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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Aug 31. 2015

그댄 나의 뱀파이어

이 시대의 뱀파이어들이여, 힘을 내라!

2014.6.12 개봉 / 감독 : 이원회 / 출연 : 최윤영, 박정식


'뱀파이어'를 떠올린다면 어떤 이미지가 생각나는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나 <트와일라잇> 등 다크한 느낌의 할리우드 뱀파이어를 떠올릴 것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주요 소재인 좀비나 뱀파이어가 한국영화에서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여기, 전혀 공포스럽지 않고 오히려 상큼 발랄한 뱀파이어가 나타났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첫선을 보였던 이원회 감독의 <그댄 나의 뱀파이어>는 뱀파이어라는 판타지와 로맨틱코미디란 장르가 결합한 독립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 속 뱀파이어는 1나노미터의 공포도 없다. 어딘가 하나 모자란 것 같고, 밥 한 숟갈 떠먹여주고 싶은 모성애가 느껴지는 귀여운 캐릭터로 나온다.


서른을 코앞에 둔 나이에 일도 사랑도 모두 서툰 작가지망생 규정(최원영 역). 엄마가 운영하는 반찬가게에서 빌붙어 일하고 시나리오 쓸 노트북 하나 스스로 마련할 능력이 없다. 이번 마지막으로 시나리오를 써보기 위해 ‘뱀파이어’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하나 아이디어가 없어 한 글자도 써내려 가질 못한다. 어느 날, 규정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고시원에 수상한 남자 강남걸(박정식 역)이 한밤중에 이사를 오게 된다. 규정의 아버지는 강남걸이 영재 출신 과학자임을 알고 크게 반기지만, 규정은 뱀파이어처럼 햇빛을 피하고 마늘도 먹지 않는 그가 한없이 의심스럽다. 그는 정말 뱀파이어일까?



‘당신은 정말 뱀파이어인가요?’라는 궁금증을 쫒다보면, 강남걸이라는 인물이 뱀파이어인지에 대해 찾게 되다가도 오히려 다른 이들이 뱀파이어스러워 보이게 된다. 뱀파이어를 정의하면 무덤에서 일어나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빨아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남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강남걸과는 다르게 부모에게 전적으로 빌붙는 규정이나 여자에게 의지하는 주형(이재윤 역),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갈구하는 규정의 엄마 등을 보면 ‘당신은 누구의 뱀파이어인가’란 물음을 던지게 될 것이다.



정작 이 영화는 뱀파이어 로맨스이면서도 한 청춘의 이야기이다. 여자주인공 규정은 현재 20대 청년들의 고민과 어디로 가야할지 딱히 방향을 잡지 못함에 대한 불안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규정의 주변 인물들도 어디 특이하지 않고 어디에든 있을법한 캐릭터이고 그들이 겪고 있을 법한 고민들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의 눈치를 보며 방황하는 백수의 이야기지만 영화 <그댄 나의 뱀파이어>는 발랄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모든 것이 불안하지만서도 조급하게 행동하지 않는 규정. 소박하지만 차차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 청춘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보이는 작품이다.     



당신, 뱀파이어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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