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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판화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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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윤 Feb 09. 2016

장면

장면




손끝에 내려앉는 햇빛이 차다

먼 세상의 기억이 흘러온다

누구나 아직 돌보지 못한 마음이 많은데

마당엔 벌써 터진 첫울음들이 밭다

연골들이 출렁인다

늙은이들은 문간에서 각자 자글거린다

앞치마를 두른 고목이 허리를 굽어 물을 준다

방랑자의 긴 발자국이 덜 끝났을 때쯤에야

그림자와 그림자는 만난다

순간이다

어깨에 앉아 있던 새가 날아오르며 고개를 뉘일 때

거기에 쏟아져내리던 범람이 진짜다

세계는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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