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8.05] 오지은 단독 공연 '4년간' 첫째 날
상처 받길 두려워해 웅크린 채 누군가 먼저 다가와주길 바라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땐 상대를 할퀴어대며 잠들기 전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싫어서 새벽 세네시가 넘도록 눕지 않던 때가 있었다. 오지은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라이브 클립을 찾아본 뒤 1집의 통신판매는 끝났다는 걸 듣고 아쉬워하다 해피로봇 에디션이 나오자마자 샀던 때이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하던 시절인데 공연을 보며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당시 오지은의 1집을 열심히 들었던 이유도 나 말고도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묘하게 위로를 느꼈기 때문인 것 같고.
공연을 보며 10년이 흐른 뒤 10년 전 자신이 썼던 다시 곡을 부르는 느낌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공연 중 그는 그 시기를 재현하는 것과 현재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하는 것 중 고민을 하다 오늘은 후자를 택했다고 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 선택이 좋았다.
그의 음악을 오랫동안 들어왔지만 막상 단독 공연을 본건 이 날이 처음이었는데 이번 공연을 보며 '팬의 마음'이라는 걸 진짜 오래간만에 느꼈다. 마지막 곡으로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를 부르는데 나와 마찬가지로 벅찬 마음이 들었는지 노래를 부르다 울음이 터졌다. 그걸 보는 나도 눈물이 나는데 부디 오랫동안 글과 곡을 쓰고 노래를 불러주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