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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Oct 26. 2022

연극 CLASS 3

2022.10.25~11.12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몇 주 전, 공연을 한참 준비하던 중에 느닷없이 목 통증과 근육통으로 고생을 하다가 나중에는 계속 미열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다 목소리가 안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자가진단키트 결과가 음성이었기 때문에 감기약만 계속 먹었습니다. 병원에서도 나아야할 시기가 된 것 같은데 이상하다면서도 소견서를 써주지는 않더라고요. 다행히 연습 자체가 며칠동안 오프인 상태였기 때문에 그간에 다 낫지 않을까 했지만 열이 계속 나고 잔기침이 너무 심해서 결국 자체 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저도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지만, 클래스 프로덕션에서 코로나에 아직 걸리지 않는 구성원들이 좀 있었거든요. 공연계에서 코로나의 위력이란 여전히 강력합니다. 자체 격리는 당연한 선택이었지요. 다행히 테이블 작업은 마무리 단계여서 이제 배우들이 대본을 외우고 움직이기 시작할 때라, 작가인 제 역할이 필요한 시기는 어느 정도 지나갔다고 볼 수 있어서 빨리 낫기만을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다보니 영상 인터뷰를 할 수 없는 감사한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전 페이지에는 제 영상은 없었던 것이지요. 대신 서면 인터뷰를 진행할 일이 생겼는데, 플롯레터로부터 질문지가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예술교양뉴스레터인 '플롯레터'에는 지난 공연들 특히 <ANAK>,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등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이번 <CLASS>소개글이 궁금하시거나  플롯레터 구독을 원하시는 분들은 링크를 눌러보세요. 무료입니다.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64956   


플롯레터 페이지에는 실리지 않은 질문들 일부를 편집하여 공유합니다.


Q1. 극의 초반, A와 일대일 수업을 진행하게 된 B는 신이 나고, 기대감에 찬 듯한 모습인데, A의 경우 미간을 찌푸리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두 사람의 상반된 반응의 이유는 무엇인가요?

-  이른바 ‘최애’와 한 학기를 단둘이 매주 3시간씩 보내게 된다면 어떨까요? 그것이 B의 심정이라면, 자신에게 맹목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생이 부담스러운 선생의 입장이 바로  A아닐까요. 연예인 보듯 자신을 보는 학생이 편안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진지하지 않다는 생각도, 진심일지 의심도 들 것 같고요. 

<클래스 인물 관계도>

Q2.  작품 속 B는 어떤 계기로 이 희곡을 쓰게 되었고, 희곡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작품 속에서 B는 총 3가지 시놉시스를 준비해옵니다. 그것들이 관통하는 내용이 있다면, ‘약자에게 사람들은 침묵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극중극인 ‘고독한 케이크방’은 B가 ‘진짜’를 찾기 위해 결국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들고 온다는 점에서 나머지 이야기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지요. 그 해답에 대해서는 극장에 와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 ) 


Q3.  작품에 등장하는 A와 B 두 인물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부딪히는 A와 B의 가치관이 형성된 데에도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  A의 세대가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로서 민중의 연대와 실천의 경험이 있다면, B의 세대는 이 시기를 지나, 문화적 풍요와 급격한 경제적 위기를 겪으며 개인을 좀 더 중시하는 풍조 속에서 자라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경험을 통해 각자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미투 운동을 통해, 같은 여성이자, 예술가로서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함께 부딪히며 새로운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Q4.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세대나 성별, 가치관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갈등을 예술대학의 극작 수업에서 중견 극작가와 학생이 ‘희곡’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그려낸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희곡을 작품의 중심 소재로 활용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  애초에 이 희곡은 극중극인 ‘고독한 케이크방’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극중극은 국내 미투 운동의 시작과 함께 고민하며 쓰기 시작했습니다. 단편인 극중극을 완성한 이후 2-3년 사이에 미투운동이 예술계와 정치, 학계 여러 방면으로 확장되는 것을 보며, 이 폭력의 본질이 위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교실이라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극작수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희곡을 쓰면서 제가 그간 가지고 있던 여러 질문들을 폭넓게 다룰 수 있는 도구로 희곡을 선택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Q5. 희곡을 쓰는 두 인물을 여성과 여성, 교수와 학생 등의 설정과 관계로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설정을 통해 작가님이 전하고자 하는 특별한 의도가 있었을까요?

-  성별을 같게 설정하면 성별 차이에서 오는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기대, 편견, 오해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오히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고요. 특히 이 극의 극중극은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동성성폭행을 소재로 다루는데, 중심인물을 여성과 여성으로 설정했을 때, 인물간 간극을 명확하게 보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예술과 교육은 가까우면서도 멀어야 합니다. 위계가 없어야 할 것 같지만 예술교육의 현장은 그 어떤 현장만큼이나 위계가 강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실, 그리고 예술가인 선생과 학생 사이에는 긴장과 모순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 모순을 갖고 있다는 이 공간이야 말로 더 많은 논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생이면서도 동시에 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갖게 된 질문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때 겪은 경계에 선 느낌도 이 극을 쓰게 하는 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Q6. 이번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어떤 상처는 사람을 고립시키고, 스스로를 계속해서 상처 입힙니다. 다른 이들이 침묵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과거를 없던 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우리는 그 상처로부터 일어서서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저의 그러한 시도입니다. 


Q7. 연극 <클래스>를 감상한 후 관객들이 어떤 점들을 느끼거나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하시나요?

- 감상과 느낌은 관객들의 몫이니 어떤 질문이나 감상도 좋습니다. 워낙에 많은 방면으로 질문이 쏟아지는 극이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에 특히 바라는 게 있다면, 관객들의 마음 속에 이 극의 마지막 대사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Q8.  관객들이 집중해서 봤으면 하는 관극 포인트, 장면은 무엇인가요?

- 이 극의 공간은 오직 교실 한 곳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모든 것이 경계에 있습니다. 특히 극중극의 장면, 배우가 아닌 작가로서 과제로 써온 대본을 최선을 다하며 읽지만 실제와 허구의 기억을 오가며 대본에 반응하거나 대본을 읽는 서로의 모습에 반응합니다. 그래서 극속에서도 역할을 오가는 배우들의 표현과 심리 변화가 굉장히 예민하게 진행되는데요. 그런 부분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Q9. 연극 <클래스>는 2021년에 쇼케이스, 낭독극으로 먼저 선보여진 적 있는데요, 작년의 작품과 올해 공연되는 작품 사이에 달라진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쇼케이스 무대는 커다란 책상이 있고, 낭독회 형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희곡을 잘 들려주는 것이 목표였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연극으로서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연출과 디자이너님들이 무척 고민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무대 디자인와 조명 등이 완전히 바뀌었고, 그 사이에서 배우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교실이기 때문에 배우들은 큰 움직임이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작은 움직임들이 더 잘 보이고, 조명이 심리적인 변화들을 잘 비춰줄 것입니다. 아마도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풍성하게 누리 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10. 작가님이 글을 쓰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혹은 요소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학생 시절, 한 작가님이 주신 질문이 있는데요.  ‘왜 그것을 쓰려고 하는가?’ 입니다. 창작의 윤리와 관련된 질문이었어요. 글감을 찾을 때 늘 떠올립니다. 왜 지금인가? 왜 그것인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이 사소하더라도 정확한  내면의 이유를 추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과정이 요한 이유는 동기를 명확하게 세우고 확인해야 동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Q11.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희곡, 극은 무엇인가요? 

-  좋은 희곡/연극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모든 극에는 미덕이 있다고 믿고 있어서, 그것을 잘 발견하기 위해 잘 들여다보고, 그것으로부터 배우려고 합니다.


Q12.  향후 작품 활동과 관련하여 가지고 계신 목표가 궁금합니다. 

-  언제나 균형을 잡고, 새로운 도전과제를 찾아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근현대사 소재를 쓴 다음에는 동시대 이슈를 다루고, 장르적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하려 노력한달까요. 내년 하반기에 글과무대에서 신작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신작은 조금 더 가볍고 밝은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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