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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군 Aug 19. 2022

최선을 다해 나도 똥을 던지고 싶다. 하지만

자연재해 같은 인간을 만났을 때

서울의 종로 3가에 위치한 극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 건물 1층에는 스타벅스가 있어 영화 시작 전까지 시간을 때우기 좋은 곳이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편해 보이는 자리를 찾아 가방을 놓고 주문을 하러 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이즈 하나 마시고 갈게요.”

네. 음료 나오면 번호로 불러드릴게요


주문을 마치고 맡아 뒀던 자리에 돌아갔더니 어떤 중년 남성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선생님 여기 제 자린데요?”

“니 자리 내 자리가 어딨어. 자리가 비어있었는데”

나는 내가 뒀던 가방을 가리키며

“여기 가방 두고 지금 주문하고 온 거잖아요.”

“가방이 무슨 소용이야? 먼저 앉으면 끝이지.”

나는 조금 화가 나서 가까이 다가가

“진짜 그런 식으로 사실 거예요??”

라고 말했는데 술 냄새가 올라왔다.

“엉 계속 이렇게 살 건데??”


이런 말까지 듣자 나는  말을 잃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라서 바로 옆에 서서 한동안 그를 노려봤지만 무시만 당했다. 이런 인간에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까워 결국 다른 자리에 가서 앉았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 가까운 자리에서  남성을 계속 노려봤다.


이런 놈들은 평생 이렇게 뻔뻔하게 남들에게 똥이나 던지면서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매사 편하게 살아왔겠지? 최선을 다해 나도 그에게 똥을 던지고 싶었다. 그의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중년 남성이  가방이 있던 자리에 앉자 그도 나처럼 주문을 하러 갔길래  빈자리에 냅다 앉아서 나도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줄까 싶었는데 그러면 정말 일은 커지고 의미는 없고 귀찮은 일만 생길  같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런 인간에게 똥을 던지기 위해선 나도 같은 수준으로 내려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문명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공공의 질서를 지키지 않기를 결심한 인간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런 인간들은 마치 자연재해와도 같아서 빠르게 안전한 곳으로 피해야 한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자연재해와 맞서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 봤자 돌아오는 건 만신창이가 된 나의 몸과 그러지 말걸 하는 후회뿐이지만. 하지만 화가 난다. 남들에게 똥을 던지며 사는 인간들이 편하게 사는 꼴이 너무 싫다. 나도 최선을 다해 그들에게 똥을 던지고 싶다. 하지만 의미도 없고 귀찮고 짜증 나는 일만 생길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최선을 다해 그들에게 똥을 던지고 싶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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