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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Feb 10. 2022

희곡집 <사람들>

2021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그리고 세 번째 책이자 첫 번째 희곡집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항상 궁금했습니다. 작가,라고 불리게 된 이후에도 출판은 꿈의 일이고 요원하기만 한 일로 느껴졌습니다. 언젠가 종로의 큰 서점에도 내 책이 진열될 날이 있을까 하고 생각할 때면 늘 씁쓸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내게도 이런 날이!" 이런 뻔한 말을 여기에 뻔뻔하게 쓰게 될 줄이야.


그간 수많은 공모전과 지원사업에서 떨어질 때마다 담담한 얼굴을 하려 노력했지만, 마음속 한 구석이 무너지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나요. 계속해서 수많은 공모전과 지원사업에 또 지원하는 수밖에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 지원사업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원을 했을 뿐입니다. 단번에 된 일은 아닙니다. 이번이 세 번째  지원이었습니다. 물론 제출 원고는 매번 달랐습니다. 이번에 실린 희곡은 <배소고지 이야기>(2019), <정동구락부-손탁호텔의 사람들>(2018), <ANAK>(2021) 세 편으로 이미 공연, 낭독을 통해 관객을 만난 작품들입니다. 


이번에 출간하게 된 희곡집은 정확히 말하자면, 세 번째 출판입니다. 저의 첫 번째 책은 <10분 릴레이 희곡집 2>입니다. 이 책의 작가는 모두 24명이고요. 2018년도 웹진 '연극 in'의 10분 희곡 공모에 선정된  이 다수의 희곡들은 서울연극센터에서 10분 연극 페스티벌에서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낭독 이후, 출판 관련하여 20여 명의 작가님들이 서울연극센터에 모였었는데, 살면서 극작가를 그렇게 한번에 많이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색깔도 특성도 다른 젊은 극작가들이 이렇게 많다니, 혼자가 아니구나 싶었어요. 총 299쪽인 이 희곡집에는 단 한 편의 사랑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그게 제가 쓴 <겨울연가>입니다.   

 

10분 릴레이 희곡집 2


과거에 연이 있었던 두 노인이 장례식 후에 함께 만나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출판 이후, 그해 겨울 즈음에 서울시 50+서부캠퍼스의 시니어분들이 낭독을 한다고 연락을 주셔서 조금 놀라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공연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요. 책이란 정말 놀라운 거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전혀 모르던 사람들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책은 한국극작가협회의 '제2회 대한민국 극작 엑스포' 사업의 일환으로 공모를 거쳐 출판된 <무지개섬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아동극으로, 한국극작가협회와 아시테지 코리아에서 주관한 아동창작 희곡상 수상작입니다. 2016년 종로 아이들 극장 개관작으로 선정되어 아이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 희곡의 출판 기획은 협회 차원에서 이루어졌으며, 평민사에서 한국 희곡 명작선이라는 이름으로 30여 명의 극작가의 희곡을 출판했습니다. 극작 엑스포는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매해 내부 공모를 통해 현재 100권까지 출판되었습니다. 다양한 작가님들의 최근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니 검색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출판사와 작가 개인이 아니라 다수의 작가와 함께, 혹은 협회를 거쳐 출판을 진행하다 보니 첫 번째 책도 두 번째 책도 출간에 대한 큰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공저가 아닌, 그리고 여러 작품을 실은 희곡집이라는 점에서는 <사람들>이 첫 번째 희곡집인 셈입니다. <배소고지 이야기>의 공연 리뷰를 위해 대본 요청을 받은 것이 출판사 이안재 대표님과 처음 연이 닿았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좀 더 흘러, 신작 <CLASS> 출판과 관련한 제의를 전달받은 적도 있었는데, 당시에 초고를 계속 쓰던 중이라 고사를 했습니다. 그 뒤로 <사람들>이 우수출판콘텐츠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기존 공연 작품 3편을 한 권으로 출판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미 출판사와 함께 공모에 지원한 타 지원자들과는 달리 저는 개인 자격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어느 출판사와 함께 이 사업을 진행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 사업에 선정될 거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출판사에 연락을 취하지도 않았던 것이고요. 


5월에 발표가 나자마자 거의 한 달 안에 출판 계약을 완료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 끝에 제 작업에 관심을 보여주었던 이안재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원래 다 이렇게 계약을 하는 건가? 얼레벌레 하는 사이 계약이 진행됐고, 고통스러운 대본 수정과 교정 교열의 시간을 거쳐 11월 30일이라는 출판 마감 기한을 간신히 맞추게 되었습니다. 출판 이후에도 표지 관련 이슈가 발생해서 책 표지를 다시 찍는 웃지 못할 상황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제가 원하는 컬러로 질감이 잘 구현된 거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권의 책에 이렇게 많은 고생이 들어갈 줄은 미처 몰랐다고나 할까요. 그 사이 저에게 많은 것을 맞춰주신 이안재에 감사를..


고난과 거쳐 다시 만난 표지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희곡집 이름으로 사용하고 싶은 제목입니다. 앞으로도 사람들 2, 사람들 3이 나올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지요. 이 제목은 '배소고지 이야기' 공연과 '하시마-행간의 사람들' 낭독을 연출했던 박선희 연출님이 언젠가 제게 해줬던 말에서 착안했습니다. 너만의 '~의 사람들' 시리즈를 계속 쓰라는 말이었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꽤 규모가 큰 희곡들을 자주 쓰는 편입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희곡을 쓰는 작가라고 회자된다고 하니 뭐...- 다양하고도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담겨서 그런 것이기도 한데, 이것은 아마 "이 모든 것은 다 체홉 때문이다"로 요약해볼 수 있겠습니다.  

브런치 책방에 소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최근에 업로드한 편수가 부족하여 연결은 안 되는 모양이에요. 공연 소식만 간간히 업로드하다 보니.. 언젠가는 연결할 수도 있겠죠..? 책에 대한 소개는 인터넷 교보문고 사이트로 대신할게요. 굳이 링크를 걸어둔 이유는 저자의 이름도, 도서명으로도 검색이 잘 되지 않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허허. 출판사 이름을 검색해야 간신히 찾을 수 있는 책이라니.. 아주 뒤늦게 '아차'했지만, 알았어도 결국 제목은 <사람들>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97089350&orderClick=LAG&Kc=


증정본을 출판사로부터 받고 나서도 사실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를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빨리 이룰 줄이야.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루트로도 이룰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일단 꺼내놓겠다는 용기를 내면, 조금씩 뭔가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출판될 수 없고 정식으로 발표되지 못한 준비된 희곡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되지 않은 다른 작품들도  곧 또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겠죠.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처럼 자기만의 서랍에 글을 모아놓은 분들이 얼마나 많이 계실까요. 이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제가 출판을 할 수 있게 해 준 우수출판콘텐츠 지원사업을 소개하려는 것입니다. 때마침  올해 사업 공고가 떴길래 책 출간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들이 찬찬히 뜯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링크를 남겨봅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사업안내 배너

                    https://www.kpipa.or.kr/info/newsView.do?board_id=1&article_id=127444

선정편수 : 총 100편

지원자격 : 개인 또는 출판사

지원부문 : 미 발간 창작 원고

지원분야 : 인문교양, 사회과학, 과학, 문학, 아동(5개 분야)

신청기간 : 2022.02.08.~ 02.23.



지원분야에 따라 전업 작가가 아닌 분들도 얼마든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사업 공고 및 결과 발표 등을 찾아보시면 알겠지만 다양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도 실려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료들과 친구들을 열심히 부추기다가, 소중한 구독자님들께도 공유해봅니다. 


올해의 새로운 공연 소식을 들고 또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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