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의 사랑을 받는 아트 갤러리
현재 뉴욕에서가장 핫한 (뉴욕식 표현으로 말하자면 ‘힙(Hipster)’한) 미트 패킹 지구(Meat Packing District)내에 위치한 새 휘트니 박물관(WhitneyMuseum of American Art).
렌조 피아노(Renzo Piano)라는 스타 건축가의 참여, 미트 패킹 지구라는위치로의 이전, 거기에다가 미국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는 휘트니 박물관이라는 브랜드의 조합은 2015년 개관을 하면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휘트니는뉴욕의 내로라 하는 박물관들이 모여있는 뉴욕의 어퍼(Upper; 북쪽)에있지 않고 로어(Lower; 남쪽)에 있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들과 그 윗세대들을 주 타겟으로 삼는 메트로폴리탄, 뉴갤러리, 프릭 콜렉션 그리고 자연사 박물관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오히려 휘트니는 갤러리와 레스토랑과 디자인 숍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이후로, “이래도 박물관이 고리타분한 곳이야?”라는 질문을 던지며, 오늘날 가장 핫한 박물관이자 데이트 코스이자 놀거리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실 휘트니의 외관만 살피고 본다면 가히 하이테크의집합이라고 할 만하다. 이미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이자 박물관 건축의 대가라고 알려진 렌조 피아노의 수려한디자인을 통해서 휘트니는 예전의 휘트니가 가지고 있던 고루한 이미지를 단숨에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휘트니가 돋보이는 이유는 단순히 건물이하이테크 스타일을 갖추었기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 휘트니의 입지가 매우 놀라운데, 휘트니는 바로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의 남쪽 끝단에 있다.
이 위치 덕분에 휘트니는 뉴욕의 그 어떤 박물관도가지지 못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는데 바로 하이라인 파크에서 바라보는 박물관의 전망이다.
휘트니를 제외한 모든 박물관은 사실 지상에서바라보는 전망 밖에 갖추지 못했고 이 마저도 도심의 가운데에 있기에 종종 가로수나 주변 건물에 건물이 가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휘트니는 그 위치 특성상 고가 도로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갖게 됨으로써,가장 완벽하게 조형적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휘트니 박물관을 방문할때 하이라인 파크를 통해서 가곤 한다. 추천하는 코스는 해가 질 무렵에 휘트니에 가는 편인데, 휘트니 오른편으로 조금씩 해가 붉게 물들 때 하이라인 파크를 걸으면 뉴욕의 색다른 모습을 즐길 수 있다.
하이라인 파크에서 내려와 휘트니로 오는 길은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있다. 그 주변으로 의자들이 펼쳐 져 있어서 도로와 광장의 구분이 명확해지지 않고, 공적인 공간(Public space)과 박물관 공간(Private space)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입구에 들어선 이후 휘트니를 감상하기에 가장좋은 방법은 - 거의 모든 고층 박물관이 그렇겠지만 - 가장 고층에서부터 관람을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무거운 짐이나 거추장스러운 물건은 지하 1층에 있는 코트 서비스에 맡기고 (단, 카메라는 챙긴 채), 곧장 8층으로 가는 엄청나게 큰 엘리베이터를 타는 코스를 추천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휘트니의 전시 공간은 2배 이상 넓어졌고 자연 채광이 넘쳐난다. 내관도 한층 더 밝아졌는데예전 휘트니가 짙은 색의 바닥재를 사용했다면, 지금의 휘트니는 밝은 톤의 목재를 써서 빛이 반사되는느낌도 한층 더 살렸다.
사실 휘트니의 전시는 한창 유행했던 신세계 광고‘쓱’(SSG)의 광고 콘셉트로도 유명한 에드워드 호퍼는물론 앤디 워홀, 잭슨 폴락과 같이 미국의 내로라하는 현대 작가들로 가득 차 있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휘트니에서는 작품외에도 꼭 봐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뉴욕의 해가 지는 모습이다.
일몰 약 30분 전에, 휘트니의 테라스로 꼭 나가길 추천한다. 휘트니의 가장 고층인 8층에서 테라스로 나가서 허드슨강 쪽을 바라보면 분홍색으로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반짝거린다. 렌조 피아노는이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맨해튼 풍경을 “도심 속에서 헤엄치는 느낌”이라고표현했다.
노을빛을 받으면서 하나둘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하는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한, 하이라인 파크로 인해 더 유명해진 스트랜드 호텔, 그리고 울긋불긋한 조명이 들어오는 미트 패킹 지구 구석 구석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덧 피아노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공감하게 된다.
붉은 야경을마음껏 즐긴 후에 다시 실내로 들어와서 20세기 미국 미술계의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왜 렌조 피아노가건축을 한 편의 시(Poem)와 같다라고 표현했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뉴욕에는 휘트니보다더 화려하고, 크고, 높은 건물들이 많지만, 휘트니 만큼 관람객에게 다양한 경험과 영감을 선사하는 건축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휘트니에 갔다 오는 날은 여러 생각, 이미지, 그리고 감동들로 가슴이 한 가득 채워져 있기 마련이다.
많은 뉴요커들에게새로운 활력과 영감을 선사해 주는 이곳, 휘트니 박물관에서 잠시 뉴욕의 부산함을 잊고 빛과 바람과 예술이가져다 주는 순간을 경험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