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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윤 Oct 13. 2015

여느 가을

여느 가을




낙엽이 진다

유리컵 같은 공기

가끔 허탈해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빈 걸음을 뗄 때

바깥을 마주할 때

고개를 숙인 채 하늘을 가늠해야 할 때

내 마음의 귀퉁이를 사려물 때


보내도 늘 돌아오는 옛날에

손가락으로 잠의 표면만 자꾸 비빈다

스쳐간 사람들의 파편을 한데 모아 붙여봐도

고정된  사람이 되진 않았었다

오래 쓰던 공간을 꼭 맞게 잘라 마음에 넣어도

쉬이 채워지지 않는다 마음은

내가 아니다

하물며 누가 나이겠는가


가장 내밀한 마침표가

두서없이 흐려지는 계절


유리창 밖으로 숨죽인 낙엽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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