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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 Aug 26. 2015

죽음에 관하여

작은 관심 하나 - 사회적 울타리를 위하여

죽음에 관하여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었던 ‘죽음에 관하여’라는 웹툰에는 많은 죽음이 소개되어있다. 소방관으로 근무하며 평생 마음의 짐을 가지고 살다가 마지막에야 그 짐을 내려놓은 남자. 부모가 낙태를 결심하여 죽게 되는 아이.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 죽어서야 엄마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되는 아이. 한강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고 일 년 만에 자신을 떠난 아들을 병원에서 만난 남자. 죽어서도 자식을 걱정하고 자식의 생각에 웃음을 짓는 아버지. 죽은 후에 다시 만난 노부부.


‘죽음에 관하여’는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죽음은 그리 멀지 않아. 어렵지도 쉽지도 않고 그냥 있는 거지, 곁에. 두려울 수 있어. 생각조차 하기 싫을 수도 있지. 그렇지만 죽음에 대해서 알아야 할 건, 현실이란 거야. 부정적, 긍정적을 떠나 그냥 있다는 사실 말이야. 항상 곁에 있어. 기다리거나 쫓지도 않지. 말 그대로 그냥 있지.’ 일상적인 에피소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건 사고들을 통해서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중 내가 제일 감명 깊게 봤던 에피소드는 5화이다. 막노동을 하며 자신의 꿈인 글을 쓰는 것을 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자살시도를 하지만, 썩은 밧줄 때문에 살아나는 이야기이다. 자살은 우리에게 멀고도 가까운 일이다. 유명인의 자살은 이슈화되어서 뉴스와 신문을 뜨겁게 달군다. 그리고 이러한 죽음을 모방하여 일어나는 모방자살인 ‘베르테르 효과’도 있다.


"잘 지내지?", "밥은 먹었어?", "말 안 해도 알아." 사라지는 글자들


서울시와 삼성생명이 협력해 마포대교에 설치한 '생명의 다리'가 오는 9월까지만 운영된다고 한다.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희망의 내용을 담는 이야기 형식으로 만들어져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는데 자살률이 012년 15명에서 지난해 184명으로 '생명의 다리'가 된 이후 오히려 늘고, 예산상의 문제로 운영을 종료한다고 한다. 서울시가 내놓은 다른 대책은 기존 1.3M의 난간을 일반 사람들의 키보다 높은 2.0M로 바꾸는 것.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이런 시도라도 해보는 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죠."

"행복하게 살던 사람이 다리 지나가다가 갑자기 죽을 리는 없을 텐데요."

"예산 7억으로 불우이웃 도와주시죠. 그게 자살률 낮추는 방법입니다."

"난간 높이고 스크린도어 설치하고. 그렇게 해서 세금은 또 줄줄 새고!"

"무료 상담실 설치하는 건 어떨까요? 그들에겐 공감해 줄 사람이 필요할 듯."

"내일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절대 생명을 헛되게 보내지 마세요."

하지만 이러한 마포대교뿐만이 아닌 자살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까?


죽음본능(Thanatos)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인생의 후반 두 가지 개념을 주장하였다. 자기 보존적 본능과 성적 본능을 합한 삶의 본능을 에로스(Eros)라 했고, 공격적인 본능들로 구성되는 죽음의 본능을 타나토스(Thanatos)라 했다. 삶의 본능에서 성격발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성 본능이고 이것에 내재하는 정신적 에너지를 리비도(libido)라 한다. 삶의 본능은 생명을 유지 발전시키고,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며, 한 종족의 번창을 가져오게 한다. 죽음의 본능은 파괴의 본능이라고도 불렸다. 이것은 생물체가 무생물로 환원하려는 본능이다. 그래서 인간 자신을 사멸하고, 살아있는 동안 자신을 파괴하며, 처벌하며, 타인이나 환경을 파괴시키려고 서로 싸우며 공격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누구나 이런 충동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충동이 심해지면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자살에 이를 수 있다고도 하였다. 이런 삶과 죽음의 본능들은 서로 중화를 이루기도 하고, 대체되기도 한다. 결국, 자살을 막으려면 우리의 죽음본능을 억제하는 것뿐만 아닌, 삶의 본능을 높여주어야 한다.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작은 관심 하나.


영국에서 수차례 SNS를 통해 자살을 암시했던 한 여성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현지 경찰에 따르면 케이시는 자신이 거주하던 5층 아파트에서 스스로 뛰어 내렸고, 추락 당시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케이시는 지난 몇 주 동안 자신의 SNS에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수차례 작성해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케이시는 아찔한 높이에 서있는 사진들을 게재하면서 "옥상에서 마시는 술로 외로움을 달랜다."라거나 "여기는 비상 탈출구인데 잘못하면 떨어질 수도 있겠다." 등 여러 차례 자살을 암시하는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나 그의 지인들과 네티즌들은 '좋아요'만 누를 뿐 케이시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난간을 높이거나 접근을 불가하게 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 사회에는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늘 마주치고, 도움을 요청받지만 소외되어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자살을 막기 위한 조언이나 따스한 손길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울타리를 쳐주는 게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하는 방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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