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준비
준비되지 않은 식탁
빈그릇 속으로 네가 걸어들어간다
젓가락 소리에선 사막냄새가 난다
마른잎이 부유하는 어느 시선 낮은 오후
나도 언젠가 한번쯤은 수수한 배고픔을 가졌었단다
나날들이 서린 식기에 햇빛이 기울고
어느덧 네가 다 비워진 어스름
접시에는 어둠이 담아지고 있는데, 벌써
바깥에선 여전히 어제가 지나간다
사각사각 마음을 곱씹던 네 입술 모양
놓여진 수저 머리맡으로 부는 모래바람
미색 허기가 몇 송이 맺혀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작게
식탁 너머로 흐린 별들이 태어나려 하는데
식탁에 앉아 저녁 한 입 넘겨보려 하는데
목구멍엔 딱딱한 소망이 먼저 박히고
숟가락엔 깊이를 모르게 가라앉은 혀
불꺼진 식탁,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