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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하 Jun 19. 2023

사사로운 일기로 사유하는 일의 치유

월화수목금요일기 시작

깜빡 잊고 발행하지 못해 월요일에 올려보는 금요일기.


1. 금요일마다 쓰는 해방일기

매주 월요일마다 한 주간의 일기를 기록하는 어느 브런처의 구독자로서 꽤 오랜 기간 그녀의 글을 읽다 보니 매일 한두 줄이라도 꾸준히 조금씩 메모하는 기록의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먼 훗날 그 조각들이 가져올 뿌듯함과 추억 회상을 위해 조각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레퍼런스가 되었던 그 사람은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을 다지기 좋은 월요일을 일기 쓰기 좋은 날로 지정했다. 월요일이라는 것은 침체된 마음을 다잡기에 좋은 날이라는 것은 일부 동의하지만, 월요일부터 일기를 쓴다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으로 내게 기분 좋은 자극이 되어줄 것 같진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날인 수요일마다 일기를 쓰자니 숙제처럼 느껴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어서 좋아하던 요일도 싫어하게 될지도 모를 것 같은 기분에 포기했다. 그렇다면 정신없이 쉬고만 싶은 주말을 제외하곤 목요일과 금요일이 남게 되는데, 내겐 지친 한 주의 끝을 마무리하면서 한 주간의 기록도 되짚어보기에 금요일만한 날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제부터 ‘금요일기’를 써내려 볼까 한다. 약속이 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금요일과는 달리 그어떤 약속도 취소하고 오직 집에 가기 급급한 나에게 금요일만큼 한주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시작해 본다. 매주 금요일마다 찾아오는 프라이데이어리! 절찬 브런치 중.


2. 회사 동료를 케어하는 일

직장인들의 현실이 녹록지 않은 것은 일상다반사. 각자만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무게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아무리 사회생활에 지겨우리만치 익숙해진 직장인 n년차라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넘겼던 일도 마음이 많이 힘든 날이나 예민한 날엔 그렇게 억울하고 누군가가 한없이 밉기만 한 마음이 매 순간 존재하는 거다. 상대적으로 일이 한가하거나 스트레스받을 일이 적을 때엔 사실 이런 걱정을 떠올릴 필요조차 없다. 좋은 상황에선 누구나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비교적 쉬운 법.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매너 있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로 기능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인 거라는 거다. 업무강도가 높아 다른 것을 신경 쓸 여력 같은 건 애초에 가당치도 않았던 시절을 지나 조금은 익숙해진 여유랄까, 주변을 돌아보며 딴생각(이를테면 험담이나 불필요한 수다)이 가능하게 되면서부터 동료들과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힘든 업무를 진행할 때 내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싶고 그로 인해 나도 언젠가는 은혜를 갚고자 다짐 또 다짐하지만, 내 코가 석자인 업무 폭풍 속에서 그 꿈을 실현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말 그대로 내 코가 석자이기에. 다른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 따위 안중에 있을 리 없다. 못돼 처먹어 죄송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래서 직장인의 애환이라는 표현이 이토록 슬픈건가 보다.


3. ITX 청춘열차

매일 아침 기차로 출퇴근하는 일엔 장단점이 분명하다. 지하철이나 버스보다 확연하게 빠른 이동시간을보장하기에 출퇴근길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이를테면 입석금지로 인해 잔여 좌석이 없을 때 몇 차례 버스를 보내야 한다든가, 숨도 못 쉴 만큼 타이트하게 붐비는 인파로 가득한 지옥철과는 가히 비교할 수 없다. 단순히 몇 푼의 돈을 더 내는 것만으로쾌적한 좌석을 차지할 수 있고 빛의 속도로 일반 대중교통의 몇 배는 빠르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어떤 수단에 비해서도 월등히 훌륭한 점이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경기도 주민이 되고 난 뒤 서울 용산에 근무하는 회사원으로서 복직하던 첫날, 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일을 내가 과연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걱정과 고민에 작지 않은 우울감이 찾아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좋은 이 상황. 스스로에게 가장 좋았던 점은 출근할 때는 지각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된 것.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는 잦은 배차간격으로 나태해져 지각하는 일도 가끔생겼었는데 한번 놓치면 한 시간 뒤에 있는 ITX를 경험하곤 타의적으로 단 하루의 지각도 허용치 못하는내가 좋다. 청춘열차라는 이름의 어감에서도 왠지 모를 에너지를 받아가는 기분이다. 다만, 가끔 잔업으로 정시 퇴근이 어려울 때는 심장이 요동친다. 일이 분의 야근으로 한 시간 뒤 열차를 타야 할 상황에 들이닥치게 될 때 벌어질 끝없는 대기의 시간. 1분 1초가 아쉬운 퇴근길에 열차를 놓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일 중 하나. 덕분에 달리기 실력이 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말이다.


4. 아기와 제주여행

이번 여름휴가는 더워진 날씨로 인해 조금 이르게 다녀왔다. 다행히 타이밍이 잘 맞아 남편의 친구 부부와 아이들까지 총 9인의 대그룹과 함께 제주도로! 아이를 키우고나서부터는 사실상 어디를 여행하든 육아의 연장이라 큰 기대는 없이 떠났는데 아이들도또래고 마냥 어리지 않다 보니 여행지에서의 적응력도 높고 신나게 잘 즐긴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그리고 여행 내내 함께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각각 개인일정을 소화하고 함께 저녁을 먹거나 아이들과 보내는 일정만 가끔 함께하는 코스여서 프라이빗한 시간도 보내면서 아이들은 풀어두고 어른들끼리 한잔 기울이며 왁자지껄 떠들며 스트레스도 푸는 좋은 시간이었다. 돌 전후로 다녔던 여행이나 겨울철 여행은 늘 힘들었던 기억이 지배적이었는데 역시 여름과 제주, 물놀이의 만남은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것에 있어 실패 없고 더할 나위 없는 콘셉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스누피가든인데 사려니숲길이나 비자림의 키즈버전이랄까. 조금 더 예쁜, 차려진 코스 같은 느낌! 너무 방대하게 넓어 다 보지 못하고 아이 낮잠시간에 중도하차했던 기억이라 아쉽다. 선선한 가을쯤에 다시 한번 방문해야지. 3박 4일 일정 중에 함덕해수욕장 앞에서 이틀, 에코랜드에 새로 생긴 호텔에서 하루 이렇게 지냈다. 에코랜드 호텔은 생긴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너무너무 깨끗하고 쾌적해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다음 여행 때 또 묵을 예정. 객실도 넓고 수영장도 잘 되어있고 조식도 나쁘지 않았다. 아기와 여행할 때 숙소가 너무 중요한데, 키즈라운지 공간도 작게나마 있어 재우기 전 힘 빼기 좋았다. 다만 갤러리 공간이 너무 넓고 근처에 배달 포함하여 뭐 먹을 게 너무 없다는 게 치명적 단점.. 이것만 빼면 완벽할 텐데 아쉽다. 제주로 떠나기 전 아기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여행하는 내내 건강을 되찾아 더 기뻤던 이번 힐링+요양 여행. 아무래도 제주가 체질인가 보다 우리 아들은.


5. 디지털 노마드의 꿈

회사생활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한 삶이라 부끄럽기도 하다. 체계적으로 설계한 미래가 있다면 좋겠지만, 이제야 뒤늦게 고민을 해보는 우리네 가족. 노마드를 꿈꾸며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다 가족 유튜브 채널은 운영해 보자고 남편이 제안했다. 처음엔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섰는데 먼 훗날 우리 아이에게도 함께 보낸 추억을 선물하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해 보기로 했다. 단순 브이로그의 경우 촬영과 편집이 비교적 쉬울 순 있어도 구독자를 끌어들이기엔 약한 콘텐츠라는 의견에 공감하여 한 편 한 편 기획을 직접 진행해 보기로. 하나의 에피소드에도 의견이 갈리는 부부의 양립된 시선이 담긴 그런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직접 기획회의를 진행하며 아이템도 뽑아보고 내레이션을 위한 원고도 준비하고 녹음마이크도 구입하고 앞으로의 콘텐츠 목차를 구성하며 각 편의 아웃트라인을 잡아보니 설레었다. 사업이라고 하긴 너무나 소소한 영역이지만 결국 꾸준히 해낸다면 언젠가는 수익화할 수 있지 않을지 김칫국도 미리 억 사발 드링킹 해본다. 상상뿐일 미래지만 그저 육아만 하느라 지친 일상에서 우리 부부에게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계기이자 기회라는 생각에 들뜨기도 했다. 애 키우면서 힘든 일이 앞으로도 많겠지만 우리만의 재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우리 가족의 인생에도 즐거운 영향이 될 거라 믿으며 새로운 한 발을 떼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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