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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점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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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 Oct 19. 2015

오늘의 서점 / 150826

@ 합정, 땡스북스 





나는 하루 중 절반의 시간을 서교동에서 보내므로, 합정에 위치한 땡스북스는 가깝고도 먼 서점이라 할 수 있겠다. 홍대, 상수, 합정 인근에서 약속을 잡았으나 시간이 남을 때, 혹은 온라인 서점이 아닌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고 싶을 때 종종 찾게 되는 '동네 서점'.  이곳에서는 온라인 서점과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선 느끼지 못했던 '공간감'을 고스란히 실감할 수 있다. 



나는 하루 중 절반의 시간을 서교동에서 보내므로, 합정에 위치한 땡스북스는 가깝고도 먼 서점이라 할 수 있겠다. 홍대, 상수, 합정 인근에서 약속을 잡았으나 시간이 남을 때, 혹은 온라인 서점이 아닌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고 싶을 때 종종 찾게 되는 '동네 서점'.  이곳에서는 온라인 서점과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선 느끼지 못했던 '공간감'을 고스란히 실감할 수 있다. 


다른 매대 한 편에서는 월간지인 '어반라이크'가 그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터틀넥을 입은 채 범우사의 문고판 서적을 들고 있는 모델 너무 멋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 오래보았는데, 어쩐지 저 문고판 책 너머엔 리즈 시절의 박해일씨 얼굴이 있는 게 아닐까, 상상해보았다. 물론 그는 내겐 지금도 여전히 차고 넘치도록 멋진 배우.




서점 한 켠엔 집에 둔다면 더 여한이 없을 것만 같은, 커다란 책장이.  대형 출판사의 책과 독립 출판물이 한데모여 나란히 꽂혀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은 '책의 발견성'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명한) 책을 사러 왔다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동일 분야의 독립 출판물을 발견한 후 그것이 곧장 구매로 이어지는 것처럼. 조금 비장한 투로 이야기하자면 이런 점들이 모여 곧 동네서점의 존재의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게 아닐런지. 





여러 이유로 눈길과 마음이 닿은 책, 첫번째 / <바람이 바람을 불어> (활자공간, 2015)


'한글 폰트를 만드는 일이 전문적인 일이지만, 대중과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시각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대중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야 합니다.' 라는 서문에 반해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 먹고 읽어보았다. 


지금은 널리 쓰이고 있는 '바람체' (ex: 아이유 리메이크 앨범 '꽃- 갈피')가 어떻게 탄생되었고 디자인적 측면, 시각문화적 측면, 사용자와의 공감 측면에서 어떤 방향으로 수정되어 왔는지에 대해 쓰여져있다. 


 좋은 폰트라는 건, 다분히 디자인이나 가독성을 충족시킨다는 것 이상의 공감이 있는 것 -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지만. 단순히 예쁘다/못났다, 잘읽힌다/안읽힌다를 떠나 각 폰트에 담긴 디자이너의 철학을 충분히 공감할 줄 아는 안목을 기르는 일은 자꾸만 시급해해야 한다_는 생각. 



 살펴본 두번째 책, <조용한 흥분> (유지혜, 북노마드, 2015.) 제목이 주는 임팩트와 인스타그램을 응용한 표지 디자인의 작은 판형임에도 어쩐지 여유롭게만 느껴진다. 

 컨텐츠로써의 강점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스물셋, 98일간의 여행 - 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잠재독자군에게 충분한 소구점이 될 것 같아 보이니까. 그러나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의 사진, 문장은 자칫 지루하다 못해 불편하기까지 하다. 20대 초반의 저자들이 쓴 타 여행 에세이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조용한 흥분>의 저자는 파워 인스타그래머이므로 저자에 대한 궁금증과, 못다한 여행의 이야기, 일상으로 돌아와 그녀가 느낀 단상들을 계속해서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 권의 책을 잘 읽고, 그 책의 좋았던 느낌을 멋지게 지속시키는 방법으로 인스타그램 같은 SNS는, 일정 부분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그동안의 땡스북스는 멋진 동네서점으로써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지만, 대형서점처럼 편하게 책을 읽을만한 공간은 아니라는 것이 아쉬웠다. 헌데 오랜만에 찾았더니 그새 테이블과 의자가 제법 늘어있는거다. 카페를 겸하는 서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음료 주문 없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너무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잠시 앉아 숨을 고르며 책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지랖 넓은 안도를. 



 다양한 책들이 각자가 가진 개성을 여과없이 뽐낼 수 있는 우아하고 (+ 고마운!) 동네 서점, 합정 땡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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