환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너무나 처음 듣는 이야기이고 저자도 '처음 듣는데요?' 하고 되물으니 그는 중국에서도 중의학이 주류가 아니고 언론 스스로도 이런 발언이 세계의 비판을 받을까 알리지 않고 조심하고 있다고 이야기.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라 바로 구글 검색을 해보니 흐음..중국의 신장지역에서 코로나에 걸리지도 않은 사람들에게도 COVID감염 방지를 위해 한약(Chinese traditional medicine)복용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각국 언론들의 비난을 받고 있음을 확인. #중국은요지경

    Anyway 그가 말한 두 번째 이유는 중국은 아직 50%가 넘는 인구가 (식량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촌에 살고, 그렇기에 아예 마을을 폐쇄하여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 다시 말해 중국은 인구의 절반에 대해서는 케어하지 않을 수 있었기에 빠르게 바이러스를 다스릴 수 있었다는 설명. 이 또한 굉장히 흥미로운(그러나 믿을만한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말이었는데, 그렇다면 산업화가 덜 된 곳들은 다 코로나확진자가 적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근데 그렇진 않은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들지만 그의 인터뷰는 서구중심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프레임으로 사고해볼 것을 촉구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신선하고 또 배우는 것이 있었다. 


책 소개는 여기까지. 똑똑한 분들이 읽고 나와 같이 토론해주셔서 내가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완벽한 책은 아닐 수 있어도 지금 시점에서 곱씹어야 할 중요한 화두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어서 내게는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혼자 또 쓸데없는 생각 하나 했는데, 멍청한 소리라 쓸까말까 망설였지만 여긴 내 블로그니까 말해볼게 ㅋㅋ 워렌버핏이 어제 90세 생일을 맞이해(?) 일본 상위 종합상사 5곳에 약 7조 정도를 투자하면서 화제를 모았어. 많은 이들이 "버크셔해서웨이(버핏네 회사)가 원자재가격이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앞으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승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고, 결국 이 투자는 에너지에 대한 배팅이다" 라고 해석했는데..그런데 이 책에 너무 심취한 나는 그냥 혼자서 '혹시 식량에 배팅한 건 아니야?ㅋㅋ'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ㅋㅋ 아무리 검색해도 그렇게 분석한 기사가 없었기에 그들보다 똑똑하지 않은 내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써보는 음모론 같은 거라 99.9% 틀릴 생각이지만 한 번 이야기해볼게. (댓글로 '이 멍청한 사람아!' 하고 의견 주면 너무 감사)


음모론 시작 : 최근의 기상이변들(동아시아의 기록적인 폭우홍수, 미국호주의 산불)은 결국 글로벌 농산물 작황을 악화시킬 것이고 식량부족상황 발생할 것인데, 이 기상이변은 '이변'이 아니라 장기화될 변화에 가까우므로 결국 전세계 곡물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임. 거기에 더해 각 국가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자금을 푸는 양적완화로 곡물시장에 자금이 몰리게 되었고 결국 곡물가격은 올라감. 식량부족국가가 늘어나고 특히 자급률이 낮은 국가들은 타격이 더욱 심할 것임. 우리나라가 항상 식량자급률(47%)이 타 국가에 비해 매우 낮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일본은 39%로 더 심각. 이른바 도찐개찐, 글로벌하게 한국과 일본 모두 비등비등하게 '심각' 수준인 것인데,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2010년부터 수익다변화를 위해, 그리고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해외 농업부문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음. 아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9년 자료 가져온 것인데 저 리스트보다 두 배쯤 더 되는 투자건들이 2010년부터 지속되어 오고 있음. 


    그래서 나는 혹시 버핏이 원자재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그 시장에 기회가 있어 장기투자한 게 아니라 기후변화가 초래할 결과들로 인하여 식량, 특히 곡물공급부족이 지속될 것이라 판단한 관점에서.. 자국의 식량자급률이 낮으면서 해외 곡물시장에 지속 투자하고 있는 일본 종합상사들에 투자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이었던 것이었다. 절대 아니겠지만 그냥 이런 생각 해보면 재미있고 또 누가 이런 거 보면서 아니라고 지적해주면 내가 배울 수 있으니까 적어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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