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브런치야.
나는 너의 주인님이야.
처음 너에게 쓰는 이 편지가 참 쑥스럽구나.
이렇게 펜을 든 이유는 너에게 사과하고 싶어서야.
그동안 내가 너무 격조했지?
언제부턴가 한 달에 한 번 글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지경이 되면서
나는 착잡한 심경이었어.
처음 브런치 너를 만들었던 2015년, 그리고 그 이후 6년 정도는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글을 올렸고 나는 쓰고자 하는 열정에 불탔지.
그런데 8년 차가 된 지금은 무엇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어.
고갈된 걸까?
나를 구독해준 분들에게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서 속상하다.
구독자가 떨어져 나가는 걸 볼 땐 속도 쓰려.
비록 유명한 저자는 아니지만 네가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건데
내가 너에게 이렇게 무심해도 되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줘. 매일 너를 들여다보고 생각해. 하루에도 몇 번씩 말이야.
이젠 많은 사람들이 브런치를 사랑해주고 있어.
이렇게까지 사랑받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줄은 몰랐는데 정말 대견하다.
나도 너와 함께 성장했고, 그래서 끝까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야.
너는 내게 '밖으로 쓸 용기'를 줬어.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글을 썼지만 너를 만나고 나서는
세상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지.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게 되었어.
어느 날 깨달았어.
내가 글을 쓰는 건 결국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을 주고 싶어서구나 하고.
네 덕분에 나는 글쓰기의 참모습을 경험한 거야.
찹쌀 도넛 한가운데 팥이 든 것처럼, 글 한가운데는 사랑이 있어.
그 사랑을, 온기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가는 마음을 경험하게 해 줘서 고마워.
나에게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그런 공간이 되어주길 바라.
나 역시 계속 쓸 거야.
힘들 때나 기쁠 때나 언제나 곁에 있어줘, 지금처럼.
나의 목소리가 되어줘.
_ 2022. 05. 19.
화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