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아라 May 15. 2024

공포정치기 여성 귀족이 살아남는 법

에메 드 코이니와 앙드레 셰니에

1789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은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의 역사를 뒤바꾸는 사건이었습니다. 프랑스는 유럽의 강대국으로 오래도록 유럽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쟁을 해왔으며 이 때문에 나라의 재정이 점차 더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나라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국민들의 생활은 어려워져갔지만 귀족이나 성직자 같은 특권층은 여러 특혜를 누리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불만이 점차 커져갔습니다. 결국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되게 됩니다. 사실 많은 프랑스 지식인들은 프랑스 사회의 모순을 지적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런 특권층을 없애야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널리 수용되었고 특권을 가지고 있었던 귀족들조차도 바꿔야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성직자(제1신분)과 귀족(제 2신분)을 부양하는 제 3신분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되면서 프랑스에서는 혼란이 시작됩니다. 사회를 바꾸는 작업은 혼란을 야기시킬수 밖에 없었습니다. 혁명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은 물론 혁명을 온건하게 해야할지 급진적으로 해야할지에 대한 갈등 역시 있었습니다. 사실 혁명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 특히 귀족층들은 왕정을 무너뜨리는것이 아니라 입헌군주국으로 나가는 온건한 혁명인 개혁을 추진해야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나라를 완전히 바꾸려했던 급진적 혁명을 지지했던 이들은 특권층의 상징같은 국왕을 몰아내고 특권층을 완전히 없애버려야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혁명의 혼란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정권을 잡으려 했으며 이것은 대혁명기의 극심한 혼란을 더욱더 가중시키는 정치투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1792년 튈르리 궁의 습격 사건


혁명이 진행되면서 온건파와 급진파의 갈등이 이어지는데 결국 1793년 로베스피에르로 대표되는 강경파가 정권을 장악하게 됩니다. 이들은 프랑스에서의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혁명과 공화국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없애버려야한다고 생각했으며 실행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공화국에 반대하는 모든 것들을 없애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요한 정치가부터 시작해서 평범한 시민까지 모두에게 혁명사상과 공화국의 이념을 심어주고 이에 대해서 거부하는 이들을 찾아내서 없애버리기로 합니다. 그 결과 혁명 재판소가 설립되었으며 수많은 이들이 혁명과 공화국의 반역자라는 죄목으로 체포되었으며 사소한 이유로도 단두대형을 받게 됩니다. 특히 표적이 된 이들은 바로 이전의 특권층들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남성은 물론 여성들도 포함되었습니다.  사실 당대에는 여성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징성을 가진 여성들이 많았고 급진파 사람들은 이런 여성들을 남겨두는 것은 혁명을 완수하는데 방해된다고 여겼기에 여성들의 처형도 이루어집니다. 상징성을 가진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나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마담 뒤바리 그리고 로베스 피에르의 정적이었던 마담 롤랑 같은 여성들은 죽음을 피할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덜 알려지고 정치적으로 덜 유명한 귀족 여성들은 목숨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로베스피에르


에메 드 코이니는 코이니 백작 오귀스트 가브리엘 드 프랑케토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에메의 아버지는 프랑스 군인으로 복무했었으며 장군이 된 인물이었습니다. 에메는 자라면서 매우 아름다운 여성으로 성장했는데 1784년 플뢰리 공작과 결혼했습니다. 둘의 결혼은 당대 전형적인 프랑스 귀족들 간의 결혼으로 둘은 10대 중반에 일찍 결혼했었습니다. 하지만 당대 많은 귀족들처럼 결혼생활은 불행했으며 곧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면서 부부는 이제 완전히 떨어져지내게 됩니다. 에메의 남편은 많은 귀족들처럼 망명했다가 코블렌츠에 있던 망명 왕당파 군대로 갔으며, 에메는 영국 외교관이었던 애인을 따라 런던으로 갔었습니다. 그리고 1793년 에메와 에메의 애인은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지만 둘은 곧 체포되었다가 풀려났고, 에메의 애인은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갔으며 에메는 파리근처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1793년 남편과 이혼합니다. 당시 많은 귀족 여성들이 남편과 이혼하는데 아마도 이전까지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어도 법적으로 이혼이 거의 불가능했기에 이혼할수 없었습니다만 혁명이 일어나면서 이혼이 가능해졌기에 이혼을 감행했을 듯합니다. 


에메 드 코이니


공포정치가 점차 심해지면서 에메 역시 감시의 눈초리를 피할수 없었습니다. 에메는 귀족출신이었으며 남편과 이혼했었지만, 애인이 영국 외교관이었으며 영국은 프랑스의 적이기도 했었습니다. 에메는 자신이 국왕에게 충성하는 귀족들과는 관계가 없으며 국가의 반역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했지만 결국 1794년 3월 4일 체포되어서 생 라자르 감옥으로 이송됩니다. 


생 라자르 감옥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갇혀있었습니다. 여기에는 프랑스 시인이었던 앙드레 셰니에도 있었습니다. 앙드레 셰니에는 콘스탄티노플에서 태어난 인물로 그의 아버지는 오래도록 콘스탄티노플에서 거주한 상인이으며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프랑스 외교관이 되었던 인물이었습니다. 앙드레 셰니에는 지식인으로 혁명을 지지했었지만, 그 역시 온건한개혁을 지지했었으며, 국왕이 처형당할때 반대했다고도 알려져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포정치가 심해지면서 그 역시 체포당하게 됩니다. 동생인 마리-조제프 셰니에는 혁명을 지지한 인물로 정부에 중요한 인물이기도 했지만 형을 구할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앙드레 셰니에


감옥에서 에메는 셰니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에메와 대화를 나누면서 에메의 삶에 대해서 알게 된 셰니에는 에메 디 코이니의 삶을 기반으로 하는 시인  La Jeune Captive를 씁니다. 공포정치가 절정에 이르게 된 1794년 7월 수많은 사람들이 단두대형을 받게 됩니다. 거기에는 셰니에와 에메 역시 포함되었습니다. 


생 라자르 감옥에 갇힌 사람들, 가운데 있는 인물이 셰니에입니다.


1794년 7월 25일 앙드레 셰니에는 단두대에서 처형당했습니다만 같은날 처형당하기로 되어있던 에메는 살아남습니다. 그녀가 살아남은 이유는 아름다웠던 에메에게 반했던 한 인물 덕분이었습니다. 몽트롱 백작 카시미르 역시 생 라자르 감옥에 갇혀 있었고 역시 에메를 만나게 됩니다. 백작은 아주 부유한 인물이었으며, 자신과 에메의 목숨을 돈으로 샀습니다. 이렇게 앙드레 셰니에는 처헝당했지만 둘은 목숨을 건졌고, 이틀후인 1794년 7월 27일 테미도르 반동으로 로베스피에르등이 몰락하면서 공포정치가 끝나게 됩니다. 공포정치가 끝난뒤 에메와 몽트롱 백작은 결혼해서 영국으로 갔다고 합니다. 


몽트롱 백작


에메는 이후 공포정치기를 넘긴 수많은 귀족 여성들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여러 남편들을 만났으며 이들의 정치적 성향을 따라서 정치적 행동을 나서기도 했으며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었습니다.  나폴레옹 시대까지 살아남았는데, 황제가 된 뒤 자신의 궁정을 매우 도덕적으로 유지하고 싶어했던 나폴레옹은 에메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에메의 삶이 더 널리 알려지게 된것은 앙드레 셰니에 사후 출판된 그의 시인   La Jeune Captive 덕분이었습니다. 시가 인기가 있자 앙드레 셰니에의 비극적 최후와 더불어 그가 남긴 유작 시의 주인공인 에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감옥에서의 에메 드 코이니




이탈리아의 작곡가인 움베르토 조르다노는  1896년 밀라노의 라스칼라에서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를 무대에 올립니다. 이름처럼 이 오페라는 프랑스 시인 앙드레 셰니에의 삶을 오페라로 옮긴것으로 프랑스 대혁명과 공포정치기의 비극적 삶을 살았던 앙드레 셰니에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의 삶과 비극을 통해서 여러 고뇌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안드레아 셰니에에서는 그의 삶을 완전히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데, 바로 주인공 남녀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안드레아 셰니에에서는 주인공인 셰니에와 는 귀족 여성인 맏달레나 디 코이니는 혁명전부터 서로를 알았고 결국 혁명의 위험한 상황에서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셰니에가 단두대형을 받자 맏달레나는 그를 따라서 죽음을 택하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왜 이 이야기를 하냐구요.....아하하...


대구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2024년 시즌 오페라로 5월에는 이 조르다노의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를 무대에 올립니다. 프랑스 대혁명의 혼란한 상황과 사람들의 비극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오페라를 한번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공연일정

2024년 5월 17일 금요일 오후 7:30

2024년 5월 18일 토요일 오후 3:00

2024년 5월 24일 금요일 오후 7:30

2024년 5월 25일 토요일 오후 3:00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

대구 오페라 하우스

매거진의 이전글 성인의 축제인가? 마녀의 날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