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실천 21] 유휴! 공간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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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9, 2020 저작자 : admin@sharehub.kr
분야: 서울혁신주간관련 웹사이트: https://popupplayseoul.modoo.at
박수빈 기자
서울시가 생태적인 도시전환을 위해 활동하는 ‘프로 전환러’ 8곳과 실천 프로젝트를 열었다. 삶에서 중요한 의/식/로컬/환경 분야의 8개 프로젝트 그룹과 시민실천캠페인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많은 시대에, 더 나은 일상을 누리기 위해 우리 동네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지만 큰 변화’를 21일 간 도전했다.
이번 일상실천21은 서울혁신주간을 준비하며 펼쳐진 캠페인으로 지구를 살리는 비건캠핑, 불필요함을 이야기하는 소비자 행동, 우리동네 유휴공간 찾기 등의 활동이 21일 동안 진행되었다. 캠페인의 마지막에는 참여하며 느낀점을 ‘한줄 선언문’으로 만들고, 추후 열리는 서울혁신주간 세션(11.26)에서 시민참여자의 한줄 선언문이 발표된다.
서울혁신주간은 ‘도시전환, 함께 만드는 혁신의 물결’이라는 주제로 11.25일 부터 27일 까지 진행 될 예정이다. 본 기자는 놀이판을 기획하는 ‘팝업플레이 서울’이 진행한 우리동네에서 놀이가 가능한 유휴공간을 찾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유휴! 공간을 찾아라!’ 프로젝트는 21일간 하루에 한가지 동네의 놀이터를 제외한 놀이 가능 유휴공간을 찾아 사진으로 기록하고, 대략적인 주소와 왜 그렇게 생각 하였는지 한줄로 간단하게 기록하는 활동이다. 최소 7회 이상 챌린지를 인증한 참가자들과 10월 마지막주에 열린 랜선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번 캠페인은 코로나19를 겪으며 야외 놀이 공간을 더 찾고 있는 요즘, 놀이터를 제외한 놀이 가능한 공간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문제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집 근처에 놀이터나 공원이 없다면 어린이들이 놀기 위해 가야할 곳은 어디일까? 다음세대인 어린이들이 놀이판을 벌일 가능성이 있으나 사용하고 있지 않은 공간을 찾아보았다.
놀이터가 아닌 유휴공간에서 벌어지는 놀이판은 단순히 사용되지 않는 공간을 사용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기존의 만들어진 놀이터가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더 큰 모험과 도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취지도 있다.
팝업플레이 서울의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부암동의 공원과 농구장 공터와 같이 이미 사용할 수 있게 준비된 공간이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 공터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놀이공간이 소개되어 있었다. 또한 넓은 공터와 나무그늘이 있어 어린이 또는 누구나 놀기에 적합한 공간이나, 주민들의 사용도가 낮은 종로구 평창 30길 67도 소개되었다.
이런 예시를 통해 과거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으나 주민들의 실사용률이 낮은 유휴공간, 혹은 마땅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유휴공간을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출처 : 팝업플레이서울 인스타그램>
다른 참여자들이 기록한 유휴공간도 챌린저스 앱에서 공유되어 같이 볼 수 있었다. 공터, 간이공원, 개울가, 어린이집 앞 주차장 겸 공터, 오피스텔 공개공지, 역사 앞의 마당, 공원 내 원형광장 무대 등 각자 살고 있는 동네에서 눈에 보이는 유휴공간을 기록했다.
챌린지가 막힐 때에는 다른 참여자들의 기록을 보며 본 기자도 생각의 전환을 해보고, 주차공간을 유휴공간의 범주에 넣는 등의 도움을 받았다.
본 기자가 기록한 유휴공간중 대표되는 곳은 평소 생각해두었던 장소 2곳이다. 운동기구가 몇개 비치되어 있고, 나무들과 벤치가 있는 갈림길에 위치한 작은 공원이었다. 이곳은 밝게 켜지지 않는 가로등과 담배피는 어른들 때문에 어린이들이 머무를 수 없는 유휴공간이다.
다른 공간으로는 외대앞역에 조성된 무대공간이다. 이전에는 마을 장터가 열리고, 마을 노인분들을 위한 공연도 종종 기획되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전혀 쓰이지 않고 방치된 공간이다.
유휴공간을 기록하기 위해 동네를 다시금 살펴보는 과정에서, 평소 아무 생각없이 다녔던 동네가 새롭게 인식되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을 찾다보니 어린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관찰하게 되었고, 동네에서 어린이들이 모여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아파트 단지에 조성된 놀이터 외에는 어린이들이 모여서 놀만한 곳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서 기록한 유휴공간도 지금의 모습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았다.
유휴! 공간을 찾아라! 라는 제목과 걸맞게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찾아주고, 더불어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던 공유지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며, 추후 그 곳이 놀이의 장으로 변신하는 상상을 함께 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후 약 18일간의 기록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지난 10월31일 줌을 통해 비대면으로 실시한 ‘유휴 (놀이) 공간 탐험 랜선 워크숍’은 약 100분 동안 팝업플레이 서울에 대한 소개, 행동하는 우리 소개, 공유지와 커먼스에 대한 개념 배우기, 각자 조사한 유휴공간을 분석하고 나눈 후 실천선언문을 작성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랜선 워크숍 Time Table (약 100분)>
5분: 팝업플레이 서울 및 캠페인 소개
5분: 행동하는 우리(참여자)를 소개 (이름, 사는곳)
30분: 공유지, 커먼스, 어린이 놀 권리, 유휴 공유지 놀이판 예시, 디자인적 사고 소개
—쉬는시간—
30분: 유휴! 놀이 공간 탐험_ 공간 탐험 및 분석
10분: 나누기 (각자 1분)
5분: 실천선언문 작성하기
15분: 실천선언문 나누기 및 워크숍 & 캠페인 소감 나누기
팝업 플레이 서울의 소개를 들은 후 행동하는 우리를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워크숍 참여자들의 나이대는 생각보다 어렸다. 40대의 주부들도 있었지만, 주로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말하는 나이대는 20대 미혼 여성이었다. 자녀를 두지 않아도 충분히 어린이를 위한 놀이 공간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대부분의 참여자가 팝업플레이 서울이라는 단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시민이었으며, 같이 행동하고 변화 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해 상상해본다는 인상을 받았다.
서울 마포구, 송파구, 동대문구, 강남구를 넘어 동해시 등 전국 곳곳에 거주하고 있는 참여자들이 같은 문제점을 관찰해왔다는 사실이 희망차게 느껴졌다.
이어지는 워크숍에서는 공유지와 커먼스의 개념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해외의 유휴 공유지 놀이판 예시를 보았다. 본 기자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이론만 익히 들어왔는데, 오은비 대표가 보여준 ‘공유지의 희극’이라는 다큐는 유휴 공유지가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설명해주었다. 공유지의 희극에 관한 실례로 스위스 목초지의 농부들은 고지대는 공유지, 저지대는 사유지로 쓴다. 자라나는 풀의 양이 고르지 않은 고지대는 공유하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농부들이 스스로 정한 규칙이었다.
세계 곳곳 수십, 수백년간 보존되며 공유된 공유지에는 ‘공유의 규칙’이 있었으며, 이 규칙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시장도, 정부도 아닌 지역 공동체였다.
현 상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커먼즈를 강조하는 찾은 팝업플레이 서울의 철학을 더욱 와 닿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해외의 놀이판이 직접 벌어지고 있는 사진과 실제 예시를 보니 지금까지 기록해왔던 유휴 공유지가 어떻게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을지 더욱 잘 상상할 수 있었다.
이후 각자 준비해 온 A4 종이에 우리 동네 유휴공간 지도를 그리며 공간을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거점, 공터, 주차장 등을 검은색, 파란색, 빨간색 펜을 통해 중요도를 나누고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유휴공간을 표시했다. 또한 어린이를 위한 놀이판이 갖추어야 할 요소인 [ 앉을곳/ 쉴곳과 그늘/ 창고/ 화장실 및 탈의실/ 주차 및 기타 접근 경로/ 쓰레기통/ 간판 ]의 유무를 체크하며 현재 표시한 공간의 부족한 점과 갖추어진 점을 분석했다. 이렇게 공간을 확인한 후에는 놀이판(Playscape) 구성시 필요한 장소 구획인 [ 신체활동/ 감각활동/ 실패와 도전/ 자연물/ 쉬는/ 조용한/ 함께노는 + 놀이가치/ 공간을 통과하는 접근 가능한 경로/ 자연적인 요소/ 루즈파트 및 기타 재료/ 장애 아동이 해당 공간을 사용하는 방법 ]등을 직접 구획해보았다.
어린이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단지나 빌라촌을 위주로 그려진 유휴공간 분석 지도는 이제 발전하고 이어질 수 있는 유휴공간들을 계획하고 상상해 볼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각자 실천선언문을 작성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캠페인과 워크숍을 통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유휴공간을 새롭게 인식하고 사용가능한 공유지로 상상할 수 있는 시각을 가졌다고 말하는 참여자가 많았다. 또한 앞으로도 이러한 변화를 계속 꿈꾸고 싶고 실제로 바뀌어서 지금 방치되어 있는 유휴공간에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판을 기획하고 싶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각자 소감을 나누는 과정에서 본 기자와 비슷한 또래의 참가자의 말이 인상 깊었다.
‘해외의 놀이판 사례를 보니 벅찬 감동이 있었어요. 우리 아파트의 공터도 저렇게 아이들로 가득찰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요새 20대 제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다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해요. 다른 요인도 많겠지만, 아마 나와 같이 놀지도 못하고 치열하고 힘들게 살아갈거라 생각하니 더욱 낳기 싫어진 것 아닐까요. 요새 놀이터나 거리에서 노는 어린이들을 찾기는 정말 힘들잖아요. 만약 이 해외 사진처럼 제가 기록한 유휴공간에서 놀이판이 벌어지고 즐겁게 노는 어린이들을 우리가 계속 봐왔다면 한번쯤은 나도 미래의 나의 가족과 저렇게 놀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을 거 같네요.’
14명의 적은 인원으로 진행된 워크숍이었지만, 같이 변화를 꿈꾸고 그려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본 기자 또한 어린이의 놀 권리 보다는 유휴공간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번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어 어린이들의 현 상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 새로운 시야가 생긴다. 세상을 바라보는데에 기존의 시각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변화를 꿈꾸게 된다면,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하게 되고 그러한 행동이 모여 우리의 동네가 바뀔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워크숍이 일회성으로 증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좋은 의도의 기획이지만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참가자들이 직접 놀이판을 직접 꾸려볼 수 있는 활동까지 이어졌다면 더욱 이러한 기록들이 유의미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추후 팝업플레이 서울 측에서 아카이빙한 유휴공간으로 만든 지도 공유 등의 실질적인 결과물을 기대한다.
이번 팝업플레이 서울에서는 유휴공간에 대한 인식 전환을 나누었는데, 다른 8가지의 전환도 궁금했다. 이후 이어질 서울혁신주간에서 추후 내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각자의 필드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의 실천선언문이 기대된다.
<팝업플레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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