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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팝업플레이 서울 Jan 09. 2024

[일상실천21] 놀이의 가치를 지키는 팝업플레이 서울

놀이의 가치를 지키는 ‘팝업플레이 서울’ 오은비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 


2020. 12. 9 저작자 : admin@sharehub.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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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링크 : http://www.sharehub.kr/shareguid/guide_data_view.do?postSeq=265


지난 28일 내일을 위한 전환 - 일상 실천 21에 참여한 ‘프로 전환러’ 8곳의 프로젝트 그룹 중 하나인 팝업플레이 서울 오은비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장에서 만나기 어려운 시기라 워크숍도 랜선으로 진행하는 만큼 이번 인터뷰도 화상 통화를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팝업플레이의 활동을 사랑하는 오은비 대표의 에너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출처 : 팝업플레이서울 홈페이지>


Q : ‘팝업플레이 서울’이라는 단체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떤 그룹이라 할 수 있을까요? 더불어 이번 일상 실천 21 에서 진행한 ‘유휴! 공간을 찾아라’ 캠페인도 소개해주세요.


A : 기본적으로 브로슈어에 있는 저희 단체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팝업플레이 서울은 / 놀이의 본질과 가치를 / 누구나와 /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며 / 커뮤니티 안에서 실행하며 / 아래 다섯 가지의 가치를 고려하여 기획하고 활동합니다. [놀이의 본질과 가치 : 즐거움, 자유로움, 도전성, 융통성, 자기 주도성]

저희 팝업플레이 서울은 아동의 놀 권리를 옹호하는 그룹이에요. 어린이들이 놀기 위해서는 [공간, 시간, 다른 어린이들, 어른들의 태도] 이 4가지 요소가 필요해요.

이번 캠페인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 아파트 내 놀이터 밖에 없는 현 상황을 인식하고 극복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교육 사각지대에서는 이것조차 없어요. 이제 행동하는 어른들이 그것을 찾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커먼즈(Commons : 공동체) 개념은 공유를 뛰어넘는 커뮤니티 개념이에요. 우리가 아무리 많은 공유지를 발견하더라도 현재 상황은 꽤 비극적이에요. 누군가 나서서 행동하지 않고 관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서울에서도 우리들은 많은 공유지를 마주치지만 대부분 아무도 거기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해요. 그래서 저희 단체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러한 공간을 찾아낼 수 있는 눈을 찾아주고, 관찰과 분석을 통해서 일상의 전환과 시각이 바뀌는 거죠. ‘아 저 공간에서도 공유지인데 시민들이 에너지를 불어넣고 어떤 자원들을 모아서 기획 했을 때 우리가 사용 가능한 공간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워크숍을 통해서 인식할 수 있길 바랐어요. 이러한 이유로 유휴공간을 찾아보자는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Q :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  저는 원래부터 놀이판을 기획하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뜬금없을 수 있지만,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하던 사람이었답니다. 기존 제가 있던 필드는 엘리트 군단이라 말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실상 저 자신이 누군지 모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에 대해서 모두 굉장히 힘들어하는 사회였어요.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용인되지 않는 집단이었고 당연히 그것을 무서워하게 되었죠. 다음 세대는 저처럼 이런 길이 아닌 내 본연의 모습 그대로 가치들을 찾으며 살면 좋겠다. ‘즐거움, 자유로움, 자기 주도성 있고 도전성 있고 융통성 있는 삶을 살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고 제가 할 수 있었던 조그마한 행동이 그런 다음 세대들에게 놀이판을 열어주는 것이었어요.


6년 전에 지금과 비슷한 활동을 처음 시작해보게 되었고, 계속 회사에 다니면서 병행했지만 3년 전부터는 이제 사람들의 필요도 많아지고 진행하는 일들의 사이즈가 커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저와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커뮤니티 안에도 생겨야지 진행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전문가 양성과정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조금 바빠지게 되었죠. 이제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Q. 그렇다면 놀이 공간에 언제부터 관심을 두게 된 건가요?


A :  이걸 제가 갑자기 시작한 건 아니에요. 저는 정부 산하기관에서 계속 근무하던 전문연구원이었어요. 제가 정책을 만들거나 컨설팅 자료들을 검토하던 일은 언제나 책상에서 이뤄졌어요. 그러던 와중에 책상 위의 작업은 현장과 거리가 있음을 깨달았죠. 이런 점이 제가 사전에 갖고 있던 답답함이었어요.

9년 전 디자인적 사고라는 것을 듣고, 나도 문제에 직접 공감하고 접근해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했어요. 다양한 분야의 일들을 먼저 시도해보았어요.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해 보기도 했어요. 다양한 시도와 기존회사의 경력, 제가 추가로 진행한 자료 조사가 맞물려 ‘놀이’라는 분야가 많이 위축되어있고,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영국은 공무원처럼 각 마을에 놀이 커뮤니티 기획자(Playmaker)가 존재하고, 학위 과정도 있는 형식으로 굉장히 발달하여 있더라고요. 해외 북미나 유럽에는 ‘놀이 커뮤니티 기획자(Playmaker)’라는 개념이 20년 이상 되었고 꽤 오래되어 규모가 갖춰져 있어요. 공부하며 한국에도 이것의 필요성을 강력히 느꼈어요. ‘한국에서 내가 이걸 해야겠다!’ 싶었죠. 회사에 다니며 초기자본을 마련하고 성동구의 성수동과 은평구에 있는 불광동에 프로토타입을 설치했어요. 그게 제 시작이에요. 


<출처 : 팝업플레이서울 브로슈어>


Q  :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이 있을까요?


A :  가장 가까운 어려움은 우리 사회가 노는 것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거예요. 놀이를 생각할 때 보통 어떤 행위를 떠올리잖아요. 그렇지만 놀이의 본질인 ‘즐거움, 누군가와 같이 있음’은 고려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놀이를 기획한 후, 행정 처리되는 과정에서는 놀이를 다칠 수 있는 요소로 받아들여요. 어린이들끼리 놀고 가족들과 함께 활동하는 가운데 다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건데, 위험성으로만 분류하면 참 속상하죠.


또한, 돌봄(daycare)과 놀이(play)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것도 어려움이에요. 복지개념으로 놀이가 이해되고 있고, 어린이의 권리 개념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아요. 이런 지점은 아직 사회 인식 개선이 아쉬운 거 같아요.


개인적인 어려움은 이 일을 하면 정말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게 되는데 가끔 사적으로 에너지를 써야 할 때, 소진되는 느낌을 받아요.


둘째로 커먼즈 개념으로 프로그램 기획을 하다 보니, 전국의 파트너와 협력하는 작업을 하는데, 협력하는 작업을 통해 그들도 행동하는 어른들로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사전에 협의하고 논의하는 과정에 많은 힘을 쏟아요. 이런 사전 작업도 현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주더라구요.

그렇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저는 무엇보다도 대상을 정말 사랑해요. 어린이들이요. 행동하는 어른을 양성하고 있는 위치이지만 저는 사실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을 훨씬 많이 보고 싶거든요. 대상을 생각하면서 어린이들을 만나고, 노는 모습을 보고,  같이 활동할 때의 행복감으로 하는 거죠.


저는 이 일을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하고 싶어요. 제가 할머니가 됐을 때 학교 옆에 진짜 장난 아닌 문방구를 열고 싶거든요. 어린이들이 와서 간식도 사 먹고, 같이 모여서 우리 동네 문제점이 뭔지 이야기하고 하는 미래를 상상해요. 저희가 보통 쓰레기를 가지고 노는데, 그런 문제들을 직접 이야기하는 현장에 제가 있는 그런 상황 ‘계속 행동하는 어른으로 남고 싶다.’ 이런 상상을 하고 꿈꾸는 게 제 원동력이죠. 

<출처 : 팝업플레이서울 브로슈어>


Q.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이유와 바라는 점이 있나요? 이번 워크숍에 일반 시민들을 교육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지 궁금해요.


A :  앞에서 설명한 4가지 요소(공간, 어른들의 태도, 다른 아이들, 시간) 중 앞 2가지(공간, 어른들의 태도)가 바뀌면 뒤의 2가지(다른 어린이들, 시간)는 어른들이 자연스레 고민하게 되고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생겨요. 놀기 좋은 공간이 생기고, 놀이에 대한 어른들의 태도가 변하면 어린이들에게 놀 수 있는 시간을 주게 되고, 놀이 공간에 다른 어린이들이 모이게 되는 거죠.


사실 놀이 커뮤니티 기획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거든요. 도입 단계에서는 그런 공간을 탐색하고 문제가 무엇인지 놀이 공간을 찾을 수 있는 눈을 갖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이번 워크숍에서 그런 눈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전환점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어요. 챌린저스 앱 같은 경우는 굉장히 단순한 미션을 줘요. 그냥 공간을 발견하고 찍는 것인데, 이제 거기서 조금 더 참여자의 생각이 들어가면, '아 여기는 나무가 조금 부족하네, 담배꽁초를 줍고, 쓰레기가 정리되어야겠어, 표지판과 같은 안내가 부족하네.’ 등의 의견을 넣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더 상세하게 기록하고 행동하는 것까지 고민해보도록 마음의 불씨를 끌어내는 것이 저희의 목표에요. 


Q. 시민 혹은 참여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  이번 일상실천을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는 탐험하고 관찰한 것들을 바탕으로 놀이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행동하는 어른’이 되어 달라 말하고 싶어요. ‘행동하는 어른’이 많아진다면 커뮤니티 안에서도 변화가 생길 거 같아요. ‘어린이의 놀 권리를 찾아주고, 공유의 비극을 뛰어넘을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마음에 간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 변화의 주역 될 수 있길 기대하고 꿈꿔요! 

<출처 : 팝업플레이서울 브로슈어> 


Q. 이번 워크숍을 통해 생각을 전환한 후 실질적인 놀이 공간을 제안해보는 실질적인 활동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A :  일반인의 눈에서 유휴공유지를 찾는 것은 정말 어려워요. 일상 실천 21의 미션인 7번의 유휴 공간 발견 인증과 워크숍까지 참여하면서 노력을 기울이시는 분들은 이전부터 저희 팝업플레이서울을 눈여겨보셨던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나중에 이러한 활동을 하시고 싶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커먼스는 신념으로 연대하는데, 그분들에게 이번 워크숍이 사고방식을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또한 이러한 워크숍의 내용이 나중에 커뮤니티 안에서 그분들이 설득할 일이 생겼을 때 이야기를 잘 전달할 방법을 안내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건축과를 재학 중인 본 기자의 입장에서도 팝업플레이 서울에서 진행하는 이번 일상 실천 21 캠페인의 도심 속의 유휴공간을 기록하는 것은 의미 있게 느껴진다.
빽빽한 건물로 가득해 아이들이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공터조차 찾기 힘든 지금의 서울에서 유휴공간을 기록하고, 커먼스의 변화가 도시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오은비 대표와의 만남은 희망찬 내일을 생각해볼 기회로 다가왔다.



<팝업플레이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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