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Fed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대통령도 건드릴 수 없는 권력: 정부도 민간도 아닌 제3의 존재

by 박상훈

11화. Fed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 대통령도 건드릴 수 없는 권력: 정부도 민간도 아닌 제3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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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미국 증시는 패닉 상태였다.

S&P 500은 그 주 내내 폭락했고,

12월 17일 월요일 하루에만 2.1%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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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유일한 문제는 Fed다. 그들은 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필요한 무역전쟁도, 강한 달러도 이해 못 한다! Fed는 마치 힘은 센데 퍼팅을 못 하는 골퍼 같다. 터치가 없다!


트럼프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분노를 멈추지 않았다.

이틀 뒤,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이 급히 성명을 냈다.


“대통령은 Fed 의장 파월을 해임할 의사가 없습니다. 대통령과 통화했고, 그는 결코 해임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왜 이런 해명이 필요했을까?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다.

군대를 움직이고, 핵버튼을 누를 수 있다.

하지만 Fed 의장은 해임할 수 없다.


이 기묘한 권력 구조가 바로 오늘 우리가 파헤칠 주제다.


Fed란 무엇인가: 정부도 민간도 아닌 괴물


Federal Reserve System (연방준비제도)


이름만 들으면 무슨 정부 기관 같다.

하지만 실체는 훨씬 복잡하다.


Fed는 크게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겉보기에는 전형적인 정부 기관이다.

이사 7명 모두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한다.

임기는 14년으로, 한 번 임명되면 쉽게 바꿀 수 없다.

의장은 이사 중에서 대통령이 지명하며 임기는 4년이다.


둘째, 미국 전역에 흩어진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법적 지위는 공공기관이 아니라 특수 목적 주식회사에 가깝다.

각 지역 은행 관할 구역의 민간 상업은행들이 지분을 보유한다.


예를 들어 뉴욕 연준의 주주는

JP모건체이스, 씨티, 골드만삭스 같은 뉴욕 대형 은행들이다.

이들이 연준 주식을 가지고 있고, 배당도 받는다.

이 지점에서 유명한 음모론이 나온다.


“JP모건이 Fed를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Fed는 월가의 사적 이익을 위한 기관이다.”

사실관계를 냉정하게 들여다보자.


우리가 가장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할 점은,

지역 연준은행의 주식은 우리가 흔히 아는 주식과 다르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사고팔 수 없고,

주주인 은행들은 연준 경영에 직접 개입할 수 없으며,

정해진 비율의 고정 배당만 받는다.


지역 연준은행이 낸 이익의 대부분은 미국 재무부에 송금된다.

예를 들어 2021년에 Fed가 재무부에 넘긴 이익은 약 109억 달러,

2022년에는 76억 달러였다.

민간 주주들이 돈을 빨아가는 구조가 아니라,

오히려 연방정부의 수입원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구조 자체가 애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사회는 공공, 12개 은행은 민간이 참여하는 특수 구조”


주인은 명목상 공공이지만, 설계에 민간이 깊숙이 박혀 있다.

이 애매함 덕분에 Fed는 두 가지를 동시에 얻었다.


정치로부터의 독립성과

시장과의 긴밀한 연결이라는 두 가지를.


1913년의 타협: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나


Fed의 기묘한 구조는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다.


1907년 금융 공황 때 개인 은행가 JP모건이

자기 돈과 영향력으로 은행들을 구제했다.

한 사람이 미국 경제를 구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여론이 들끓었다.

“한 은행가가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게 말이 되나?”


동시에 은행가들도 불만이었다.


“왜 우리가 매번 위기 때마다 돈을 대야 하나?”


이 당시 제기된 해결책은 중앙은행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건국 이래 중앙은행을 불신했다.

토머스 제퍼슨, 앤드루 잭슨 같은 대통령들이 중앙은행을 해체한 역사가 있었다.

정부가 돈을 찍으면 독재가 된다는 공포가 뿌리 깊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협안이 나왔다.

“정부도 완전히 통제 못하고, 민간도 완전히 소유 못하는 애매한 구조”


1913년 12월 22일, 하원에서 연방준비법 최종안이 통과되었다.

찬성 298표, 반대 60표.


다음 날인 12월 23일, 상원에서도 통과되었다.

찬성 43표, 반대 25표.


같은 날 저녁,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서명했다.

이렇게 세계 경제를 쥔 거대한 괴물, Fed가 탄생했다.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해임은 못 한다


Fed 의장 제롬 파월은 2018년 트럼프가 임명했고,

2022년 바이든이 재임명했다.


트럼프는 2018~2019년 내내 트위터에 이렇게 쏟아냈다.

“파월은 우리 경제를 망치고 있다. 금리를 낮추지 않으면 안 된다.
Not acceptable!”


심지어 백악관 측근들에게 "파월을 해임할 수 있나?"고 물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하지만 파월은 해임되지 않았다.

그리고 금리를 계속 올렸다.


왜 그럴까?

Fed 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임기 중 해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란 단순한 정책 불만이 아니라,

중대한 위법 행위나 직무 유기 수준이어야 한다.


이 구조는 1930년대 대공황과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서서히 굳어졌다.

정치 주기에 따라 금리를 조절하면,

정권 말에 항상 경기 부양용 돈 풀기가 반복된다.


그 결과는?

단기적으로는 인기가 올라가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안정이 폭발한다.


그래서 미국은 합의했다.

통화정책만큼은 정치에서 떼어놓기로.


이것이 대통령이 Fed 의장을 임명하지만,

임기가 시작되면 반쯤 독립된 권력이 되는 구조다.


주주가 있는 중앙은행의 비밀


가장 충격적인 사실부터 시작하자.


Fed는 주주가 있다.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주주는

관할 구역 내 모든 국법은행과 가입을 원하는 주법은행들이다.


각 은행은 자본금의 6%를 Fed 주식으로 보유해야 한다.

2026년 기준 주요 주주들을 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경우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다.


"JP모건이 Fed를 소유한다"는 음모론의 진실:

엄밀히 말하면 소유는 아니다. 하지만 "주주"는 맞다.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의결권은 제한적이고, 경영권은 없으며, 배당만 받고, 주식 매매는 불가능하다.


이것이 무슨 소리일까.

그럼 주주의 의미는?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 이사 9명 중 6명을 회원 은행들이 선출한다.

나머지 3명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임명한다.


즉, 민간 은행들이 Fed 지역 은행 이사회의 3분의 2를 장악한다.


Fed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Fed는 엄청나게 돈을 번다. 아니, 벌었다.


수익 구조는 간단하다.

1. 달러를 찍어낸다(비용 거의 0).

2. 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산다.

3. 국채에서 이자를 받는다.


2021년까지는 매년 수백억 달러 이익이 발생했다.

운영비를 제외하고, 주주 은행들에게 6% 배당금을 지급한 뒤,

나머지는 전액 미 재무부에 상납했다.


주요 연도별 재무부 송금액:

2019년: 약 55억 달러

2020년: 약 88.5억 달러

2021년: 약 109억 달러

2022년: 76억 달러 (9월부터 송금 중단)


즉, Fed가 번 돈은 결국 미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물론 2023-2024년이라는 이례적 상황도 있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Fed가 보유한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시중은행에 지급해야 할 이자가 급증했다.


Fed는 사상 처음으로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1,146억 달러 손실

2024년: 776억 달러 손실


그래도 망하지 않는다.

왜? 돈을 찍어낼 수 있으니까.

회계상으로 "이연된 자산"으로 처리하고,

나중에 흑자 나면 갚으면 된다.


Fed는 지구상에서 적자가 나도 안 망하는

유일한 은행이다.


FOMC: 세계 경제를 결정하는 12명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위원 7명,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1명(상임),

나머지 11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중 4명(1년 교대)으로

총 12명이 구성된다.


이들이 하는 일은 기준금리 결정,

양적완화·긴축 결정, 연 8회 정기 회의다.


이 12명의 결정이:

한국 환율 1,450원을 만들고

전 세계 자본 흐름을 바꾸고

비트코인 가격을 요동치게 한다.


회전문 인사: Fed ↔ 월스트리트


그런데 Fed의 독립성은 정치로부터는 독립이지만, 금융업계로부터도 독립인가?


제롬 파월의 경력을 보자.

1984-1990년 투자은행 딜런리드 근무,

1990-1992년 재무부 차관보,

1997-2005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파트너,

2012-2017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위원,

2018년-현재 Fed 의장.


재닛 옐런은 Fed 의장(2014-2018)에서 재무장관(2021-2025)으로,

벤 버냉키는 Fed 의장 퇴임 후 2015년 헤지펀드 시타델 선임고문으로,

스탠리 피셔는 Fed 부의장 퇴임 후 2019년 블랙록 선임고문으로 갔다.


패턴:

Fed 고위직 → 퇴임 → 월스트리트 고액 자문

또는

월스트리트 → Fed → 정부 → 다시 월스트리트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Fed는 정치권으로부터는 독립적이지만

금융 자본과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교훈


“Fed는 정부도 민간도 아닌 제3의 존재다.”


Fed의 권력 구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민간 은행들이 주주지만 이익은 정부가 가져가고,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해임은 못하며, 의회가 감독하지만 정책은 간섭 못하는 독립 왕국”


이 기묘한 구조가 핵심이다.


만약 Fed가 순수 정부 기관이라면?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금리를 마음대로 조작할 것이다.

달러 신뢰는 무너진다.


만약 Fed가 순수 민간 기관이라면?

은행들이 자기 이익만 챙길 것이다.

금융위기가 반복된다.


Fed는 이 둘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그 애매함이 Fed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으로 만들었다.


1화: Fed가 환율을 정한다
2화: 달러는 종이가 되었다
3화: 석유는 달러로만 산다
4화: 미국 적자는 시스템이다
5화: SWIFT가 통제한다
6화: 우리는 자발적으로 돈을 바친다
7화: 중국조차 그 구조를 깰 수 없다
8화: 비트코인마저 달러 시스템에 흡수되었다
9화: BRICS 연합도 달러를 이길 수 없다
10화: 한국은 종속 안에서 자율을 모색해야 한다
11화: Fed는 대통령도 건드릴 수 없는 제3의 권력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순간에도,

책상 모니터에는 Fed 의장 파월의 기자회견이 켜져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그 파월조차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Fed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얼굴일 뿐이라는 것을.


진짜 권력은 시스템 자체에 있다.

1913년에 만들어진, 정부도 민간도 아닌 제3의 존재.

한국의 통화 주권은 1971년 닉슨이 닫았고,

1974년 키신저가 자물쇠를 채웠고,

미국 국채 시장이 열쇠를 쥐고 있고,

SWIFT가 열쇠구멍을 지키고 있고,

한국이 스스로 그 문을 열고 들어가고,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조차 그 문을 열 수 없고,

탈중앙화를 꿈꾼 비트코인마저 그 문 안으로 들어왔고,

그 문의 설계자가 바로 Fed라는 괴물이다.


다음 화 예고


Fed가 무엇인지 알았다.

이제 “어떻게” 그 권력을 행사하는지 볼 차례다.


파월 기자회견 하나에 코스피가 요동치는 이유.


2026년 1월 27-28일, FOMC 회의.

1월 28일 수요일 새벽 4시(한국시간), 회의 결과 발표.

파월이 기자회견에서 한 문장을 바꾼다.

“We will remain patient” (우리는 인내할 것입니다)


이 한 단어, “patient”가 들어가느냐, 빠지느냐에 따라

나스닥이 3% 움직이고,

코스피가 2% 요동치고,

원/달러 환율이 20원 출렁이고,

비트코인이 5,000달러 오르내린다.


어떻게 한 사람의 말이 이런 권력을 가질까?


12화에서는 Fed 커뮤니케이션의 비밀과

시장이 Fed 언어를 해독하는 방법을 파헤쳐 봅니다.


[달러 제국: 파월이 세계를 움직이는 방법]

통화 주권의 신화

2부 1화 (시리즈 11화). Fed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이 글은 Federal Reserve Act 1913년 원문, Federal Reserve System 공식 웹사이트 구조 설명, Board of Governors 연차보고서 2021-2024, Trump Twitter Archive 2018년 12월 24일 트윗(status/1077231267559755776), The American Presidency Project 트럼프 트윗 기록, U.S. Treasury Fed 송금 내역, Congressional Record 1913년 12월 22-23일 연방준비법 투표 기록, New York Federal Reserve Bank 주주 구조 자료, Federal Reserve Board 공식 FOMC 회의 일정, Wall Street Journal Fed 손실 보도 2023-2024, Reuters Fed 재무 분석, Bloomberg 파월·버냉키·옐런 경력 자료, CNBC·The Guardian·MarketWatch 2018년 12월 트럼프-Fed 갈등 보도, Federal Reserve Press Release 2023년 1월 13일 2022년 재무 데이터, St. Louis Fed 재무부 송금 분석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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