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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e Aug 18. 2020

그 많던 '잼'은 어디로 갔을까.

바야흐로 인생 노잼 시기.

인생 노잼 시기가 찾아왔다. 존'잼', 꿀'잼', 핵'잼'을 외쳐본 게(물론 입 밖으로 외치진 않음) 언제인지, 이렇게 맹숭맹숭하기만 한 삶이라니. 


Photo by Sam Edwards on Unsplash


모든 게 새롭고 언제나 하고 싶은 게 많았던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었다. 물론 30대에도, 40대에도, 심지어 나이와 상관없이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나는 고작 30대 초중반일 뿐인데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 나설 의지도, 에너지도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정말 심각하게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그 많던 '잼'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코로나 19 때문에 모든 활동에 제약이 생긴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난 99.9% 바깥순이였는데 이런 반강제적 감금생활에 집순이 모드로 지내야 하니 에너지가 채워지기는 커녕 점점 줄어드는 느낌. 회사생활도 하지 않으니 더더욱 바깥공기를 마실 틈이 없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니고, 이런 게 코로나 블루일까. 이 와중에 걷잡을 수 없이 늘어가는 확진자 소식에 멀어져만 가는 바깥 생활이여, 안녕. 


그나마 있는 유일한 낙이라곤 먹는 낙이였는데 지금은 이것마저도 시들시들하다(그렇다고 안 먹는 건 아니다).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고 맛있는 것도 없다. 모두 soso. 맛집 서치가 취미고 먹는 것엔 항상 진심인 나였는데, 먹는 것에 감흥이 없다니! 충격. 그래도 언제나 배는 고프니까 챙겨 먹기는 열심히 챙겨 먹는다(먹고 싶은 건 없는데 뭘 많이 먹음). 살이라도 빠지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지.


먹는낙 뿐만이 아니다. 예전에 즐겨봤던 영화도, 즐겨 읽었던 책에도 흥미가 안 생긴다. 넷플릭스를 켰다가도 어느 것에도 흥미가 안 생겨서 초기 화면만 계속 둘러보다가 끄길 반복하는가 하면, 사놓은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먼지만 쌓여간다. 새로운 걸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뭘 배울까 막상 찾아보면 아무것에도 끌리지 않고, (갈 수도 없지만) 가보고 싶은 곳도 없고 해보고 싶은 것도 없다. 이 모든 게 단지 에너지가 없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너무 많은 외부 자극에 지쳐 무감각해진 건지, 그리고 이 무감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즐거움을 잃어버린 생활은 맹숭맹숭함을 넘어 삭막하기까지 하다.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삶의 의미까지도 희미해져 간다. 이 시기가 점점 길어지다 보면 나중엔 즐거움이라는 게 뭔지도 알 수없게 되는 건 아닐까. 그렇게 되기 전에 집 나간 즐거움이 다시 돌아왔으면. 제발 돌아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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