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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하 Jan 01. 2022

글을 쓰는 조르바

억울하거나 서럽거나 슬플 때 보통 무언가를 써 내려가기 마련.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부재했던 최근. 나의 마음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1. 헛소문

허공에 떠도는 말들이 무섭다. 누가 한 말이며 누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채 말들이 그저 오가는 것이다. 어쩌면 만약 혹시라는 가정이 무성하게 오늘도 누군가에겐 어김없이 비수가 되고 만다. 각자의 재잘댐엔 한치의 두려움도 없다. 이젠 무슨 이야기를 했던 건지 까마득해질 무렵, 목적지를 잃어버린 무차별적 폭격기가 인기척도 없이 급격히 홀로 진척 중인 것이다. 한 마디 한 마디 애석하고 가련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머무르지 않고 얕고 멀리 흘러가고 있구나.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 도망가고 다시 도망하다 끝내 노망이 들 것 같다. 우리는 점차 방어하고 자제하며 적당히 멀어지고 말 것이다.


2. 한때는 비혼주의와 딩크족을 지향했지만

요즘 나의 삶에 대한 생각. 혼자가 아니어서, 혼자 살지 않고 부대끼며 함께 사는 이 생활이 참 감사하다는 것이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히 난 외로움과 고독에 지고 말았을 것 같은 그런 기분.


3. 양파 같은 고백

왠지 모든 걸 털어놓고 몇 방울의 눈물도 훔치고 그동안 참말로 그리웠다, 하지만 그저 기다렸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얄궂기도 했지만 또한 소중하게 느껴졌다, 빈자리를 온전히 체감하고 때때로 체념하고 때때로 미워하고 때때로 나에 대한 당신들의 마음에 관하여 의심도 하며, 하지만 그만큼 그리운 마음을 한 겹 한 겹 보듬으며 추억했다,라고 훌훌 고백하고 싶은 그런 밤이다.


4. 아듀

어느 날 훌쩍 떠나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한편으론 머물고도 싶었고 하염없다고 우스음을 샀을지언정 바보처럼 한없이 기다리고 싶었고. 때로는 그렇고 그랬던 한해. 어떤 감정 소비조차 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 없는 관계에 대한 회의. 더 이상 서운하지도 싸우지도 않는 것이 과연 사이가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생각 없이 잘 지낸다는 건 나름대로 마음이 꽤 편안하다는 것. 문득 그리워지는 오늘이 가끔이 되고, 어쩌다가 되겠지만. 이것 역시 좋은 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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