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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크림빵 Jul 01. 2024

수용전념치료(ACT) 비구조화 집단상담 -문현미 선생님

상담노트 16

  지난 금토에는 마음사랑인지행동치료센터에서 열린 ACT(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수용전념치료) 기반 비구조화 집단상담에 다녀왔습니다. 석사 시절 상담인턴으로 수련하면서 집단상담의 매력에 푹 빠져서 구조화, 비구조화 집단상담에 리더, 코리더로 참여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집단상담 참여 자체가 기다려졌어요. ACT를 구체적으로 경험한다는 기대도 컸지만요.


  상담자로서 느꼈던 집단상담의 매력은, 단지 ‘나만 이런게 아니구나’라는 보편성의 위안을 넘어서, 메타적으로 상호작용과 과정을 바라보며 연결짓는 작업이었어요. 가령 집단원이 선택한 닉네임의 의미를 집단원의 작업에 연결짓고, 집단원의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을 비춰주고 돌려주고, 집단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연결짓고 읽어주고, 집단원들의 반응을 요약해서 전달해주는 작업들이요. 일대일의 상담관계에서는 공감하면서도 거리두는 일이 쉽지 않지만, 집단상담에서는 다대다의 관계가 일어나고 있기에, 오히려 메타적으로 존재하고 반응할 수 있는 틈이 넓어집니다.


  ACT는 학부시절부터 한국에 소개되고, 논문출판, 워크숍, 집단상담, 수퍼비전 등 상담 영역에서 주요한 접근으로 활용되고 있어요. 학부 때는 들어도 모르겠고, 석사 때는 마음챙김 명상과 인지행동치료를 독립적으로 공부하고 경험했어요. 이후 병원 수련, 지역사회 파견, 기업상담을 거치면서 점차 마음챙김의 태도와 상담이 구분되지 않게 되고, 긍정심리학적 관점에서 '가치'가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끼게 되면서, 수용전념치료를 새롭게 이해할 여지가 생겼어요.


  이틀 동안 집중적으로 경험한 ACT에 대해 먼저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ACT는 개인의 내적 경험 자체에 대한 변화가 아니라, '내적 경험과의 관계' 변화에 초점을 둡니다. 내적 경험을 밀어내거나 없애려는 시도를 내려놓고 내적 경험을 그대로 두고 현실, 실제와의 차이를 인식하고, 거리두며 껴안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둘째, 첫번째 화살(불가피한 순수한 고통)과 두번째 화살(언어로 유발되는 불필요한 괴로움)을 구분하며, 개인이 자신의 고통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을 돕는다. 고통과 괴로움을 구분하고, 감정을 수용하며, 고통 이면의 욕구와 원함을 명확히 인식하게 됩니다.


  셋째, 수용이란 생각과 현실을 모두 껴안는 것입니다. 1차적 고통을 인정하며 함께 느끼고, 2차적 괴로움에 대해서는 현실 실제와 언어 개념을 있는 그대로 보도록 수용하게 돕습니다. 1차적 화살과 2차적 화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며, 2차적 화살을 분리수거합니다. 넷째, 수용이란 또한 상담자가 내담자의 1,2차적 화살을 수용하고 타당화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고통을 감싸안고 반영하고 이해하고 기다려주고, 고통 이면의 좌절된 욕구를 읽어주는 작업이죠.


  다섯째, 전념이란 수용을 통해 명료화된 욕구와 원함을 위해, 실제적으로 어떤 생각이 도움이 되고,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이제 정서적, 인지적 접근으로부터 행동적 접근, 해결중심적 접근에 무게가 더 실립니다. 여섯째, 전념이란 또다른 당위가 아닙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가치는 더이상 가치가 아니라 2차적 화살을 유발하는 생각이죠. 마찬가지로 전념이란 '원하는 걸 위해 전념해야한다, 그 행동을 해야한다'가 아닙니다. 1차적 화살의 고통을 인정하고, 2차적 화살을 가지치기 하고 남은, 기꺼이 하고 싶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데는 힘이 든다기보다는 오히려 솟아납니다. 내가 원하는 걸 말하고 행동할 때에 우리는 즐겁고 가벼워지거든요.


  한편으로는, 문현미 선생님의 반응에서 많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첫째, 내담자의 고통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상담의 대원칙이 중요하다. 집단원의 '그래서 슬펐다, 아무리 노력해도 거기에 없었다, 그건 슬픈게 맞다, 슬펐구나'라고 1차적 고통을 있는 그대로 확인해주고 인정해주고 나니, 집단원은 슬픔이란 감정에 머무르고 감정의 공간이 넓어지면서, 그 감정을 수용하고 해소하며, 자연스럽게 엄마에 대한 고마운 기억들이 떠올라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둘째, 현실을 확인하는 것보다는 내담자의 경험을 따라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즘 상담하면서 내담자의 지각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현실을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세지를 많이 받았는데요. 저라면 '엄마가 어떤 반응을 했는지' 묻고 싶었던 순간에, 문현미 선생님은 '엄마가 그런 반응을 했을 때 나에게는 어떤 마음이 일어났는지'를 물었습니다. 상담이 건조한 탐색으로 빠지기보다, 내담자가 생생한 정서를 품은 상태로 초점이 더 좁혀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셋째, 인지행동적이면서 동시에 다정할 수 있다. 희망은 다정함과 따뜻함 속에서 피어납니다. ‘그건 무슨 의미예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게 뭐예요, 어떻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하는 단순한 언어를 쓰고 해결중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무엇이 생각이고 현실인지를 가름해 주고, 1차적 고통에 대해서 가슴 깊이 함께 아파하며, 2차적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집단원들은 공통적으로 '가지치기가 된 거 같다, 가벼워졌다, 이 행동을 위해 이렇게 해봐야겠다'라는 감각을 느꼈어요.


  이틀간 집단상담에서 깊이 있게 연결되고 가벼워질 수 있었어요. 상담실 바깥에서 흔들리는 플라타너스도, 집단원의 말에 일어난 침묵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다 차올랐던 눈물도, 각자 품고 있었던 고통과 원함도, 모두 지금-여기에 생생하게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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