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Enough Leader
내가 무척이나 경기를 일으키는 단어가 있다. '완벽한'이란 수식어다. 완벽한 리더, 완벽한 보고서, 완벽한 동작, 완벽한 사랑... 이란 문구를 보면 왠지 사기 치는 것 같아서 멀리하게 된다.
'완벽'이란 '흠이 없이 완전하다'라는 뜻이다. '흠'이라든지 '완전'이라 하는 개념도 주관적이기 때문에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눈에는 완벽해 보여도 다른 이의 기준으로는 전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행동 방식을 완벽주의라고 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하고, 작은 실수나 불완전함에 대해 큰 불안감을 느끼는 완벽주의자는 본인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힘들게 한다.
심리분석가 도널드 위니컷은 완벽한 엄마 역할을 하려고 아이의 모든 욕구에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좌절을 허용하지 않는 엄마는 결코 좋은 부모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부모가 양육한 아이는 자존감이 낮고 불안감이 높으며 독립적으로 성장하기 힘들다.
위니컷이 말하는 훌륭한 부모는 '충분히 괜찮은 부모(Good enough parent)'다. 충분히 좋은 부모는 아이의 욕구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때로 좌절도 허락한다. 사랑뿐만 아니라 좌절과 결핍까지 겪은 아이는 자율성과 분리감을 경험하며 독립된 인격으로 성장한다.
실패는 나쁜 것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필요한 디딤돌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디딤돌을 없애주면 아이는 다음 단계로 올라가지 못한다. 부모의 도움을 마냥 기다리는 아이에 머물고 만다.
조직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완벽주의 리더 밑에서 일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는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의심했다. 자기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화내고 야단을 쳤다. 그렇게 한다고 일의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 같지도 않았다. 꼬투리 잡히지 않도록 숨기고 조심할 뿐이었다. 숨이 막혀서 회사 가기 싫었다.
실수를 짚어내되 비난하지 않고 가르쳐주는 리더도 있었다. 숨기지 않고 문제를 드러내어 함께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배우고 성장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한 리더도 없다. 그저 충분히 괜찮은 리더(Good enough leader) 면 된다.
'내가 명색이 리더인데 이런 것도 모르다니... '
'리더인 내가 다 해결해 줘야 하는데... '
'내 팀원이 힘들어하는 것은 내가 부족한 탓이야....'
이런 고민으로 자책하고 있다면, 괜찮다. 자신이 충분히 좋은 리더라는 뜻이다. 나쁜 리더는 이런 고민 안 한다. 리더인 나 자신이 실수와 좌절을 겪으면서 성장하듯이 우리 구성원들도 어려움을 겪어야지 성장할 수 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방향을 잡고 그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과정을 함께 하는 거다.
위니컷은 훌륭한 부모와 그렇지 않은 부모의 차이는 실수를 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실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다고 했다.
서로의 부족함까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실수를 통해 배우며 함께 성장할 때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
이 세상 살아가는데, 그냥 어느 정도 괜찮은 사람이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