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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Jun 05. 2024

비발디의 세개의 오를란도 이야기

RV 727, RV728,RV819

16세기부터 17세기 유럽에서 가장 인기있는 이야기는 아마 루도비코 아리오스토가 쓴 서사시인 오를란도 푸리오소일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이교도와 싸웠던 샤를마뉴 시절을 모티브로, 샤를마뉴의 기사 오를란도(롤랑)이 동료들과 함께 이교도와 맞서 싸우면서 여러가지 모험과 사건사고를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판타지 모험 연애소설쯤 될듯합니다. 사실 이 오를란도 푸리오소는 15세기 출판된 보이아르도의 오를란도 인나모라토의 뒷이야기인데, 작가가 달라서 오를란도 푸리오소는 후속편임에도 분위기가 전편과 다르고 그래서 더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아리오스토가 쓴 "오를란도 푸리오소"의 1558년본 첫페이지


이 오를란도 이야기는 인기가 있었기에 여러 작품들에 영향을 주는데 특히 오페라 분야에 엄청나게 영향을 주게 됩니다.  특히 오페라가 활발히 꽃을 피운 바로크 시대에 많은 오페라들이 이 오를란도 이야기를 가져옵니다. 사실 오를란도 푸리오소 이야기 자체가 다양한 인물과 그에 얽힌 여러 사이드 스토리들이 많았기에 아마 더욱 더 접근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사람들 역시 이런 오를란도의 이야기를 좋아했으며 오페라에서 점차 더 단골 소재로 쓰이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비발디 역시 합류합니다.


안토니오 비발디


비발디는 1713년 Ottone in villa로 첫 오페라를 작곡합니다. 그리고 이후 지속적으로 오페라를 작곡하게 됩니다. 비발디는 사제였지만 성무를 하지 않았으며 또한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살았었습니다. 그렇기에 비발디의 음악적 성과는 가족들과 연결이 되는데 이후 비발디의 오페라는 가족 사업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비발디는 첫 오페라를 쓴 다음해인 1714년 역시 오페라를 작곡해서 무대에 올리게 됩니다. 이 오페라가 바로 오를란도 핀토 파초RV727였습니다. 이것이 비발디가 쓴 첫번째 오를란도 이야기였습니다. 비발디는 이 오페라에 매우 열성을 다했는데 현재 남아있는 악보에는 주연 가수가 아리아를 마음에 안 들어했는지 악보를 고친후 "이것도 마음에 안든다면 작곡을 그만 둘거다"라는 글이 적힌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https://youtu.be/ucnCRYkCEbo?si=QjtdpPhgiFlY-A1r

오를란도 핀토 파초 RV727 중 1막에서 아르질라노의 아리아, 이동규(카운터테너)


하여튼 이렇게 야심차게 무대에 올렸지만 이 오를란도 핀토 파초는 그리 반응이 좋지 않았는데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이 오를란도 핀토 파초가 당대 인기 있었던 오를란도 푸리오소가 아닌 이전 이야기인 오를란도 인나모라토를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일듯합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이거 뭐야?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때 비발디는 반응이 나쁜 오를란도 핀토 파초를 내리고 서둘러 1713년에 무대에 올려서 호평을 받았던 작곡가 지오바니 알베르토 리스토리가 작곡한 오를란도 푸리오소를 급히 무대에 올렸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비발디의 첫번째 오를란도 이야기는 실패로 끝났지만 비발디는 계속해서 오페라를 작곡했습니다. 물론 한동안 비발디는 오를란도 이야기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1727년 비발디는 드디어 오를란도 이야기에 다시 손을 댑니다. 이전의 실패를 바탕으로 아마 비발디는 인기 있는 오를란도 푸리오소의 이야기를 따라가기로 결정했을 것입니다.  이 오페라가 바로 오를란도 푸리오소 RV728이었습니다.


https://youtu.be/0SP9ATr2it0?si=RQvm2MDP-3jrhyMc

오를란도 푸리오소 RV728 중 오를란도가 1막에서 부르는 Nel profondo, 마리 니콜 르뮤(콘트랄토)


이렇게 사람들은 오래도록 비발디가 오를란도 핀토 파초와 오를란도 푸리오소 두개를 작곡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 이전에 1714년에 비발디가 무대에 올렸던 리스토리 작품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진행됩니다. 이 연구에서 1714년의 오를란도 푸리오소는 그 이전해에 성공한 리스토리의 이름을 빌어썼을뿐 사실상 비발디 자신의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전에 이미 오를란토 핀토 파초가 실패했기에 비발디가 자신의 이름으로 오를란도 푸리오소를 또 올리는 것은 부담이 되었고 그렇기에 이전에 성공했었던 리스토리의 작품을 가져왔다고 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올린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연구에 대해서는 오래도록 논쟁이 있엇지만 결국 21세기가 되면서 이 1714년의 오를란도 푸리오소는 정식 비발디 작품으로 인정받았고 RV819라는 정식 비발디 작품 번호도 받게 됩니다. 


https://youtu.be/0nh-iAi77H4?si=Cf-QNOTkWLNEKZQN

오를란도 푸리오소 RV819 중 Nel profondo 리카르도 노바로(바리톤)

 


왜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냐구요

후훗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는 바로 비발디입니다. 특히 비발디 기악곡이 아니라 비발디의 성악곡이나 오페라를 좋아합니다. (사계를 들어도 가끔 이게 사계중 뭐더라..이래서 주변에서 "너 비발디 팬 맞니"이런 소리를 듣습니다.)


이 비발디의 오페라중 20세기부터 연주된 곡은 바로 1727년 작곡된 오를란도 푸리오소였습니다. 1970년대 이미 음반이 나왔고, 1990년대는 비디오비전이 있습니다. 21세기에도 음반과 DVD가 나오기도 했었으며 여러곳에서 무대에 올리는 비발디 대표 오페라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 21회 대구 국제 오페라 축제의 일환으로 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과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오후 3시에 이 비발디의 오페라 오를란도 푸리오소가 무대에 올라가게 됩니다. 특히 2024년 6월 11일 오후 2시부터 7월 1일까지 얼리버드 할인 행사를 진행합니다. 당연 저도 일단 얼리버드로 비발디는 예매하려한다죠. 뭐랄까 빨리 예매해서 내가 원하는 자리를 가격도 할인받는 기회를 놓칠수는 없는 것이죠 ^^


제 21회 대구 국제 오페라 축제 메인 포스터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

대구 오페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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