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과 함께 망상은 끝이 나는 듯했다.
관측되지 않는 영역의 현상까지
애써 연산해 내려는 오만함은
혼자서 우주의 크기를 가늠해 보겠다는 것만큼이나
건방지고 어리석었다.
진정 기대하던 결과는,
틀린 가설을 대입할수록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내 손에 피가 나고 처참하게 살이 찢어진 뒤에야
진실을 닮은 것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서로의 깊고 쓰라린 반성과 참회의 눈물을 들여
진실에 가까운 데이터는 얻어졌겠지만,
측정되지도 않을 순도를 섣불리 논할 수는 없다.
나의 무례하고 건방진 접근을 그만두고
이제 너를 타인으로 새롭게 정의하며,
여전히 고통스럽게 너를 나로부터 제거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망상도 이별도 제로에 수렴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