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세탁기 같이 말려들게 하는 페이스의 소유자 M.
내가 활동하는 밴드 음악 동아리의 드러머 신입생으로 가입한 여자아이 하나는 드럼을 쳐야할 상황이 되면 참 독특한 캐릭터가 된다. 이제부터 이 아이를 M이라고 부르자.
M은 스틱을 들면서부터 "흐흐흥~흐흥~~으허흐흫하!" 묘한 소리를 흘려내기 시작하며 "으헣흐흫핳하! 촤하하! 부끄러워!!"를 연발한다. 몽댕이같이 똑때이 틀어쥔 스틱으로 심벌을 톡! 하고 치고 나서는 또 "으흥흥 으허허허허허허허헉!!" 하고 웃으며 "으아 부끄러워서 못 치겠어요!"라고 롤스로이스에서 내린 패리스 힐튼 마냥 사방에 눈길을 던지며 수 차례 외친다. 저기... 안 궁금했는데...
뭐가 그리 부끄럽냐 물으니 '아~~못 쳐서 부끄러워요! 오호허흐허헝~~~!'이라며 헝헝거리길래, 드럼에 앉는 순간부터 너는 홍대 여신이며, 흐드러진 박자위에 오함마를 박아넣는 밴드의 중심이자 리더이니 그냥 마음껏 쳐라, 뻔뻔하게 쳐야 실력이 쑥쑥 자란다고 말해줘도
"으허허흐흐흥~~~! 부끄러웟! 만세는 부꾸럽다구우우웃~~~!"
을 리슨앤리피트해야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만세는 귀엽기라도 하지.
그러기를 십여 분, M이 제공하던 LC 파트는 나를 내쫓는 것으로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는 듯 했으나...
나름 배려랍시고 옆에서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닌자 베이스를 시도하기 위해 Bm6 코드톤 수인을 지판위에 맺는 순간 굳이, 정말 굳이 듣지 않아주고자 꽉 끼워둔 내 이어폰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으흐흐흐흐흥~~~~~! 만뗴는 부!꾸!러!워욧!!!!"소리에 반응했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과제 제출 전에 저장 안 하고 종료한 기분이었다.
듣지도 말고 보지도 말란다. 알아채지도 말란다.
왜? 에블바뤼 세이! 부끄러우니까!
저기, M아. 네가 안 부끄러워하면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아니니...?
네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우리가 부끄러워 하고 마는 것 같아.
라고 그녀의 페이스가 폭주하는 것을 버틸 수 없던 내가 이 물음표 가득한 상황의 성립에 대한 문제를 jessi했지만, 불행하게도 M의 상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파괴적으로 변해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