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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 Feb 25. 2016

너와 나 그 관계의  첫걸음

애착과 기질에 관하여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리고 관계를 맺는 사람들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처음 만나도 오래 만난 것처럼 대해주는 사람, 아무리 오래 만나도 타인을 쉽게 믿어주지 못하는 사람, 사귀기는 어렵지만 한 번 믿음을 준다면 끝까지 믿어주는 사람, 타인의 사랑을 갈구하고 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


이러한 사람들의 유형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요? 오늘은 너와 나의 관계, 그 첫걸음인 애착과 아이의 기질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아기들 마다 다른 기질



우리 모두의 생김새와 성격 키, 몸무게가 다르듯이 갓 태어난 아기들도 모습이 서로 다릅니다. 또한, 아기의 행동유형도 출생 시부터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기는 자신이 처한 환경이 조금만 불편해도 아주 크게 울지만, 다른 아기는 낯선 사람이 안아도 좋아하고 달라붙은 아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적 표현양식과 환경의 자극에 대한 반응 양상의 차이를 통해 식별할 수 있는 아기의 성격의 개인차를 기질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기질에 관한 최초의 연구는 1956년 Thomas 등에 의해 시작된 '뉴욕 종단적 연구(NYLS)'가 있습니다. 아기에 기질에는 크게 3가지, 쉬운 기질과 까다로운 기질, 더딘 기질이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2가지의 기질, 순한 기질과 까다로운 기질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순한 아기, 즉 (키우기) 쉬운 기질은 밥을 먹는 시간이나, 자는 시간, 배변 등의 일상생활습관에 대해서 규칙적이며, 잘 울지 않고 울어도 조용하게 우는 것처럼 반응 강도가 낮습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며 개방성이 높고, 낯선 곳에 쉽게 적응하는 등 적응력도 높은 편입니다. 대체로 평온하고 행복한 정서가 지배적입니다. Thomas와 Chess의 연구(1984)에 의하면 약 40%의 아기가 이 유형에 속합니다.





반면에 까다로운 아기, 즉 (키우기) 까다로운 기질은 쉬운 기질과는 정반대입니다. 자고 깨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는 등 생활습관은 불규칙적이며 예측하기 어렵고, 낯선 곳이나 새로운 음식, 낯선 사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며 의심을 하며 개방성과 적응력이 낮습니다. 또한, 자주 울고 울어도 아주 심하게 우는 등 반응 강도가 높습니다. 크게 울거나 웃는 등 강한 정서가 자주 나타나며, 부정적인 정서도 자주 보입니다. 약 10%의 아기가 이 유형에 속합니다.


마지막, 더딘 아기, 즉 더딘 기질은 까다로운 기질과 같이 낯선 곳이나 새로운 음식, 낯선 사람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며 의심을 하며 개방성과 적응력이 낮습니다. 그러나, 까다로운 기질과는 달리 활동이 적고 반응 강도 또한 약합니다. 까다로운 기질보다는 규칙적이지만, 쉬운 기질보다는 불규칙적입니다. 약 15%의 아기가 이 유형에 속합니다.


이러한 기질들을 왜 알아야 할까요?


아기의 기질을 알아내려는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진 아기들에게 그에 맞는 양육을 함으로써 아기에게 더욱 나은 발달과 적응을 도와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아동의 기질과 성장 환경 간의 '조화의 적합성(goodness of fit) 개념'은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기의 기질과 양육자의 성격 또는 양육방식 간의 조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쉬운 기질의 아동은 까다로운 기질의 아동에 비해 보다 많은 적응상의 문제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매우 활동적인 부모는 순한 아기보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기가 보다 더 조화될 수 있습니다. '뉴욕 종단적 연구(NYLS)'에서 중상류층 부모들은 순한 기질의 아기를 선호하는 반면에 저소득층 소수민족 부모는 오히려 까다로운 기질의 아기를 선호하고 잘 조화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Thomas 등의 최초의 종단적 연구(1968)에서 영아기에 까다로운 기질로 분류된 아기는 다른 기질의 아기에 비해 많은 행동문제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육자와 아기와의 관계, 애착



애착이란 한 개인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서 느끼는 강한 감정적 유대관계를 의미합니다. 애착은 극히 소수의 제한된 대상에 대해서 형성이 되고, 애착이 형성된 대상에 대해서는  더욱더 가까이 가고 싶어 하는 욕구를 느끼게 됩니다. 특히 생후 1년 동안 아기와 양육자 사이의 초기 관계의 질이 애착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이러한 관계의 질적 측면에는 위에서 설명한 아기의 기질과 양육자의 성격 및 양육방식이 영향을 줍니다.


이러한 애착에 관한 연구들은 주로 발달심리학에서 다뤄지게 되는데요, 애착 이론은 보울 비(Bowlby)와 가짜 원숭이 실험으로 유형한 할로우(Harlow)의 연구를 통해 발전했으며, 에인스워스(Ainsworth)는 아기들이 보이는 애착의 개인차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에인스워스의 이론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에인스워스의 낯선 방 실험


EBS 아기 성장보고서 3 애착, 행복한 아기를 만드는 조건


심리학자인 에인스워스는 아기가 출생해서 만 1년이 넘는 54주까지 3주마다 한 번에 네 시간씩 실험실에서 아기와 어머니 간에 나타나는 상호작용을 관찰하였습니다. 관찰이 끝난 다음에 자신이 만들어 낸 '낯선 방 실험'에서 어머니가 사라지거나 낯선 사람이 다가오거나 할 때의 아기의 행동을 관찰해 내고, 아기의 행동에 따라서 4가지의 유형으로 애착 유형을 분류하였습니다.






안정 애착 유형이란 B유형이라고 불리는 애착 유형으로, 낮은 불안감과 낮은 회피도를 보이는 유형입니다. 이 유형의 아기는 낯선 상황에서 어머니가 있는 동안, 어머니의 가까이에서 지내며 두려움 없이 다른 낯선 상황들을 탐색하려고 하고, 새로운 물건들도 곧장 쉽게 가지고 놉니다. 어머니가 낯선 방에서 나갈 때에는 울거나 찾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떠났다가 들어오면 매우 반깁니다. 이것은 어머니를 안전 기지로 사용하여 낯선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친숙한 상황에서는 어머니가 잠시 떠날 때 생기는 격리 불안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약 60~65%의 아기가 이 유형에 속합니다.


나머지 세 유형은 불안정하게 애착이 형성된 유형입니다.

먼저 A유형이라 불리는 불안정 회피 애착 유형은 낮은 불안감과 높은 회피도를 보이는 유형입니다. 이 유형의 아기의 경우 낯선 상황에 대한 불안감 자체를 별로 느끼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나가도 거의 관심이 없고 노는데 별다른 저항을 보이지 않으며, 어머니가 다가와도 별다른 접촉 시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약 20%의 아기가 이 유형에  해당됩니다. 

다음 C유형이라 불리는 불안정 저항 애착 유형은 높은 불안감과 낮은 회피도를 보이는 유형입니다. 이 유형의 아기의 경우 어머니가 곁에 있어도 낯선 상황에서는 탐색하지 않으며, 어머니가 나가면 몹시 울기 시작합니다. 막상 어머니가 돌아와도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하고 계속 울면서 고집을 피우기도 하며, 달래 주려고 하면 화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약 15%의 아기가 이 유형에 해당됩니다.

최근에 애착 형성이 불안정하면서도 회피와 저항 애착 유형에 속하기 어려운 아기를 불안정 혼란 애착인 D유형이라고 부르며, 높은 불안감과 높은 회피도를 보입니다. 이 유형의 아기들은 회피와 저항 애착 유형의 특징을 같이 나타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머니가 돌아와도  돌아온 것을 분명히 알아챘는데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어머니에게 다가가다가 곧 화를 내고 밀치기도 하고 어머니가 돌아온 것이 이상하다는 듯 어리둥절해하기도 합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애착의 유형이 서구와 비슷하거나 안정애착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애착은 어머니와 아기 사이에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아버지나 또래 친구 또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들이 아기의 애착형성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애착 유형은 양육자의 양육 방식과 아기의 기질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형성이 됩니다. 양육자의 양육이 일관되지 않거나 아기의 요구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을수록 불안정 애착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고, 아기의 기질이  까다로울수록 불안정 애착일 가능성이 큽니다.



애착, 그 중요성



이렇게 형성된 애착관계는 점점 더 발전하여 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에서 맺어지는 모든 대인관계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초기 부모와의 관계에서 아기가 부모에게서 신뢰감과 지지를 받았으며 긍정적이고 안정된 애착 관계를 맺는다면 그 아기는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에게 신뢰를 갖고 친밀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저항 애착을 형성한 아기는 타인의 타인의 사랑과 인정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타인의 거부에 예민하게 반응하여 이성 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회피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며 타인이 가깝게 다가오는 것도 불편하게 느껴서 이성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애착 유형이 다음 세대 간에 전달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서 주목을 끌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부모와 아기와의 관계인 애착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될만한 것입니다. 양육자가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불안정 애착을 형성하였고, 아기의 기질이 까다로운 기질일 지라도 양육자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일관되고, 아기의 요구에도 반응적으로 대해준다면 안정된 애착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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