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가을
낙엽이 진다
유리컵 같은 공기
가끔 허탈해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빈 걸음을 뗄 때
바깥을 마주할 때
고개를 숙인 채 하늘을 가늠해야 할 때
내 마음의 귀퉁이를 사려물 때
보내도 늘 돌아오는 옛날에
손가락으로 잠의 표면만 자꾸 비빈다
스쳐간 사람들의 파편들을 한데 모아 붙여봐도
고정된 한 사람이 되진 않았었다
오래 쓰던 공간을 꼭 맞게 잘라 마음에 넣어도
쉬이 채워지지 않는다 마음은
내가 아니다
하물며 누가 나이겠는가
가장 내밀한 마침표가
두서없이 흐려지는 계절
유리창 밖으로 숨죽인 낙엽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